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 이하 한복협)가 12일 오전 강변교회(담임 허태성 목사)에서 "나의 목회의 중심은?"을 주제로 6월 월례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가졌다. 다음은 손인웅 목사(한복협 중앙위원, 덕수교회 원로)의 "오색목회로 통전적 목회의 꽃을 피우다"(교회를 아름답게 세상을 새롭게) 발표 전문이다.

덕수교회 원로 손인웅 목사   ©김명혁 목사 홈페이지

덕수교회는 1946년 3월 10일 광화문에서 최거덕 목사와 안동교회 신도 7세대가 개척 설립한 교회로서 최거덕 목사께서 31년 간 목회를 하시고, 제2대 목사로 부교역자 출신인 필자가 담임목사가 되어 34년 간 목회하고 있는 65년 역사의 전형적인 도시형 교회이다.

덕수교회는 초창기부터 성장주의를 지향하는 대신 성숙하고 건강한 교회를 추구해오며, 전통적으로 목회의 기능인 말씀의 선포와 전도(Kerygma), 가르침과 훈련(Didache), 예배와 예전(Leiturgia), 친교와 교제(Koinonia), 봉사와 섬김(Diakonia)의 사역들을 열심히 해오고 있었으나, 미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1977년 제2대 담임목사로 필자가 부임하여 양반교회라는 특성과 전통을 극복하면서 하나님 나라 백성 공동체를 튼튼하게 세워나가기 위해서 교육목회를 채택하게 되었고, 예배갱신, 설교와 예전을 통해서 신도들의 신앙성장을 위해서 노력해왔다. 뿐만 아니라 덕수교회는 하나님의 나라 백성을 확장하는데 필요한 디아코니아 사역과 케리그마 사역, 코이노니아 사역을 강화해왔다.
이에 따라 덕수교회는 칼 바르트(Karl Barth) 의 가르침대로 하나님의 백성을 세우는 삼중구조를 설정하였다. 덕수교회는 부름받은 신도들이 '모이는 공동체' (called out)와 '세움 받는 공동체'(called up), 세상을 향하여 증언하기 위해 '보냄 받은 공동체'(calles into)로서 교회를 튼튼하게 세우는 이 삼중 구조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구조 하에 사도행전의 원시 기독교 공동체의 삶의 형태(행 2:42-47) 속에 이미 있던, 교회를 위한 커리큘럼의 원형을 다섯 가지로 정립한 마리아 해리스(Maria Harris) 의 교육목회를 지향하여 구체적인 목회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초기 교회에서 이 다섯 가지 기본 사역은 처음부터 기능적인 것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하나님께 속한 백성들의 존재양식이요, 하나님의 백성들로 구성된 공동체의 신앙경험의 표현양식이었다. 오순절에 성령강림과 함께 형성된 기독교인들은 공동생활을 하면서 그들이 체험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진리를 복음으로 선포하였으며(Kerygma), 사도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고(Didache), 함께 모여 서로 교제하였으며(Koinonia), 더불어 기도하고 떡을 떼며 하나님을 찬미하였고(Leiturgia), 있는 자는 자기 재산을 팔아 가난한 자에게 나누어주는(Diakonia) 삶을 살았다. 해리스는 원시 기독교 공동체의 삶 속에서 보이는 이러한 삶의 형태를 교회교육을 위한 커리큘럼의 원형으로 삼고 2,000년 기독교 역사 속에 계승되고 있는 사도적 교회의 삶의 형태를 교육목회의 관점에서 구조화해서 다음 다섯 가지 영역의 교육과정이론을 발전시켰다. 공동체가 지닌 공유성에 기초한 코이노니아 커리큘럼, 예전에 관련된 레이투르기아 커리큘럼, 가르침의 사역과 관련된 디다케 커리큘럼, 복음 선포와 관련된 케리그마 커리큘럼, 섬김과 봉사활동과 관련된 디아코니아 커리큘럼이 그것이다.

필자는 이 다섯 가지 사역을 기초로 한 교육목회 차원에서 균형잡힌 목회를 추구하였고, 이를 오색목회(五色牧會) 라는 이름으로 심화시키게 되었다. 코이노니아, 레이투르기아, 디다케, 케리그마, 디아코니아 사역을 전체적으로 균형 있게 실천하면서도 한 가지 사역에는 2년의 집중 강화기간을 두어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고, 차례로 돌아가면서 각 사역을 강화함으로 10년 후에 모든 사역이 균형 있게 상당한 수준으로 향상되도록 하였다. 이렇게 집중과 선택을 통한 10년을 세 번 반복하면서 30년이 지나는 동안 교회의 전체 사역이 균형 있게 발전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모든 사역을 추진하는 신앙적ㆍ신학적 근거는 자라게 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믿음이었다. (마 13:31-32, 고전 3:6-7, 엡 4:11-12) 그리고 변화이론 중에 '카이젠 이론' 을 적용해서 성령으로 능력을 받아 끊임없이 개선(改善, 카이젠) 해나가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오색(五色) 이라 함은, 한국인의 전통문화에서 오방색(五方色) 을 의미한다. 한국인의 문화에서는 동, 서, 남, 북, 중앙을 오방(五方) 이라고 하고, 동은 청(靑), 서는 백(白), 남은 적(赤), 북은 흑(黑), 중앙은 황(黃) 등 각 방위를 색깔로 표현하여 '오방색' 또는 '오색' 이라고 했다. 오방문화는 융합과 조화를 이루는 통전성을 상징하는 문화적 특성을 형성시켰다. 5,000년 역사 속에서 계승되어 온 이 오방문화는 민족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방문화는 피라미드 구조를 거부하면서 한민족의 본능 속에 잠재되어 내려오는 마당문화, 평면문화를 발전시켰으며, 자유와 평등과 평화사상을 깊이 뿌리내리게 하여 융합과 통전적 문화의 꽃을 피웠다. 오색(靑, 白, 赤, 黑, 黃) 은 정색(正色) 이라 불리는데, 정색끼리 서로 만나면 간색(間色) 을 생성해내어 그 빛깔이 다양하고 찬란해진다. 간색으로는 녹색(東), 홍색(南), 벽색(西), 자색(北), 유황색(中) 등이 있어서 다양한 색채를 내며 더욱 풍성하고 아름다운 무지갯빛 조화를 이룬다.

목회에서도 다섯 가지 기본 사역을 중심으로 사역과 사역끼리 만날 때 간색과 같은 사역의 조화를 이루게 된다. 예배와 교육이 만나고, 교육과 선교가 만나고, 선교와 봉사가 만나고(봉사를 통한 선교), 봉사와 친교가 만나고, 예배와 선교가 떨어질 수 없는 것과 같이 교회의 본질적 기본 사역과 보조적 사역 등이 서로 융합하여서 통전적 목회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오색목회는 통전적 목회라고도 하고 균형 목회라고도 한다.

통전적 신앙과 신학은 한국교회가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필자와 덕수교회는 삼위일체 되시는 하나님을 통전적인 신앙으로 바르게 고백하는 일, 인간을 전인적으로 이해하도록 하여 바른 인간관을 정립하는 일, 하나님 중심의 통전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모든 피조물을 다스리시는 창조주 안에서 우주와 세계를 통전적으로 이해하는 일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세분화된 신학을 통전적으로 묶어내고 산산조각 난 교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연합과 일치의 근거를 만드는 일, 하나님 중심ㆍ그리스도 중심의 역사관을 확립해서 하나님의 통치권이 모든 피조물에도 미친다는 사실을 정립함으로 하나님 나라 백성들의 통전적 신앙을 확립해가는 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는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신학에 근거한 에큐메니컬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복음적인 에큐메니스트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스승이신 이종성 박사님의 통전적 신학의 기초 위에 은준관 총장님의 교육목회 신학과 한국교회 갱신의 열정에 감동을 받았고 그 영향이 목회에 반영되고 있다. 또한 맥코믹 신학교에서 목회학박사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에 로버트 윌리 박사, 칼 더들리 교수와 같은 석학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이런 영향을 받아 목회를 해 온 필자는 덕수교회의 34년 담임목회를 총정리하면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님을 비롯한 모든 교수들로부터 덕수교회와 필자의 목회를 평가받게 된 것을 대단히 조심스럽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아주 부족한 미완성 작품과 같은 목회를 저명한 전문가들 앞에 내어놓고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평가를 받겠다고 용기를 낸 것은 한국교회에 또 하나의 사례를 남기고 싶은 뜻이 있고, 덕수교회의 다음 목회자가 앞으로 목회설계를 하는 데 참고가 되게 하려는 소박한 생각에서다.

필자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자신의 사역을 돌아보면서 다시 시작하면 좀 더 잘할 수 있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고, 우리 덕수 교우들에게 약간의 격려와 긍지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필자와 함께 동고동락하면서 팀사역을 한 동역자들의 전문사역이 대단히 훌륭했다는 자랑도 하고 싶다. 필자는 덕수교회에서 오래전부터 전문사역을 위한 팀사역을 해오고 있다. 모든 교역자가 자기 전문성을 발휘해서 맡은 분야를 책임지고 사역하면서도 언제나 통전성을 잃지 않도록 하였기 때문에 오색목회가 흔들림 없이 발전해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오색목회를 잘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은 당회의 장로님들과 교역자들 간의 화목한 협력관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담임목회를 하는 34년 동안 자유로운 토론 후 소수의견을 존중하는 전원합의결의제로 당회를 운영하였다. 34년 간의 당회록을 보면 만장일치로 기록되지 않은 때가 한번도 없었다. 이런 기록은 한국교회 역사에서 찾아보기 드문 기록이라고 생각하며 함께해준 장로님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덕수교회가 65년의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균형 있게 자라게 된 것은 성장지상주의를 지향하고, 오색목회를 통해서 건강하고 아름답고 화목한 하나님 나라 백성공동체를 지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교회운영을 하도록 애썼으며 신도들에게는 자발적이고 기쁜 마음으로 헌신 봉사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내실을 기하고, 영성 강화에 힘쓰고, 삶을 통한 사랑의 실천을 하는 선교를 추구했다. 더불어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우리는 이웃과 함께" 라는 표어와 함께 지역사회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교회를 지향해왔다. 생명목회, 교육목회, 복지목회, 영성목회, 선교 지향적목회, 구원선형교회, 우주적 목회, 마라톤 목회, 한 우물 파는 목회, 친환경적 전원교회 목회(Green Church) 등의 표어를 걸고 지금까지 달려왔다.

/한복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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