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윤리학회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으며 '세월호 이후의 신학과 윤리'란 주제로 2015 학술대회를 감신대에서 11일 개최했다.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로 상징되는 위험현실에 대한 뼈저린 경험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도덕적 진보는 거의 없어 보인다. 책임과 처벌의 문제는 답보상태이며, '재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크게 나아진 것은 없어 보인다. 본능에 가까운 '정상으로 돌아가려는 의지'가 작동되고, 겨우 각성되었던 안전에 대한 관심은 이내 망각되어 일상의 질서로 복귀해 버리기 마련인 듯싶다."(남서울대 문시영)

[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으며 신학자들이 모여 목소리를 냈다. 11일 감신대(총장 박종천)에서 한국기독교윤리학회(회장 유경동)가 "세월호 이후의 신학과 윤리"란 주제로 2015년 학술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때마침 신학자로서 히틀러에 대항해 강력한 사회참여의 본을 보여줬던 독일 본 회퍼 순교 70주년을 맞아 신학자들은 이를 함께 기념하며 행사를 개최했다.

장신대 이동춘 박사

이동춘 박사(장신대)는 "세월호 참사를 단순한 사고, 즉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다가 만난 흔한 사고 중 하나로 대하는 태도는 타인을 우선 배려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의무와 책임에서 볼 때, 그 의무와 책임을 방기(放棄)하는 죄"라고 지적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한국교회의 태도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반성 - 세월호 참사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발표하면서 "이제 한국교회의 자리는 중심부가 아니라 주변부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타인을 향한 그리스도의 대리행위가 나타나야 하는데, 특히 힘없고 돈 없어 고통 받는 타인을 향한 대리행위가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이 대리행위가 단순한 연민이 아닌 연대함, '그가 나'라는 책임이어야 한다면서 "이런 책임 하에 한국교회가 세월호 참사로부터 받은 숙제는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을 지닌 사람들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에 있다"고 했다. 더 나아가 "국가의 무책임으로 죽은 참사자들과 그 유가족들에게 양심의 가책도 없으면서, 참사의 은폐와 조작을 지시하는 국가와 권력의 명령에는 책임을 느끼는 아이히만과 같은 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는 숙제"라고 말하고, "이 숙제는 정의로운 한국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기억의 정치를 통해 사건을 왜곡 조작하는 국가와 그 국가의 명령에 움직이는 이들을 회개시키고 구원시켜야 하는 것"이라 했다. 더불어 "교회가 중심부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부에서 선을 찾고, 그 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 책임적 행동은 철저히 익명에 의한 대리행위, 낮아짐의 대리행위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영남신대 송용섭 박사

송용섭 박사(영남신대)는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드러난 언론의 정치적 기능과 세월호 이후 기독교 윤리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그들은 마땅히 지켜졌어야 하고 보호 받았어야 할 꽃다운 어린 학생들이었지만, 바다에 수몰되어가는 세월호 속에서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던 그 어린 생명들은, 정부 주도의 구원의 종교 제의에서 성스러운 것, 지키고 보존해야 할 것으로 취급받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송 박사는 "삶의 고통과 고난 속에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라고 질문하고, "물에 빠져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아이들과 함께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가 죽어가며 눈물을 흘렸다"고 답했다. 그는 "정부와 언론이 부정한 것으로 취급하며 죽어가는 순간에도 아무런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던 바로 그 어린 생명들 가운데, 가장 거룩한 것이 함께 했다"고 말하고, "거룩함의 그 함께 함이 회복과 부활에 대한 기독교의 희망이 된다"고 했다.

강안일 박사(서울신대, 성락성결교회)는 "오늘날 한국교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한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라 말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나 민중을 위해 알량한 동정심을 베푸는 정도의 교회가 아니라 타자를 위한 교회의 본질성을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형상을 통해 구체화한 '책임'의 사상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 회퍼 순교 70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우리에게, 신앙과 행동의 통일성을 통한 제자도의 회복과 타자를 위한 삶의 책임은 오늘 여기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취하신 모습일 것"이라 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세 사람의 발표 외에도 "고통에 대한 윤리적 접근: 레비나스와 본회퍼를 중심으로"(이상철) "탐욕의 길 vs 제자의 길: 본회퍼 윤리의 한 응용"(문시영) "윤리적 인간의 경계, 존재의 숨구멍: 본회퍼와 류영모의 사상을 중심으로"(백소영) "세월호 이후 청년 사역을 위한 기독교 윤리학적 진단과 대안"(이봉석) "한국사회 침묵의 문화와 기독교 윤리: 도덕적 주체 형성과 비판적 성찰의 문화 세우기"(박우영) "공존의 윤리: 호모 심비우스의 발견"(오지석) "세월호 이후 기독교 책임 윤리에 대한 소고 및 방향 - 중세 수도원 운동을 중심으로"(김시호) 등의 발표가 이뤄졌다.

신학자들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이 주제를 갖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사진은 발표를 모두 마친 후 질의응답 시간 발제자들과 청중들이 소통하고 있는 모습.

또 행사 전 예배에서는 유석성 총장(서울신대)이 설교하고 박종천 총장(감신대)과 홍성국 감독(평촌감리교회)가 각각 환영사와 축사를 전했다. 또 정종훈 박사(연세대)와 박충구 교수(감신대)에게 각각 전임회장 감사패와 은퇴교수 감사화환이 증정됐으며, 모든 발표 후에는 오성현 교수(서울신대)의 사회로 종합토론의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한국기독교윤리학회는 오는 5월 16일 오전 10시 30분 대전신대에서 정기월례세미나를 갖는다. 발표자는 정원범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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