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2015화쟁문화아카데미 종교포럼 개최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발표
"개신교가 근대 한국사회에서 배타주의를 조장"
"권력-저항 담론이 아닌 '고통'에 대한 프레임으로 전환해야"

[기독일보] 지난 28일 종로구 사간동의 화쟁문화아카데미(대표 조성택 박사)에서는 종교포럼 "종교를 걱정하는 불자와 그리스도인의 대화: 경계너머, 지금여기" 두 번째 마당이 펼쳐졌다. 이번 포럼의 발제를 맡은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실장은 "개신교의 배타주의와 타자의 악마화"라는 제목으로 개신교가 근대한국의 역사 속에서 타자를 배척하고 악마가 누구인지를 지목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고 비판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   ©화쟁문화아카데미

김진호 실장은 "배타주의로 인한 혐오스러운 역사와 가장 긴밀한 관련이 있는 종교라면 말할 것도 없이 그리스도교"라는 말로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그리스도교가 권력의 맛을 본 4세기 이후 성서나 그밖의 여러 문서들의 신학적 개념들은 누군가를 향한 적대감과 얽힌 배타주의적 언어로 속속 재해석되었다"며 "무수한 '이단들'이 발명되었고, 이웃종교들은 이교도로 낙인찍혔으며, 이들에 대한 무차별 폭력과 학살, 재산몰수 등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그런 배타주의적 재해석이 오랜 제국종교의 역사를 거치면서 마치 '본래부터' 그랬다는 '기원의 신화'가 만들어졌다"고 그리스도교가 배타주의적 성격을 가지게 된 역사적 맥락을 지적했다.

나아가 김진호 실장은 "유럽에서는 제국주의의 몰락과 함께 그리스도교의 배타주의도 반성의 대상이 되었던 반면, 한국의 개신교는 도리어 배타주의의 폭력성이 가장 잔혹하게 발현된 곳"이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개신교는 6.5 전후 미국이 주도하는 우경화의 정치적 파트너로 활약했으며, 20세기 가장 최악의 배타주의적 종교의 모습은 바로 여기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또한 "이후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개신교의 교세는 놀랄만큼 확장되었다. 군사정권 아래에서 억압되었던 사회 분위기 속에, 개신교는 정부보다도 더 강한 존재인 미국으로부터도 특별한 수혜를 받는 종교로 여겨졌다. 그런 점에서 개신교 신자가 된다는 것은 이러한 특권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하였으며,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특권 속에서 개신교는 여전히 '증오의 종교'로서의 얼굴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포스트식민지 시대의 새로운 식민지성의 발현"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실장은 "정치・사회적으로 대단히 안정된 사회에서, 개신교는 여전히 악마로 지목할 대상을 찾고 있다. 이것은 시대에 따라 불교나 무속신앙에 대한 증오로, 혹은 성소수자나 무슬림에 대한 증오 등으로 발현된다. 점차 의식을 가진 교인들은 교회를 떠나고 극소수의 대형교회만이 교세를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더욱 퇴행적인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배타주의적 성격은 최근에 와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김진호 실장은 "예수와 바울은 배제의 질서를 구축하고자 했던 체제와 싸웠으나, 현대의 정통파 그리스도교는 예수와 바울이 아닌 그들이 싸웠던 체제를 닮아가고 있다. 오늘날 한국개신교를 걱정하는 핵심은 바로 이것"이라고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화쟁문화아카데미

발제에 대한 논평에서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은 "개신교가 타자를 악마화한다면 가톨릭은 자신을 천사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가 천사라고 남이 악마인 것이 아니고 남을 악마로 지목한다 해서 내가 천사인 것은 아니"라며 "타자를 악마화하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교리가 아니라 권력과의 담합을 통해 성장해온 그리스도교의 역사적 배경에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나아가 "보다 근본적으로 원수를 사랑하라는 교리를 가진 종교의 교인이 왜 악마를 만들어내는지 묻고 싶다"며 그리스도교가 가지고 있는 본래 성격을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는 "배타주의는 개신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근본적인 성향이 아닌가 한다"며 "또한 배타주의의 핵심이 증오라면, 증오의 이면에는 열정적인 사랑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개신교는 근대 한국에서 부정적 영향만큼이나 많은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에 반해 불교가 보여준 것은 냉소와 수동적인 반응 밖에 보여준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인 신앙으로서의 종교는 배타이고 절대일 수밖에 없다. 내 믿음은 상대적일 수 없으며, 오늘날 사회는 다수의 절대가 병존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다"라고 논평했다.

이후 토론은 총 네 가지의 주제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자기 정체성과 종교의 관계이다. 김진호 실장은 "내가 주목한 것은 근대 한국에서 개신교가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했는지에 관한 것"이라며 "개신교가 근대 한국사회의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부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종교와 권력이 영합하게 되면 일어나게 되는 잘못이라고 본다. 이는 가톨릭이나 불교도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떠한 종교라도 권력과 영합하여 배타주의적인 모습을 드러낸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성택 대표는 "그렇다고 종교에서 배타주의적인 성격을 버릴 수는 없다. 자기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다른 이들의 믿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절대가 복수라는 것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사적영역으로서의 신앙과 공적 영역으로서의 종교를 구분하자"고 제안하며, 종교에 대한 '시민사회의 룰'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근수 소장은 "배타성이 이웃종교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종교 간의 대화를 일상적인 전투장으로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화쟁문화아카데미 조성택 대표   ©화쟁문화아카데미

이에 이어지는 두 번째 주제는 종교가 배타주의를 요구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였다. 김진호 실장은 "그리스도교가 처음부터 배타주의적인 성격을 띄는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고, "배타주의가 성장한 것은 교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여러 교리에서 어떤 것을 취사해서 재구성했는가의 문제"라며 그리스도교가 공격적인 성격을 띈 유일신 신앙으로 발전하는 것이 필연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성택 대표는 "불교는 배타주의를 전면으로 드러낸 적이 없다. 그러나 이것은 교리의 문제라기 보다는 역사 속에서 주류종교로서 기능하지 못한 탓이 클 것이다. 권력과 관계한다면 불교도 배타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근수 소장은 "유일신론은 배타주의로 가는 나쁜 길이다. 현대 그리스도교에서 하나님은 종단을 수호하는 수호신처럼 여겨지는데, 가난과 고통받는 자들을 위한 하나님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주제는 정전(Canonization)의 문제였다. 김진호 실장은 "정전화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로 우리는 정전을 가지고 있다. 이는 '교권화'와 관련되어 있다. 성경의 해석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들이 정전의 성립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스도교의 역사에서 정전의 성립은 상당히 불행한 문제이다"라고 비판했다.

김근수 소장은 "가톨릭 내부에서 오직 고위 성직자만이 성서를 해석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신학자는 모두 성직자였다"며 "이들의 문제는 가장 권력을 탐한 계층이었다는 것이다. 오늘날 신학계에서는 유능한 평신도 신학자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불교에서는 정전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으며, 본래부터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정전의 논의가 근대 불교학에 들어온 것은 서구 불교학자들이 신학의 방법론을 도입하면서 부터이다. 우리가 소위 '근본불교(Original Buddhism)'라고 하는 것도 근대 불교학의 산물이다"고 평가했다.

마지막 주제는 정치과 종교의 관계였다. 김진호 실장은 "권위, 혹은 권력과의 연관은 종교의 필연적인 부분이 있다. 문제는 집단 내에서 발생하는 자원을 독점하려는 소위 '나쁜 권력'에 있다. 나쁜 권력의 두 가지 속성은 '자원의 독점'과 '장기간의 유지'이다. 이것은 타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근수 소장은 "가톨릭 내부의 권력은 성직자가 독점하고 있으며 평신도는 구경꾼의 위치에 있을 뿐이다. 진리와 권력의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조차 어떠한 갈등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복종, 순종을 미덕으로 여기는 가톨릭 내부의 분위기는 쇄신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화쟁문화아카데미에서 제2회 2015화쟁문화아카데미 종교포럼을 개최했다.   ©화쟁문화아카데미

조성택 대표는 "권위와 권력은 다른 의미이다. 오히려 권위는 만들어 가야하며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불교 내부의 문제는 종교적 권위가 떨어지고 많은 승단 내의 문제들을 세속법에 기대어 처리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사실 종단은 근대사회에서 법에 의해 조직된 것이다. 이것은 지극히 권력적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여기에 종교적인 권위를 부여하려고 하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역으로 종교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권력에 대한 추종과 저항이라는 프레임으로 이 문제를 보는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종교에 필요한 프레임은 '누가 고통받고 있는가'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진호 실장은 "최근 한국 사회는 전체적으로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 이때 종교가 앞장서서 분노와 공격을 조장하고 특히 개신교는 증오의 대상 - 대부분 자신들보다 약자들인 - 을 지목해준다. 개신교 내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이에 대항하는 신자나 성직자들이 있지만, 결국 개신교의 프레임과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이러한 배타주의와 타자의 악마화를 조장하고 있는 권력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김근수 소장은 "오히려 악마를 제대로 식별해내는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며, 이러한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권력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톨릭은 오히려 권력에 대항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지는 플로어 토론에서도 종교가 가지고 있는 배타주의의 매커니즘, 선악의 문제, 근대 종교가 가지고 있는 내재화된 배타주의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어졌다. 다음 종교포럼은 제1부 "무엇이 걱정인가"의 마지막 순서로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이 "가톨릭의 권위주의"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을 예정이다. 4월 25 오전 10시부터 열리며, 참여 신청은 홈페이지(www.hwajaeng.org)를 통해서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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