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은수 서울청장이 NCCK를 방문, 사과하고 있다.   ©이동윤 기자

[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 관계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를 방문해 교회 압수수색 과정에서 일어난 '성전침탈 및 성물훼손'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구은수 청장은 "업무집행을 한 경찰관들이 강대상과 십자가가 있다면 (당연히) 다시 한 번 생각했어야 했는데, 자기들 나름대로 신중하게 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신중하지 못한 행동들이었다"며 "그런 문제가 앞으로는 없도록 하겠다. 앞으로 법집행을 할 때 더 신중하게 대처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이날 구 청장의 NCCK 사과 방문에는 NCCK 회장 황용대 목사와 총무 김영주 목사를 비롯해 NCCK 관계자들과 경찰 측 관계자들이 동석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22일 이적 목사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 경기도 김포의 민통선평화교회(담임 이적 목사)의 예배당과 사택 및 지역아동센터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성전의 십자가를 떼어내고 강단을 철거·분리하는 등 과잉수색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NCCK는 22일 실행위에서 성명 발표를 통해 "NCCK 실행위원회로 모인 우리는 정부 당국(서울지방경찰청을 가리킴)이 성직자의 선교활동을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반국가적인 행위로 규정함과 더불어 성전을 침범해 설교문과 시집 등을 압수한 것은 그 적법성 여부를 떠나 명백한 선교탄압임을 천명한다"며 "또한, 공권력을 무분별하게 행사해 신앙의 상징인 십자가와 강단을 훼손한 것은 기독교 신앙에 대한 중대한 모독행위"라고 경고했었다.

이날 황용대 NCCK 회장은 "공권력이 교회 성전을 함부로 대한 것은 매우 경솔했고 신중하지 못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가 "국가보안법 혐의가 있다고 인정됐기 때문에 영장이 발부돼 그래서 압수수색한 것"이라고 말하고, 황 목사가 "그래서 자료를 찾았습니까"라고 묻자 경찰 관계자가 "네, 저희들이 자료를 찾았다"고 강조해 분위기가 일순간 험악해지기도 했다.

그러자 김영주 총무는 "청장님 모시고 왔는데, 그렇게 하려고 한다면 오늘 무효로 합시다"라고 말했고, 경찰 관계자는 "그게 아니라 당시 상황을 설명하려고 한 것"이라며 재차 사과했다.

▲NCCK 사무실 옆에서 시위대가 농성 중에 있다. 이들의 주장이 담긴 현수막.   ©이동윤 기자

한편, NCCK 사무실 옆에는 이적 목사를 포함한 진보단체들이 '민주주의수호와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피해자 농성단'을 구성, 농성 중이며 이날 구 청장의 방문 때도 "공안탄압을 중지하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애기봉등탑설치를 직접 지시한 것은 청와대의 박근혜 대통령이며, 이적 목사에 대한 탄압은 애기봉등탑을 저지시킨 데 대한 보복탄압"이라며 "한마디로 박근혜 정부에 거슬리는 행동을 했기 때문에 탄압하는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진정성 없는 '정치쇼'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적 목사는 "구은수 청장의 진정성 없는 사과를 거부한다"며 "대북전단살포와 애기봉등탑점등을 반대해온 활동을 친북동조행위로 왜곡하고 독일포츠담 평화학술회장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대북전단살포와 애기봉등탑점등은 중단돼야 한다는 발언을 친북발언으로 매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적 목사는 29일 구은수 청장의 NCCK 방문에 대해 "신성한 예배당을 압수수색하라고 지시, 허가한 검사 및 판사를 문책하고 경찰청과 법무부 장관의 사과 및 재발방지약속하라"며 "교회침탈에 대한 청와대의 공개사과와 평화통일운동세력에 대한 모든 보복탄압 중단"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경찰 측의 소환장 발부가 계속되고 있다. 농성자들에 대한 2차 소환명령이 1월 30일로 마감되고 3차 소환장 발부가 시작됐다. 체포, 구금을 위한 명분축적용 소환장 발부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히며, 전국단위의 범국민대책위원회 결성을 위한 모임을 오는 5일 향린교회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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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목사 #성전훼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