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종엽 기자] 정부가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통해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을 밝혔음에도 10대의 그룹 사내유보금은 되레 크게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 3분기 1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538조 원으로 6개월 새 29조 원 늘었고, 유보율은 1천734%로 55%포인트 상승했다.

17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10대 그룹 83개 상장사(금융사 제외)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3분기 말 연결기준 사내유보금은 537조8000억 원으로 6개월 전인 1분기 말 508조7000억 원에 비해 약 29조원(5.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보율은 1679.1%에서 1733.6%로 54.5%포인트 높아졌다.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당기 이익금 중 세금과 배당 등의 지출을 제외하고 사내에 쌓아둔 이익잉여금에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이다. 이를 자본금으로 나누면 사내유보율이 된다. 통상 유보율이 높을수록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배당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 받지만 투자와 배당 등에는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반면 유보금에는 현금 외에 투자로 인한 유형자산과 재고자산 등이 포함돼 있어 곳간에 현금이 쌓여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때문에 기업들은 사내유보금 증가 지적에 "유보금에는 현금 외에 투자로 인한 유형자산과 재고자산 등이 포함돼 있어 곳간에 현금이 쌓여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데다 위기일수록 현금을 선호하는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10대 그룹 중 사내유보금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으로 196조8000억 원이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24조5000억 원으로 2위였고 이어 SK그룹과 LG그룹이 58조8000억 원과 48조 원으로 뒤를 이었다. SK와 LG의 유보금은 각각 3조8000억 원(6.8%)과 2조5000억 원(5.6%) 증가했다. 이들 4대 그룹이 10대 그룹 사내유보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9.6%에 달했고, 1분기(78.4%)보다 1.2%포인트 높아졌다.

포스코그룹은 44조9000억 원(증가율 1.1%)으로 5위였고, 롯데그룹(28조6000억 원, 3%), 현대중공업그룹(17조2000억 원, -11.6%), GS그룹(10조4000억 원, 5.8%)도 10조 원 이상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었다. 한화는 6조 원(4.9%), 한진은 2조7000억 원(-3.3%)으로 10대 그룹 중 유보금 규모가 가장 작았다.

3분기 누적 2조 원 이상의 적자를 낸 현대중공업그룹은 1분기 대비 유보금이 2조3000억 원 줄었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168조6000억 원(6.5%)으로 압도적 1위였다. 이는 삼성그룹 전체의 86%, 10대 그룹 전체의 31.4% 규모다. 다음으로 현대차(57조5000억 원, 6.9%), 포스코(42조2000억 원, 1.2%), 현대모비스(22조7000억 원, 8.4%), 기아차(20조1000억 원, 8.4%)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외 SK텔레콤(16조6000억 원, 6%), 롯데쇼핑(16조3000억 원, 3%), 현대중공업(15조6000억 원, -9.7%), SK이노베이션(15조 원, -0.8%), SK하이닉스(12조9000억 원, 23.5%) 등이 '톱 10'이었다.

유보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롯데로 5525.9%였으며, 1분기(5365.2%)보다 160.6%포인트 높아졌다. 삼성(4431.2%)과 포스코(3591.2%)는 3000% 이상으로 2~3위를, 현대중공업(2901.2%)과 현대차(2067%)는 2000% 이상으로 4~5위에 올랐다.

최근 6개월 새 유보율 상승률은 삼성이 455.3%포인트로 가장 높았다. 이어 롯데(160.6%포인트)와 현대차(106.4%포인트)가 100%포인트 이상 높아졌고, SK, 포스코, LG도 유보율이 30~40%포인트씩 상승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유보율이 381%포인트나 낮아졌다.

한편 정부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통해 투자나 임금, 배당 등에 쓰지 않고 쌓아둔 이익잉여금에 과세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행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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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유보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