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인성 목사(함께여는교회 담임·평통기연 운영위원)

[기독일보=평화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평화가 깨어진 우리 사회의 아픔을 안고 광화문 광장에 주저앉았다. 그 자리는 세월호 참사로 304명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촉구하는 농성장이었다. 평화 없이는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경험한 사건이다. 탐욕을 부추기는 무한경쟁 구조의 경제정책은 빈부격차로 갈등을 심화하고 생명을 가볍게 여겨 각종 사고를 낳게 한다.

무엇보다 이번 참사는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실패했음에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극우정권은 무력증강이 안보의 최선의 길이라며 각종 무기를 자의반 타의반 사들였지만 정작 생명을 구조하는 데는 무기력 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두고 부도덕한 기업에도 분노하지만 바다에서 펼쳐지는 전쟁연습과 국가 권력의 검은 그림자를 의심하게 되었다.

군비경쟁은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며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오히려 증대시킬 위험이 높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그럼에도 국가 간의 신무기 개발 경쟁은 우주항공 연구와 자국의 평화유지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더욱더 활발하다. 여기에는 거대한 기업과 마피아의 손길이 있다. 국가권력은 이들을 이용하거나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유엔이 금지한 국가', '국제분쟁 당사국' 혹은 '분쟁 우려가 있는 국가'에 무기 수출을 금한다는 무기수출 3원칙을 일본이 완화한 것만 봐도 알 수가 있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한, 미, 일 해상훈련이 한반도 인근 해역, 특히 서해에서는 한미 연합 해상훈련이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동원되는 각종 전투기와 미국 항공모함의 위용은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전쟁의 기운은 가시지 않는다. 여기에 질세라 중국과 러시아는 청도에서 해상 연합 군사훈련을 진행한 바 있다. 한반도를 사이에 두고 한국, 미국, 일본과 북한, 중국, 러시아 양 세력이 군사력으로 대립하는 상황 속에서 국민의 안전은 안과 밖으로 보장 될 수 없다. 각종 대형 사고로 많은 생명을 잃게 될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독일의 통일은 평화를 통한 민족 간의 갈등해결과 안전사회 건설의 업적으로 세계인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한반도 땅의 평화정착은 '국민의 안전'과 '남북의 경제'가 달린 문제다. 무슨 일만 있으면 "강력하게 응징하겠다." 는 엄포의 허세는 그만 부리고 좀 더 진지한 고민으로 평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

나는 대한민국의 가장 중심인 광화문 광장 천막에서 40일이 넘도록 노숙을 하며 굶어보았다. 우리 국민이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의 동상이 있고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가 있는 광장이라서 중심이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로 가장 고통하며 아파하는 가족들과 시민이 있는 현장이라서 중심임을 나는 몸소 체험했다. 마치 내 몸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심장이나 뇌가 아니라 지금 아파서 고통하며 쩔쩔매는 그곳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단식 농성장은 혐오스러울 정도로 초라한 곳이며 낮은 곳이었다. 그러나 그 낮고 배고픔의 자리에서 분명하게 보게 된 것은 돈의 노예가 된 사회의 야만성이었다. 우리의 경제구조가 얼마나 생명과 인권을 경시하는지를 세월호 가족들을 대하는 권력층과 일부 시민들의 태도를 보며 몸서리쳤다. 낮은 사람을 일으키어 함께 더불어 사는 새로운 경제구조를 세우지 않으면 평화는 없고 생명은 존중받지 못함을 깨달았다. 힘과 권력으로 교통사고인양 치부하고 억압하고 감추려하지만 낮은 자리에서 애통해하며 울부짖는 이들의 절규는 막을 수 없었다. 그런 행태와 호기로는 안보도 없고 남북 간의 평화통일도 없음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이번에 온몸으로 채득하게 되었다.

아직도 세월호 가족들은 우리사회를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온몸을 바치고 있다. 또한 이들은 탐욕의 질주를 멈추고 더불어 사는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가자고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 평화 없이는 생명도, 안전도 없다! 그 "평화의 자리는 낮다."라는 하늘의 음성을 듣고 새롭게 시작하자!

글ㅣ방인성 함께여는교회 담임목사(평통기연 운영위원)
isp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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