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윤근일 기자] 한국과 일본의 천주교 주교간 모임인 한일천주교주교 모임이 올해 한국에서 열렸다. 11일부터 13일까지 '국가주의를 뛰어넘는 복음적 삶-지상의 평화부터 복음의 기쁨까지'를 주제로 열린 제20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은 동북아 갈등을 비롯해 생명, 평화를 논하는 자리였다.
이 모임의 마지막날인 13일 한·일 주교교류모임은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역사.영토문제로 갈등을 빚는 한일 및 동북아 국가간 관계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아시아의 진정한 평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한일 천주교간 연대도 언급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최근 동북아시아와 한일 양국의 정치적 환경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며 "영토문제, 역사인식의 차이를 통해 각국 간에 빚어지고 있는 갈등과 격돌로 국가주의가 고양되고 군사적 긴장도 점진적으로 높아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일관계 및 동북아 국가간 갈등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또 "신자유주의가 주도하는 세계화 현상 속에서 소외되고 짓밟히는 인간 생명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오늘의 세계에 평화를 증진하기 위해 교회가 할 일은 무엇인지, 인류의 미래 환경에 치명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핵발전소 위협의 현주소를 공동으로 탐색하며 교회가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연구하고 함께 연대를 모색했다"고 했다. 한일 주교들은 "우리는 이러한 다양한 교류를 통해 서로의 의견과 체험을 깊이 있게 공유해 같은 그리스도 제자단의 구성원으로 일체감을 더욱 높이 쌓아올리고 양국 교회에 의미 있는 열매를 맺어왔다"면서 "한일 청년들의 방문과 교류, 수도자들의 대화, 교구 간의 자매결연 등을 통해 신자들이 왕래하고 사제들이 파견되는 등 적지 않은 결실이 있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어 "20년 가까운 한일 주교회의의 지난 세월의 친교의 축적을 밑거름으로 양국 평화, 아시아의 평화, 세계 평화를 위해 더한층 진력할 책무를 공감하고 확인한다"고 말했다. 또 "핵발전소와 환경문제 등은 정치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면서 "양국 주교들이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하고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한국과 일본이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지만 양국 주교들은 처음부터 한 형제였다"며 "주교 모임이 동북아 평화와 세계 평화의 징검다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주교회의 의장 오카다 다케오 대주교는 "역사를 통해 양국이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지 알 수 있지만 현재를 보면 빈부격차와 차별, 인권, 자살 문제 같은 공통점이 있다"며 "양국 주교들이 협력해 하느님 나라가 도래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한·일주교교류모임은 1996년 2월 양국이 공통의 역사 인식을 계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한일 교과서 문제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일본 가톨릭회관에서 모인 데서 시작됐다. 논의 의제도 한일 역사 교과서 문제에서 사목 정보, 사회 문제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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