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한국어를 배웠고, 이제는 한국의 특별한 情을 배웠습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 조금 나눴다면, 그것은 나눈 것이 아니다'

최선과 성실성을 강조하는 프랑스작가 카뮈의 글을 읽고 삶에 있어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미국인 가브리엘 씨. 금발의 머리, 파란 눈, 하얀 피부를 지닌 가브리엘 씨는 생김새도 언어도 달랐지만, 한국에서 생명을 나누겠다고 결심했다. 타국에서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신장 하나를 나누고자 한 가브리엘 씨는 지난 26일 생애 처음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박진탁 본부장)는 "국내 최초 외국인 신장기증인이 탄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신장기증 수술은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한덕종 교수팀이 집도했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한국의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하고자 나선 이는 미국인 가브리엘 씨(28세, 대전 한남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이다.

"세상에서 가장 선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선한 일 중에서도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가장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신장기증을 선택했어요."

미국에서 유명대학을 졸업하고, 계속해서 학문에 정진하며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았던 미국인 가브리엘 씨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회의감에 빠져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인생에 대한 회의감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고, 안정된 일상을 떠나 특별한 곳으로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되도록 거리도 멀고, 문화도 다른 나라를 찾아야겠다는 그가 선택한 곳은 한국이었다.

"지도상에서 미국에서 가장 먼 나라로 떠나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고민을 하던 중 한국어의 매력에 빠져 한국으로 오게 되었어요."

한국에 오기 전, 미국에서 약 3개월 간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운 가브리엘 씨는 현재 한국에 정착해 대전 한남대학교 기독교학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국의 강당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대학시절, 미국에서 생존시 기증에 대해 알게 됐다.

"살아있을 때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이 정말 선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당장 실천하고 싶었지만, 당시 대학원 준비로 인해 시간적, 정신적인 여유가 없었어요."

실천에 옮기지 못했지만 늘 가슴속에 생명나눔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었던 가브리엘 씨는 한국에서 그 꿈을 이루게 됐다. 한국으로 오게 된 지 3년이 되어갈 무렵인 지난 2월, 가브리엘 씨는 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생존시 신장이식결연사업을 알게 됐다. 평소 생존시 신장기증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그는 바로 본부를 찾아 신장기증 등록을 하게 됐다.

"가브리엘, 엄마는 너의 인생과 네가 선택한 뜻을 존중한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수술대에 오르지 않았다는 가브리엘은 이번 신장기증을 위해 처음으로 수술대 위에 올랐다. 병원에도 간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 건강했던 그가 이국땅에서 타인을 위해 수술대에 오른다는 소식을 들은 그의 어머니는 담대하게 가브리엘 씨의 결정을 존중해 주었다. 놀라고 걱정이 앞설 수도 있는 상황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선한 일을 도모한 그의 결정을 응원해 준 것이다.

"신장을 이식받을 분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그동안 투병생활로 마음도 몸도 많이 아프셨을 텐데, 이렇게 이식을 받을 수 있게 돼 축하드려요. 새로운 생명으로 오래오래 건강하셔야 해요."

한편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측은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명을 살리게 된 국내 최초 외국인 순수기증인 가브리엘 씨의 따뜻한 사랑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이 되어 2만 명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장기부전 환우들에게 희망을 선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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