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회
©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회’라니, 언뜻 들으면 기성 교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도발적인 제목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회』는 오히려 그 반대의 지점에 서 있다. 이 책은 끊임없는 프로그램과 조직, 역할과 성과로 평가받는 오늘날의 시대 흐름을 거슬러, ‘교회의 본질’과 ‘교회다움’이 과연 무엇인지 묵직하게 묻는 한 목회자의 오랜 성찰과 기도의 기록이다.

제주 올레길, 2.4평의 기적 ‘순례자의교회’

저자 김태헌 목사(산방산이보이는교회 담임)는 신학생 시절부터 평생 ‘교회의 본질’을 탐구해 온 끝에, 제주시 한경면 올레길 들녘에 2.4평 남짓한 아주 작은 예배당인 ‘순례자의교회’를 세웠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이 예배당은 무엇을 가르치거나 요구하지 않는다. 종교와 무관하게 누구나 찾아와 조용히 머물다 갈 수 있는 열린 안식처다. 해마다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며, 방문객의 3분의 1 이상이 비기독교인일 만큼 많은 이들에게 참된 쉼터가 되어주고 있다. 이 책은 바로 이곳을 다녀간 수많은 순례자와의 만남과 대화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성과와 기능을 넘어 ‘존재’로 말하는 교회

현대인들의 가장 큰 결핍은 아이러니하게도 ‘쉼’이다. 안타깝게도 영혼의 안식을 주어야 할 종교마저 수많은 봉사와 책무를 요구하며 사람들을 탈진하게 만들곤 한다.

“순례자의교회는 교회가 당연하게 여겨 왔던 기능들을 내려놓음으로써, 사람들이 찾아와 머물 수 있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기능이 사라지자 신기하게도 하나님의 일하심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교회에 파고든 인간의 분주한 욕망과 성과지향적 행위를 내려놓고, 그저 하나님 안에 ‘존재 자체’로 머무를 것을 권면한다. 특히 모든 것이 기능과 효율로 평가받는 AI 시대에, 역설적으로 아무런 기능 없이 존재하는 교회의 모습은 “인간은 도구가 아닌 존재 그 자체로 고귀하다”는 가장 선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애써 ‘믿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믿어지는’ 신비

이 책은 믿음을 인간이 애써 마음을 다잡고 결단해야 하는 숙제로 보지 않는다. 믿음은 초월적 존재이신 하나님이 먼저 자신을 드러내심으로써 어느 순간 우리 내면에 불가항력적으로 ‘믿어지는’ 신비로운 사건이다. 순례자의교회는 바로 그 ‘믿어짐의 사건’이 일어날 수 있도록, 확신이 있든 없든 준비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 들어와 앉을 수 있는 곁을 내어준다

추천대상 독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회』는 저자의 깊은 영성이 묻어나는 묵상 글과 순례자의교회 풍경을 담은 사진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책이다. 각 장의 끝에는 ‘머무름을 위한 질문’이 수록되어 있어, 얇은 분량임에도 하루 한 장씩 천천히 곱씹으며 읽기에 좋다.

이 책은 ◆과도한 교회 봉사와 프로그램에 지쳐 회의감에 빠진 성도 ◆‘탈교회’를 고민하거나 이미 교회를 떠난 가나안 성도 ◆기독교에 대해 잘 모르는 비기독교인이나 무종교인에게 추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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