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실과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가 공동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국회의원과 목회자, 의료계 인사, 학부모와 임산부 등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임신중지 약물 도입과 관련해 태아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안전, 낙태 관련 입법 공백 등을 주요 쟁점으로 제기했다.
조배숙 의원은 인사말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에 앞서 관련 법률의 정비와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현행법상 충돌되는 것이 다 정리가 돼야 한다. 그런 다음에 논의가 돼야 한다”며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충돌하는 문제인 만큼 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행정적으로 약물 도입을 추진하는 데 대해 “국회의 권한을 패싱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프진 허가는 단순한 의약품 허가의 문제가 아니다. 태아의 생명권과 우리 사회가 지켜온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본질적인 가치와 직결된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입법·사회적 논의 선행돼야”
조 의원은 여성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에서 사용되는 약물이라고 하더라도 국내 여성에게 적용할 경우 안전성과 신체적 특성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저출생 상황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조 의원은 “저출산을 극복한다고 엄청난 예산을 쓰는데 한편에서는 이렇게 쉽게 생명을 죽인다면 모순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11일 형법상 자기낙태죄와 의사의 업무상승낙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관련 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한 내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해당 조항은 효력을 잃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미애 의원도 관련 입법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롭게 보호하기 위해서 21대 때 위기임신보호출산법을 제정했다”며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개정하고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롭게 보호할 근거법을 만든 이후에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임산부 상담체계와 관련해 “1308로 전화하면 전국의 상담기관에서 임신한 여성의 병원 진료와 출산을 돕고 양육까지 지원한다”며 임신·출산 위기에 놓인 여성을 지원하는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대출 의원은 “태아는 사람이다. 소중한 인간”이라며 “모든 인간의 생명은 보편적인 권리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이것은 한마디로 태아의 생명권을 빼앗아 가는 일이라고 본다”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입법이 먼저라는 점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박한수 목사 “국가, 생명의 안전 보장할 의무 있어”
기독교계 인사들도 태아 생명 보호와 여성 지원을 강조했다. 박한수 제자광성교회 목사는 “국가의 의무는 국민들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하는 데 있다”며 “그 어떤 것보다 생명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 있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저출생 문제를 언급하면서 “여야와 진보·보수를 떠나 이 문제만큼은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요청했다.
이용희 바른교육교수연합 대표는 외국의 임신중지 약물 허용 사례가 국내 도입의 직접적인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아무리 많은 나라에서 낙태약을 허용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가치와 양심에 합당하지 않으면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우리 모두 태아였고,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 낙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저출생 대책을 추진하면서 임신중지 약물을 도입하는 것은 정책적 측면에서도 검토가 필요하다며 “태아의 권리와 여성의 자기결정권 간 법적·윤리적 균형을 위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길수 생명운동연합 대표도 정부에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가 끝나는 자리가 아니라 시작”이라며 교회와 시민들이 관련 문제를 알리고 태아 생명 보호 활동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혜 교수 “국내 여성에게 안전한지 면밀히 검토해야”
이날 의료적 안전성 문제를 주제로 발언한 이은혜 순천향의대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신중지 약물의 국내 사용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정말 우리나라 여성에게 안전한지 확인이 필요하고 이것이 식약처가 해야 하는 일”이라며 “여성에게 정말 안전한지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임신중지 약물의 안전성과 효과, 품질, 의약품 위해성 관리계획 등을 허가심사 과정에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허가심사가 진행 중인 약물은 임신 9주 이내 사용을 조건으로 신청됐으며, 정부는 이 ‘9주’가 법률상 임신중지 허용 주수를 새롭게 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아름 씨 “임신 주수는 아이가 자라온 시간”
임신 18주차인 한아름 씨는 자신의 임신 경험을 토대로 임신중지 약물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씨는 지난 7월 관련 기자회견 당시 임신 7주차였지만 현재는 18주차가 됐다며 “저에게 임신 주수는 그냥 숫자가 아니다. 제 아이가 하루하루 자라온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이야기한다면 현재 아이를 품고 있는 20대 여성인 저의 목소리도 들어달라”며 “모든 20대 여성이 같은 선택과 생각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두 아이의 엄마이자 지금 아이를 품고 있는 20대 여성으로서 낙태약 도입 정책의 철회를 요구한다”며 “남녀가 함께 생명을 책임지고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이 함께 보호받을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다섯 자녀를 둔 학부모 김유나 씨도 자신의 유산 경험을 소개하며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어려움과 의료적 관리 문제를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범한 부모로서 저의 실제 사례를 나누고 싶다”며 과거 유산 당시 경험을 전한 뒤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이 함께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로 정부와 국회에 정책 재검토를 요구했다.
“정부, 도입 철회하고 관련 법 정비해야”
행사 마지막에는 이예진 러브라이프 생명운동 간사가 거룩한방파제 통합국민대회 명의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거룩한방파제는 정부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추진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적법한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며 태아의 권리와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의 법적·윤리적 균형을 위한 논의를 촉구했다.
또 “우리는 모두 태아였다. 태아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며 정부에 임신중지 약물 도입 정책 철회와 낙태 관련 법률의 입법 공백 해소를 요구했다.
이어 “정부가 정책을 강행한다면 학부모와 교육자, 종교인, 시민들과 함께 범국민 반대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 말미에는 임신중지 약물 도입 철회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참여를 독려하며 이날 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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