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철거해 달라는 국가철도공단의 요구가 1심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구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권준범)는 1일 국가철도공단이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박정희 동상 철거 및 구조물 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 시설물을 사용하고 관리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국가철도공단 소유인 동대구역 고가교 위에 대구시가 별도 허가 없이 박정희 동상을 설치할 권한이 있었는지 여부였다.
공단 “사전 허가 없어 위법”…대구시 “사실상 관리해와”
국가철도공단은 동대구역 고가교가 최종 준공 전이어서 소유권이 대구시로 이전되지 않은 상태였고, 대구시가 명시적인 동의나 허가 없이 동상을 설치했다며 철거와 구조물 인도를 요구했다.
반면 대구시는 2017년 광장 조성 이후 해당 공간을 사실상 관리해 왔으며, 준공 승인이 완료되면 소유권 역시 이전받을 예정이라는 점을 들어 동상 설치에 별도 허가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법원은 대구시가 고가교 완공 무렵부터 광장을 사실상 소유자처럼 사용하고 관리해 온 점에 주목했다.
또 광장 조성 과정에서 대구시가 공단에 시설물과 관련한 의견을 요청한 행위도 허가를 구한 것이 아니라 협의나 의견 조회의 성격에 가까웠다고 판단했다.
법원 “공단도 대구시 관리·운영 사실상 용인”
재판부는 국가철도공단 역시 그동안 광장 내 시설물의 설치와 유지·관리 책임이 대구시에 있다는 취지로 대응해 왔다고 봤다.
광장 완공 이후 박정희 동상 건립까지 약 7년 동안 대구시가 각종 시설물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공단이 별도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법원은 동상 설치가 양측이 체결한 정비사업 위탁 협약상 별도의 사전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대구시가 향후 고가교 소유권을 이전받을 지위에 있고, 소유권 귀속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준공 승인 절차만 남아 있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정치적 논란만으로 사용·관리권 벗어났다고 볼 수 없어”
재판부는 박정희 동상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별개로 대구시의 법적 사용·관리 권한을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치적 논란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피고의 사용·관리권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또 동상으로 인해 고가교의 구조적·안전상 위험이 발생하거나, 반드시 철거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박정희 동상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 재임 당시인 2024년 12월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됐다. 설치 당시부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둘러싸고 동상 존치와 철거를 요구하는 양측의 의견이 맞서왔다.
이번 1심 판결로 박정희 동상은 일단 철거 위기를 벗어나게 됐다. 향후 국가철도공단의 항소 여부에 따라 동상 설치의 적법성과 광장 관리권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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