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운영하는 공부방과 영어학원은 세상의 기관보다 교육의 질이 뒤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이들이 많다. 하지만 교회가 가진 복음의 진정성과 전인교육 컨텐츠는 그 어디서도 흉내낼 수 없기에, 아이들에게 글로벌 지도자로서의 인성·지성·인지능력을 함양시켜 주기에 교회 만한 곳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바로 ‘9단계 교육’으로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는 오산평화교회 담임 최석원 목사다.

최석원 목사가 처음 부임할 당시 오산평화교회는 큰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주민들이 등을 돌리고 교인 수도 줄어들고 있었다. 그 때 최 목사는 어떻게 하면 지역의 심장, 즉 중심부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오산평화교회 최석원 목사.

그는 “선교적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교회 구조’를 가져야 했다”며 오산시 자체를 교회로 봤다고 했다. 교회가 세상에 인정받길 원하는 소망을 넘어,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교회가 되기로 했다. 그래서 교회의 의미와 사역의 밑그림을 지역과 함께하는 데 중점을 뒀고, 주민들의 고민도 함께 나누기 시작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장애아 복지와 자녀 교육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래서 ‘아이드림스쿨’을 창설했다.

오산평화교회의 아이드림스쿨은 탁월한 수준의 영어교육과 전인교육을 병행하는 동시에 사교육비를 1/4로 줄인다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아픔을 겪은 교회에서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 위해 교인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오랜 내홍으로 인해 교회 이미지도 좋지 않아서, 주민들의 반응도 싸늘했다.

최석원 목사는 “예수님의 복음을 가지고 있고 해외선교의 경험과 비전이 많은 교회보다 전인교육과 영어교육을 더 잘하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는 긍지로 어려움을 견뎌냈다.

그는 “모든 것을 걸고 3개월 만에 승부를 보겠다”고 교인들과 주민에게 선언했다. 아이드림스쿨의 비전을 설명하면서 “만일 만족할 만한 효과가 없다면 영어교육비에 들어간 헌금은 그대로 돌려주고 무릎 꿇고 백배 사죄하겠다”고 한 것이다.

아이드림스쿨 개교 당일 70명이 왔다. 그리고 수강생들은 3개월 후 학부모의 평가를 받는 영어페스티벌에서 그 동안 배웠던 것을 모두 영어로 발표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 페스티벌은 스크린을 통해 동시통역됐다.

▲아이드림스쿨의 통합영어 페스티벌.

학부모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소문은 삽시간에 온 동네로 퍼졌다. 약 300명의 신청자가 몰려와 수용 공간이 포화 상태가 됐다. 때문에 인원을 제한하고 점차 기틀을 다잡아 나갔다.

그는 대학시절 로고스모임(미국 동양선교회)의 영어통역 자원봉사를 맡았었다. 그를 포함한 8명의 청년 자원봉사자들은 선교지를 향해 출항하는 배 갑판 위에서 기도하면서 사도행전 2장처럼 초자연적인 경험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무언가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말했다고 한다. 그들에게 임한 성령은 한국교회의 가까운 미래에 대한 환시도 보여줬다.

그는 “먹기만 하다 배터져 죽는 개똥벌레 환시를 보여주셨다”며 “충격에 휩싸인 우리들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둘로스 선교회를 창립해 차세대 글로벌 리더 교육에 매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수신학을 전공한 그는 진보신학을 알게 된 것을 계기로 미국 유학길로 올랐고, 그 덕에 사회와 지역복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진보신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꾸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보수신학에서 부족했던 점을 메우기 위한 공부를 계속했다고.

그는 “그 동안 나는 경건주의 신학에 머물렀었다. 그러나 유학 생활에서 사회적·역사적 영성을 배웠고 수평적인 것을 보는 시각을 보완해 통전적 신앙을 갖게 됐다. 결국 그 때의 경험이 아이드림스쿨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신학교 교수가 되어 ‘선교사를 보내는 선교’를 하려 했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 길을 막고 목회의 길을 열어놓으셨다. 교수직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던 그에게 인생의 멘토였던 故 정진경 목사는 “현장의 경험과 눈물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뒤 최 목사는 영어통역관과 오랜 유학 경험을 살려 아이드림스쿨의 외국어 교육 기틀을 다지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동시에 오산평화교회도 지역 주민들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줄 수 있었다. 그는 “하나님께서 내가 오늘에 쓰이기까지 준비시키셨다”며 그간의 어려움이 다 이제야 이해됐다고 고백했다.

이제 그는 지역을 뒤흔들 만한 지도자가 교회에서 양성될 수 있도록 교육에 힘쓰고 있다. 최 목사는 “하나님께서 내게 영어교육에 탁월한 툴(Tool)을 주셨다. 통역봉사자 시절, ‘지구가 하나의 존(Zone)이 되고 영어가 공통어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영어에 자괴감을 느꼈었던 나에게 마지막에 주신 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툴의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세대를 위한 ‘전국 목회자 컨퍼런스’에서만 공개를 한다고 한다. 그만이 가진 이 툴의 놀라운 성과는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영어 레벨테스트에서 1, 2등을 다투는 성적을 보이는 것 뿐 아니라, 영어로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9단계 학교, 교회를 넘어 ‘오산시의 얼굴’로

1단계가 영어교실이라면 2단계는 창의력·지성·덕성을 키우기 위한 독서스쿨이다. 그리고 3단계에서는 학생들을 글로벌 지도자로서 21세기의 중심에 세우기 위해 영어만이 아닌 스페인어, 중국어, 일어까지 교육한다.

▲오산평화교회의 리더독서스쿨.

자녀교육의 핵심은 가정교육이기 때문에 부모와의 의사소통, 가정에서 느끼는 사랑, 예절범절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오산평화교회에서는 4번째 단계로 가정의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교인과 주민 대상 부모학교를 개강했다.

하지만 최석원 목사는 “부모학교 10주 과정에서 마음 속 문제의 뿌리를 흔들기만 하고 뽑지는 못하는 한계를 느꼈다”며 “깊은 곳에 그믈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치유상담스쿨로 정신분석과 치유를 1년 병행하니 문제의 뿌리가 뽑혔다”고 말했다.

5단계 ‘부모치유상담스쿨’, 6단계 ‘소외계층 청소년치유상담’에 이어 7단계는 ‘아버지학교’다. 부모학교 참석자 200명 중 195명이 여성들일 정도로 남성들이 소외돼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었다.

8단계는 ‘장애인글로벌리더스쿨’이다. 최 목사는 “21세기에서 장애인의 강점은 특별하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교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혼의 씨름을 더 잘 할 수 있는 곳이 교회 아닌가?”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노인들을 위한 ‘헤피엔딩스쿨’. 이렇게 총 9단계의 교육사역은 이제 비단 오산평화교회만의 것이 아닌, 오산시의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비신자들에게도 이 이 9단계 학교가 큰 영향을 끼치자, 오산시청에서도 오산평화교회에 재정과 홍보활동 대행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행복한 오산시’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외지에서 오는 방문객이나 시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활동으로, 오산평화교회의 사역이 가장 진정성과 호소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산시와 손 잡은 오산평화교회는 교육사역을 더 크게 확대해 소외된 청소년과 가정을 위해 미래 인재 육성 지원과 교육,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석원 목사는 전국 목회자들에게 9단계학교교육의 정신과 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최전선에 있다. 그는 “한국교회 1세대는 교회의 내적 역량을 키웠다면, 우리 세대는 그 내적 역량을 쏟아내야 한다. 소금이 됐다면 녹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역 심장부의 교회로서 바르게 서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오늘날의 교회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지역사회 복지가 교회 성장을 위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그는 “도구 활용은 한계가 있다. 성장을 위한 시스템과 기술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 시대를 향해 가지신 바람과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는 혼(Spirit)을 담아 싸워야 한다. 좋든 나쁘든, 죽든 말든 혼을 담아 하지 않으면 결과로 이끌어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목회자 컨퍼런스 때마다 찾아오는 1000여명의 목회자들에게도 늘 이 메시지를 전한다고 한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하나님의 거역할 수 없는 인도하심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최석원 목사는, 앞으로도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통전적 목회로 5대양 6대주를 누빌 지도자를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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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평화교회 #최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