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직 목사 9주기 추모예배를 드린 후 김명혁 목사(좌)와 이철신 목사(우)가 한경직 목사를 회고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송경호 기자

“한경직 목사님은 약하신 분이셨다. 하지만 지금 한국교회엔 분노와 저주가 많다. 너무 강해졌다.”

19일 한경직 목사 9주기를 맞아 서울 영락교회(담임 이철신 목사)에서 추모예배가 열렸다. 이 예배에서는 한 목사와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가 고인을 회고하며 설교를 전했다.

1942년 한경직 목사는 일본 세력에 의해 신의주제2교회에서 추방당하면서 일본에서 인연이 있어 38년부터 교회 부목사로 시무하던 김관주 목사를 후임으로 추천했다. 김관주 목사는 바로 김명혁 목사의 선친. 이후 김관주 목사는 조만식 목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 결성에 참여하는 등 반공산당 활동을 벌였고, 이로 인해 평양의 한 탄광 강제노역에 징집됐다. 1948년, 당시 11세였던 소년 김명혁은 주일 성수와 신앙의 자유를 찾아 아버지를 뒤로하고 홀로 월남해 오랜 세월 한경직 목사와 인연을 이어갔다.

김 목사는 “그분은 약하고 겸손하고 부드럽고 착한 분이셨다. 마음이 넓으시고 정이 많으셨다”며 “특별한 인연으로 1살 때부터 나를 안아주시고 아껴주셨다. 내가 홀로 월남한 후에는 나의 손을 붙잡고 ‘아버지, 아버지’ 하시곤 하셨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에서 존경받는 목사님을 많이 찾는 이 때, 더욱 한 목사님이 보고 싶어진다”며 “세상에 있을 때도, 천국에 올라서도 가장 깊은 영향을 주실 분”이라고 전했다.

또한 김 목사는 자신이 지난 1월 강변교회 담임을 은퇴한 뒤로 작은 교회를 다니며 설교를 전하고 글을 쓰는 동안 한 목사에 대한 글과 설교를 40여 차례 쓰고 전했다며 “나도 모르게 나의 생각과 마음을 지배하고 계시다”고 전했다.

김명혁 목사 “약한 분이 너무 보고 싶어지는 때”
“타 종교지도자보다 훌륭하다 생각, 더욱 기려야”

▲19일 오후 5시 서울 영락교회(담임 이철신 목사)에서 한경직 목사 9주기 추모예배가 열렸다. ⓒ 송경호 기자
김 목사는 한 목사님을 세 가지 단어로 표현하며 한국교회의 반면의 교사로 삼았다.

그는 첫째로 한 목사를 ‘약한 분’이라고 했다. 그는 “목사님 스스로를 늘 ‘넘어지고 절망해하고 약한 사람’이라고 표현하셨다”며 “멕시코에 가서 요양하시면서도 바울의 ‘약할 그때에 강함이라’ 하는 글을 읽으며 힘을 얻으셨다. 일생을 ‘연약한 몸으로 살아온 것이 제일 괴로웠다’고 말할 정도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약한 분이 너무 보고 싶어지는 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세다. 정치력, 경제력이 너무 강하고 교인들의 힘이 너무 강하다”라고 말했다.

둘째로 김 목사는 ‘착한 분’이라고 표현했다. 김 목사는 “한 목사님은 사자후 같은 명 설교로, 가슴을 쥐어뜯게 하는 감동적인 말씀으로 설교하신 게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손과 발로, 삶으로 선포하셨던 분이다. 그분의 착한 행실은 사랑과 봉사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김 목사는 “한 목사님, 성프란시스 등에게는 모두 긍휼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기독교는 분노, 저주가 강하다. 이것은 기독교가 아니다”라며 “한 목사님은 자신에게 고통을 안겨준 북한과 일본을 위해 마지막까지 기도하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셋째로 김 목사는 한 목사를 ‘주변을 향한 분’이라고 했다. 그는 “한 목사님은 나라를 너무나도 사랑했다. 하지만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초월, 세계주의, 땅 끝을 향한 마음을 품으셨던 분”이라며 “한 목사님이 강조한 성서적 애국심은 민족지상주의, 국가지상주의가 결코 아니었다. 어떠한 국가도 하나님 위에 있을 수 없다. 애국심이 잘못되어 독재주의 배타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설교를 전하며 김 목사는 “일본복음동맹 회장, 인도, 필리핀, 호주 지도자 등 많은 분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경직 목사님께서 퇴임 후 26년 간 머무셨던 남한산성 자락의 작은 사택 등 목사님의 흔적을 전하는데 깊은 감동을 받는다”라며 한 목사를 기리는 사업에 힘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했다.

김 목사는 “한 목사님을 존경하시는 분들이 많다. 손봉호 박사님은 ‘하늘이 내리신 가장 귀한 선물’이라고도 표현하셨다”며 “어느 종교 지도자들보다 훨씬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기념사업회가 초교파적으로 울타리를 넘어 한 목사님의 삶을 기리고 펴나가는 일을 더욱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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