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급격한 변침(變針, 선박이 진행하는 방향을 트는 것) 으로 인한 적재화물의 쏠림을 지목하고 있다.

조류가 강한 해역에서 급격한 변침으로 선체에 결박한 화물이 풀리면서 무게가 한쪽으로 쏠려 여객선 조타기가 말을 듣지 않고 기울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변침 왜 했나?…졸음운전 했을수도

사고를 수사중인 해경수사본부는 세월호가 뱃머리를 돌리다가 선박 내 적자한 화물이 한 쪽으로 쏠리면서 균형을 잃고 침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승객들의 진술로 미뤄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임긍수 목포해양대 해상운송시스템학과 교수는 "변침으로 인한 적재화물의 이동이 침수의 원인일 수 있다"면서 "특히 적재화물이 고정돼 있지 않았다면 물의 유입을 촉진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변침하게 된 원인으로는 졸음운전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천안함 인양업체인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암초를 피하려고 회두(回頭, 뱃머리를 돌려 진로를 바꿈)했을 수 있다"면서 "급격한 변침으로 결박 화물이 이탈하면서 통제가 힘들 정도로 기울어졌을 것이고, 물이 배 안에 차면서 교타장치에 고장이 나 배가 회전"했을 것이란 가정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이어 "암초를 감지 못한 이유는 여럿 되 졸음운전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승무원의 대응도 미흡했던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사고 후 헬기와 함정이 도착한 오전 9시30분께 선박의 기울기는 50~60도 정도였다.

◇권고항로 무시했나?

세월호는 사고 초기부터 항로를 이탈해 운행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배가 좌초되기 전까지 지그재그로 운항했다는 구조자의 진술이 이어진 탓이다.

해양경찰청은 해양교통관제센터(VTS) 데이터를 근거로 세월호가 '권고 항로'를 벗어나 운항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명석 해양경찰청 장비기술국장은 17일 오전 9시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긴급 브리핑에서 "해수부에서 권고하는 항로와 약간 다른 경로로 간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불법 항로로 갔거나 (정해진) 항로를 이탈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세월호는 평상시에 이용하던 항로를 간 것 같다"고 말했다. 권고항로란 말 그대로 권하는 항로이지 정해진 할로란 뜻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암초에 걸렸나?

침몰 인근 해역은 수심이 낮은 '암반지대'인데다 바닷물의 흐름이 빠른 곳이여서 암초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렇다면 충돌 과정에서 파공(구멍)이 생겨 물이 유입되고, 수압으로 파공 크기가 커져 빠르게 침몰했을 수 있다.

김영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교수는 "암초 등 외부 충격에 의해 선체에 파공이 생겨 침수됐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선체를 인양해 좌초 흔적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후에라야 적재화물의 이동을 후순위로 지목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백점기 부산대 선박해양플랜트기술연구원장도 "침몰 해역의 수심이 깊고 암초가 500m 이상 떨어져있다고 해서 좌초가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면서 "암초가 떠밀려 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체 자체의 결함을 의심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문일주 제주대 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는 "사고 해역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힐 만큼 조류가 센 곳인데다 '쿵'하는 소리가 엔진 등의 결함에 의한 폭발음일 수 있다"면서 "폭발로 인해 선체가 손상돼 순식간에 물이 찼을 것이다"고 추측했다.

 이 여객선에는 수학여행에 나선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4명과 교사 10명 등 승객 447명과 승무원 24명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중이었다. 2014.04.16.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승무원의 대처 미숙에 늑장 구조 탓?

생존자들은 "선내방송에서 대피하지 말고 현 위치에서 기다리라고 한 것이 탈출 기회를 막아 인명피해를 키운 것 같다"고 주장한다. 갑판으로 나오려는 승객을 막은 것이 대형 사고를 일으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단체행동을 하는 수학여행단이 대부분 탈출을 못하고, 일반 여행객과 승무원 탈출이 많은 이유가 일반 여행객들은 안내방송을 무시하고 나왔지만, 학생들은 지도교사들의 지시에 따라 기다렸던 탓이라는 주장이다.

관계당국의 늑장 대응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있다.

목포 해양경찰청 상황실로 최초 사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16일 오전 8시58분. 그러나 해경이 구조본부를 가동한 것은 이로부터 12분 뒤인 오전 9시10분께로 파악됐다.

게다가 조난신고 접수 50분 뒤인 오전 9시40분께야 승선 인원이 많은 것을 감안해 해양선박사고 위기 대응 매뉴얼의 가장 높은 단계인 '심각' 경보를 바로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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