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심이 없는 지도자" 손봉호 교수(서울대 명예교수, 고신대 석좌교수)는 故 한경직 목사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대 사회적인 신뢰를 잃어버린 한국교회가 현재 한경직 목사 같은 인물을 갖고 있지 않음에 대해 안타까워 하고, 후대 기독교인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그를 본받을 것을 당부했다.

손봉호 교수는 사회적인 현상부터 지적했다. 그는 한국사회가 돈, 명예, 권력 같은 하급가치를 지나치게 추구하기 때문에 높은 경쟁심과 낮은 도덕성을 갖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런 가치들이 존중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고등종교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종교들의 가르침이 잘못되었거나 가르침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 아니라, 종교 지도자들이 사회의 신임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개신교의 상황은 심각한데, 기윤실의 조사에 의하면 개신교가 신임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것 (24.8%)과 교회내의 부패(21.4%) 때문"이라고 이야기 했다.

손 교수는 "한국 개신교가 언행일치에 실패해 사회의 신뢰를 상실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비교적 간단하다"며 "종교 자체가 하나님의 영광, 사랑, 희생 같은 기독교적 가치보다는 돈, 명예, 권력 같은 세속적 가치를 더 추구하기 때문"이라 했다.

이에 대해 그는 "교인과 교회의 수가 늘어나고 재정이 넉넉해지자 하급 가치를 향유할 가능성이 생겼고 그런 것에 대한 유혹이 생겨난 것"이라 분석하고, "거기에 번영신학 같은 잘못된 신학이 가세하여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사회의 가치들을 초월하고 그것들을 비판할 능력을 상실하고 말았고 심지어는 세습, 횡령, 선거부정 등 비신사적이고 비도적인 수단까지 동원하기까지 하면서 세속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런 종교는 그 자체로 죽은 것이나 다름 없고 우리 사회를 위해서는 아무 긍정적인 기능도 하지 못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고 지적한 손 교수는 "아직도 순수성을 유지하는 교회와 지도자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대부분 개인적인 경건에만 집착할 뿐 교계 전체에 대한 책임의식이 결여되어 있고, 사회의 신뢰를 회복시키기에는 턱없이 수가 적다"고 했다.

진정한 영적 지도력 발휘한 한경직 목사

손봉호 교수는 "이럴 때에 한경직 목사가 살아계셨더라면 한국 기독교는 이렇게 처참한 상황에 놓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한 목사는 성경이 제시하는 지도자의 전형이었다"며 "스스로 대표가 되는 것을 원하지도 않았고 지도자가 누릴 수 있는 명예나 행사할 수 있는 특권을 즐기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한 목사는 상당수의 중요한 직책을 맡아서 잘 수행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하나님 나라와 복음을 위하여 누군가가 져야 할 짐이었기 때문에 그는 그 짐을 거절하지 못했다"며 "그것은 오늘날 부패한 기독교를 개혁하기 위하여 나서야 할 일부 존경받는 인사들에게 중요한 자극제가 되어야 하지 않나 한다"고 했다. 한경직 목사는 겸손했지만 결코 그렇게 무책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손봉호 교수는 한경직 목사가 설교나 강의의 사례나 강사료를 받지 않았으며, 교회가 그를 위해 건축한 은퇴목사관을 사양하고 매우 비좁은 남한산성 거처에서 여생을 보냈다고도 소개했다. 그는 "돈 한 푼, 땅 한 평 자녀들에게 남기지 않아 김수환 추기경, 월정 스님과 같이 무소유의 삶을 살았다"며 "돈에 찌들었으면서도 돈을 초월한 삶을 존경하는 한국 사회와 종교계에 그 사실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존경을 받고 도덕적 권위를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목회세습에 대해서는 "한경직 목사도 목회를 하는 아들이 있었지만, 그 아들 목사는 영락교회를 세습하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에서 목회함으로 아버지의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며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비정상이 일반화된 한국 기독교계에서는 그런 것조차도 존경의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평했다.

손 교수는 "탐심을 버림으로 한경직 목사는 기독교의 위대한 지도자 반열에 설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알려진 탬플톤 상을 수상하면서도 자신은 신사참배를 했기 때문에 수상 자격이 없다고 겸손해 했다"고 소개했다.

역경을 딛고 일어나

한경직 목사는 유학시절 폐결핵을 앓았다. 그 당시 폐결핵은 오늘날 암과 같은 것이었기에, 그런 고난이 그를 그렇게 위대한 영적 지도자로 만들었다고 손봉호 교수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그도 약점이 있었으니, 하나는 영락교회를 대형교회로 만든 것이요 다른 하나는 교회의 잘못과 교계 지도자들의 잘못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충분히 고쳐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라고 손 교수는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교수는 "한경직 목사를 한국에 보내신 하나님께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주기철, 손양원, 장기려, 김용기와 더불어 한경직 목사 등 우리가 마음 놓고 존경하고 쳐다볼 수 있는 모범이 있으며, 우리 자신을 비쳐보고 부끄러워 할 수 있는 거울들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하냐"며 "후대 그리스도인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잘 이용하면 엄청난 교육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했다.

한편 손봉호 교수의 강연은 오는 4월 9일(수) 숭실대 한경직목사기념관에서 열리는 한경직 목사 기념강연회에서 있을 예정이다. "교회와 민족의 지도자 한경직 목사"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손 교수의 강연 외에도 불교와 원불교, 천도교, 성공회 등에서 바라본 한경직 목사에 대한 발표도 있을 예정이다. 한경직목사기념사업회(이사장 이철신)가 주최한다. 한경직 목사는 2000년 4월 19일 소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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