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선 교수   ©오상아 기자

지난해 열린 제10차 WCC 부산총회가 던진 '정의와 평화의 순례'라는 신학적 물음에 응답하기 위한 학술세미나가 진행됐다.

28일 오후 2시부터 연동교회(담임목사 이성희)에서 진행된 오이코스 신학운동 학술세미나에서 '정의와 평화를 위한 순례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제한 최광선 교수(호남신학대학교, 영성신학)는 "WCC 10차 총회 메시지는 '(정의와 평화를 위해) 함께 순례를 떠납시다' 였다"고 말했다.

그는 25권의 방대한 양에 달하는 세계 영성(World Spirituality)의 주 편집자였던 커신스(E.Cousins)가 설명한 '여정'의 의미에 대해 소개했다.

"여정이 상징하는 것은 작은 의미에서 신비적 삶을 의미한다. 이는 단지 신비적 의식의 형태만 말하지 않고 그것을 얻기 위한 전체 과정을 의미한다. 여정의 상징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등정, 바다를 건넘, 사막으로 행진, 성전의 거룩한 지성소로 진입, 지상에서 하늘로 사닥다리 등이다. 여정의 상징은 영적성장의 과정을 잘 표현하는 방법이다. 여러가지 영적성장의 방법으로 소개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정화, 조명, 그리고 일치라는 영적성장에 대한 설명이다. 그 여정은 일반적으로 회심에 대한 요구, 신적 은총과 인도, 장애를 만남, 그리고 궁극적 성공이다."

최 교수는 "이런 바탕 위에서 에큐메니칼 운동을 여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첫째, 현재 파괴적이며 억압된 상황에 대한 분별과 익숙한 삶, 현재에 대한 회심과 결별을 의미한다"고 적용했다.

이어 "둘째는 새로운 비전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한 출발이다"며 "새 땅을 향한 여정에 어려움과 장애가 있을지라도 신적 은총과 인도를 경험하며 궁극적으로는 정의와 평화, 생명이 넘치는 땅으로 인도할 것이라는 희망과 비전의 언어이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궁극적 성공'의 단계는 제자도를 내포한다"며 "성령에 의해 변화된 이들이 예수의 길을 따라 하나님의 사랑에 응답하며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말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순례 또는 여정이 갖는 성서적, 역사적, 그리고 희망에 대한 역동성은 시대를 분별하며 책임 있는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초대하는 장점이 있지만 몇 가지 점은 고려돼야 하고 비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먼저 그는 "순례의 이미지가 던지는 단점은 이 땅은 영원히 처할 거처가 아니라는 의미로 사용되며(히 11:13-16), 이는 초월적 구원을 지향하여 세상으로부터 분리, 사람들로부터 분리, 창조세계로부터 분리된 영성을 지향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초월성에 기초한 영성은 지구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취하는 영성, 지구로부터 소외된 영성 그리고 심지어 지구를 파괴하는 측면까지 보이고 있다"며 "대표적인 예가 현재 북미와 세계에서 진행 중인 생명파괴현상 등 대량멸종 현상이다"고 했다.

그는 "서구인들은 구원의 질서가 펼쳐지는 가운데 천년왕국이 확실히 도래하리라는 믿음이 있었고, 처음에 그들은 이 비전은 신의 섭리에 의해 도달할 영적 상태로 여겼다"며 "그러나 신의 은총에 의해 천년왕국이 도래하지 않자 인간의 노력을 통해 그것을 이뤄내려 했다"고 했다.

그는 "초월성의 교리가 실제 삶에서 주는 것은 '나는 충분하지 않다'는 근본적인 불만족이다"며 "현 산업상업사회는 이를 바탕으로 진보의 신화를 써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이들과 창조세계를 희생시켜 역사적 진보를 이뤄내려는 인간완성시대로 전향을 꿈꾸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총회 문서와 메시지 안에서 창조세계를 선교의 주체로 이해하고 정의와 평화의 구현대상으로까지 확대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면서도 "그럼에도 여전히 인간을 창조세계로부터 분리된 관리자의 이미지인 청지기로 이해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며 '생태 위기의 심각성이 크게 고려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최 교수는 WCC 부산총회와 메시지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서구중심적 신학을 넘어서진 못했다는 것은 큰 한계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 창조세계, 그리고 하나님을 분리시키며 위계적으로 이해했던 서양신학의 한계'를 언급하며 "생태위기에 긴급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면 하나님-인간-창조세계를 새로운 삼위일체적 관점에서 정의와 평화의 순례를 나서는 인간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물음을 제기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했다.

최 교수는 "세계교회는 아시아가 보여준 영성과 신학을 통합하는 모습을 배웠어야 했다"며 "아시아는 오랫동안 종교적 전통과 삶에서 드러난 영성적 가치를 지향했다. 아시아 신학자들에게 믿음을 실천하는 것은 교리적인 가르침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최 교수는 "부산총회는 한국교회에 큰 선물임과 동시에 많은 과제를 남겨 주었다"며 "부산총회와 메시지는 우리에게 생태시대로 변혁을 지향하는 신학, 영성, 목회 패러다임이 새롭게 궁구되어야 할 과제를 남겼다"고 덧붙였다.

오이코스 신학운동 학술세미나가 28일 오후 2시부터 연동교회에서 진행됐다.   ©오상아 기자

한편 이날 발제는 김준우 소장(한국기독교연구소 소장, 기독교윤리학)이 '생태정의와 기독교 신앙', 황홍렬 교수(부산장신대학교, 선교신학)가 '경제정의: 생명의 경제', 정원범 교수(대전신학대학교, 기독교윤릭학)가 '제국과 평화', 장윤재 교수(이화여자대학교, 조직신학)가 '일치', 오현선 교수(호남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가 '포괄적 공동체의 정의롭고 평화로운 순례' 등으로 진행됐다.

■ 오이코스 신학운동은...

'오이코스 신학운동'(Oikos Theology Movement)은 경제위기, 생태위기, 문명위기 등으로 인류문명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는 이 시대에 하나님이 주신 생명과 일치,정의와 평화 속에서 만물과 더불어 살기 위한 변혁적 신학과 신학교육의 실천을 목표로 2009년 1월 시작됐다.

지난 4년간 오이코스 신학운동은 전통적 신학교육에서 탈피해 학생과 교수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방법으로 여름학교와 겨울학교를 열어왔으나, 작년 열린 WCC부산총회 이후에는 교육뿐 아니라 새로운 신학적 지식과 담론 형성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3년간은 WCC 부산총회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성찰해 왔다.

현재는 대전신학대학교, 부산장신대학교, 서울장신대학교, 연세대학교, 영남신학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 한남대학교, 한일장신대학교, 호남신학대학교의 교수와 지역교회 목회자 및 에큐메니칼 사역자 등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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