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씀

3 무릇 나의 영혼에는 재난이 가득하며 나의 생명은 스올(무덤)에 가까웠사오니
4 나는 무덤에 내려가는 자 같이 인정되고 힘없는 용사와 같으며
5 죽은 자 중에 던져진 바 되었으며 죽임을 당하여 무덤에 누운 자 같으니이다 주께서 그들을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시니 그들은 주의 손에서 끊어진 자니이다
6 주께서 나를 깊은 웅덩이와 어둡고 음침한 곳에 두셨사오며
7 주의 노가 나를 심히 누르시고 주의 모든 파도가 나를 괴롭게 하셨나이다 (셀라)
13 여호와여 오직 내가 주께 부르짖었사오니 아침에 나의 기도가 주의 앞에 이르리이다
16 주의 진노가 내게 넘치고 주의 두려움이 나를 끊었나이다
17 이런 일이 물 같이 종일 나를 에우며 함께 나를 둘러쌌나이다
18 주는 내게서 사랑하는 자와 친구를 멀리 떠나게 하시며 내가 아는 자를 흑암에 두셨나이다

"오! 아버지, 내 영혼과 육체에 어둔 밤이 지속되나이다. 나의 기도는 무덤속의 기도입니다. 오, 주여!"

기독교 신앙의 본질은 하나님과 연합에 이르는데 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는다(요 14:6; 엡 3:12; 히 10:19; 벧전 3:18).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은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장사되심, 그리고 부활의 사건에 각각 연합되는 것이다(고전 15:3-5).
그리스도는 우리의 죄를 위해 죽으셨다. 그리고 장사되시고 삼일간 무덤에 계셨다. 그 후에 부활하셨다.
이는 전승된 복음이며, 각각의 복음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우리와 연합될 때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며, 하나님과 연합에 이르게 된다.

죽으심과 부활의 복음은 장사의 복음을 사이에 두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죽으신 후 즉시 부활하지 않으셨으며, 삼일간 무덤에 계신 것이다.
그와 함께 죽은 자는 그와 함께 장사되어야 한다.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음으로 그와 함께 장사되었나니..."(롬 6:5).
우리도 그와 함께 '무덤'에 처한다는 것이다.

삼일간의 무덤은 옛 사람이 죽고, 영원한 생명으로 탄생하는데 필연적 과정이다.
독일의 신학자"칼 하임"은 이를 가리켜 "나비의 생명이 되기 위해 애벌레가 고치 속에 들어가는 것"으로 비유하였다.

무덤속의 삼일, 고치속의 삼일은 영혼의 어둔 밤이다.
하나님과 분리되어 살아온 모든 삶이 심판받는 시간이다.
그래서 장사복음은 심판의 복음으로 부른다.
하나님은 심판으로써 자신을 계시하신다(겔 32:15; 35:4).
심판을 행하심으로써 하나님의 공의가 드러나는 것이다(시 48:10).

그런데 하나님을 믿는 자에게는 심판이 끝이 아니다.
심판의 자리에 하나님이 거하실 성소를 지으신다.
다윗이 심판받은 오르난의 타작마당에 성전이 지어졌다(대상 21장, 대하 3장).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의 손으로 지은 모든 성전을 무너뜨리시고, 삼일만에 영원한 성전을 지으실 것이라고 하셨다(요일 2:19).

그러므로 무덤의 삼일은 그리스도와 연합되어, 하나님이 거하실 성소가 지어지는 시간이다.
불순종하는 옛 사람이 죽고, 순종하는 새 사람이 지어진다.
요나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삼일간 물고기 뱃속에 있었다.
그 후 불순종하는 자에서 순종하는 자가 되었다.

요나의 삼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하실 삼일간의 무덤을 예표한다.
사람들은 예수님께 나아와 기적을 구한다.
그들이 구한 기적은 하나님과 분리된 옛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예수님은 그들을 향해 악하고 음란한 세대가 이런 기적을 구한다고 하면서 책망하셨다(마 12:39).
그러면서 참되고 유일한 기적을 말씀하셨다.
"요나가 밤낮 사흘 동안 큰 물고기 뱃속에 있었던 것 같이 인자도 밤낮 사흘 동안 땅 속에 있으리라"(마 12:40).

기독교의 참다운 기적이 무엇인가? 우리에게 참되고 유일한 기적이 무엇인가?
하나님과 분리된 상태를 그대로 두고, 죄인으로서 잘살고 잘먹고 행복한 것인가?
"그들은 먹었고, 그들은 마셨고, 그들은 행복하였더라"(왕상 4:20).
이렇게 더 잘살고 더 잘 먹고 더 행복하기 위해 기적을 구하는 것인가?
이것은 예수님이 말씀하신바, 악하고 음란한 세대가 구하는 표적이다.

기독교의 참된 기적은 무덤 속에 거함이다.
우리의 참된 기적은 그리스도와 함께 삼일간 무덤(땅속)에 머무는 것이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이 집행되며, 하나님이 거하실 성소가 지어지며, 영원한 생명이 실재되며, 하나님과 연합에 이르는 것이다.
그 때 비로소 새 사람이 되는 기적으로 열매 맺는다.
그러므로 무덤의 삼일은 진실로 복되며, 영원한 복음이다.
하지만 무덤의 삼일은 영혼의 어두운 밤이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다.
오직 말씀과 기도로 그리스도와 연합할 때만 지나는 때이다.

시편 88편은 영혼의 밤을 지나는 시인의 기도이다. 무덤 속에서 부르짖는 기도이다.
시인의 영혼에 재난이 가득하며, 그의 영혼은 무덤(스올)에 가까웠다(3절).
그는 무덤에 내려가는 자 같이 되며, 모든 맥이 풀린다(4절).
그는 죽은 자 중에 던져지며 무덤에 누운 자 같이 된다(5절).
그가 부르짖어 기도할 때 그는 모든 일이 주께로부터 왔음을 알게 된다.
"주께서 나를 깊은 웅덩이와 어둡고 음침한 곳에 두셨사오며 주의 노가 나를 심히 누르시고 주의 모든 파도가 나를 괴롭게 하셨나이다"(6-7절).

주께서 그가 아는 자, 사랑하는 자들을 멀리 떠나게 하시고, 그들에게 가증한 것이 되게 하신다(8절).
그는 덫에 걸려 갇힌 몸이 되었고, 그 눈은 눈물에 젖어 쇠하여졌다(8-9절).
그는 밤낮으로 주께 부르짖는다(1절). 매일같이 부르짖는다(9절). 아침마다 기도한다(13절).

죽은 자에게 기적이 일어날까! 다시 일어나 주를 찬송할 수 있을까!
아니다. 회의와 절망이 그를 엄습한다. 다시 소리친다.
"무덤 속에서 어떻게 주의 사랑을 외치겠습니까?
어떻게 죽은 자가 주의 신실하심을 알겠습니까?
주의 기적이 무덤 속에서 알려지겠습니까?"(10-11절).

최후의 절망은 하나님께 버림받는 것이다. 하나님이 얼굴을 숨기시는 것이다(14절).
부르짖고 기도해도 끝까지 잠잠하시는 하나님...
시인은 거기까지, 마지막 절망에 이르렀다.
주의 분노가 그를 휩쓸어가고, 주의 두려움으로 그는 죽을 것만 같다(16절).
눈만 뜨면 재앙이 밀어닥친다. 죽을 것만 같은 하루가 시작된다.
주께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친구들을 다 빼앗아가셨다.
칠흑같은 어둠만이 그의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어둠만이 나의 가까운 친구가 되었습니다"(18절, 쉬운성경).

16세기 영성가 '십자가의 요한'은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과 연합에 이르는 진리를 깨달았다.
그런데 하나님과 연합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혼의 어둔 밤"을 지나야 한다고 하였다.
"그 밤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다.
지금껏 하나님이 내게 베푸신 사랑도 은혜도 산산이 깨어지는 혼돈의 밤이다.
확신이 물 녹듯 녹아내리고, 기다림조차도 헛되게 느껴지는 무의미한 시간이다.
허탈하고 소망 없는,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은 밤이다.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 소름끼치도록 권태로운 시간들이 계속되는 밤이다.
어디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좌절하고 무력해지는 나날들이요, 나도 나를 잊는 밤이다.
거센 물결에 난파되어 생명줄 놓고 표류하는 데에 익숙해지는 밤이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손길이 거기에 있도다!
오직 그 손에 이끌려 온갖 두려움과 의심을 뒤로하고...
눈감은 채 따르는 밤이니...
나를 품으시는 그 사랑에 눈물겨울 수밖에 없구나"

구약의 모든 성경은 오직 그리스도에 대한 증거이다(요 5:39).
그러므로 오늘 시인이 당하는 무덤의 고통은 그리스도가 당하신 고통이다.
나의 주님, 그리스도는 무덤 속에서 오늘 시편으로 기도했으리라!
그 분은 왜 무덤에 가셨는가? 누구를 위해 무덤에서 기도하시는가? 자신을 위해서인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바로 나를 위해서이다. 십자가에 죽기에만 합당하는 나를 위해서...

2년반 전 내게 주의 분노가 임했다. 일, 사람, 사역, 명성, 직분.. 모든 것이 휩쓸려갔다.
나의 쓴뿌리, 나의 상처, 나의 악독함이었으나 주께서 그리하셨다.
주께서 내가 아는 자, 나의 사랑하는 이들, 친구들을 다 빼앗아가셨다.
나는 그들에게 가증스런 자가 되었다. 갇혀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나의 영혼에 재난이 가득하고, 나는 무덤에 누운 자가 되었고, 실로 죽음에 던져진 자가 되었다.

다시 일어날 재기의 가능성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희망의 불은 꺼지고 칠흑같은 흑암만이 나의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매일 말씀 앞에 머물렀다. 그 때마다 말씀은 심판의 검이 되었다(히 4:12).
아침으로, 낮으로, 밤으로 탄식하며 기도하며 부르짖었다.

그리스도의 사건은 우리 모두의 사건이다. 누구라도 피해갈수 없다.
하나님과 분리된 모든 사람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어야 한다.
십자가에서 죽은 자는 그리스도와 함께 장사되어야 하며, 삼일간 무덤 속에 거해야 한다.
무덤 속에 머무는 것이 기적이다! 기독교의 참되고 유일한 기적이다.
어찌 이 기적 없이 새로 지으심을 받는 부활의 기적이 있으리요!
그렇다, 심판 없는 부활은 상징일 뿐이다!(폴 틸리히).

♦묵상 기도

오, 아버지..
저는 옛 사람의 기적을 쫓던 자였습니다.
악하고 음란한 세대가 구하는 기적을 구했습니다.
아, 내게 정작 필요한 기적은 무덤 속에 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오, 아버지..
주의 분노가 모든 것을 휩쓸어갔습니다.
옛 사람으로 이룬 기적들이 다 사라졌습니다.
나의 사랑하는 이들, 나를 아는 자들, 나의 친구들을 다 앗아갔습니다.
무덤 속에서 밤낮으로 부르짖었습니다. 여전히 어둔 밤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의 손이 거기 있었습니다.
나를 이끄셨습니다. 말씀 앞에 설 때마다 두려움과 의심을 뒤로하고 따르게 했습니다.
오, 나를 품으시는 주의 사랑에 한없는 눈물을 흘리나이다.

아버지...
감사하나이다. 나에게 무덤의 기적을 베푸시다뇨!
이로써 심판이 끝났습니다. 새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무덤에 머물겠습니다.
무덤에 처한, 무덤에 처할 많은 영혼들과 함께 하겠나이다!
무덤에 머무는 기적이 참되고 유일한 기적입니다.
나로 하여금 거기 머물게 하소서!
죽은 자로, 무덤에 처한 자로 살게 하소서!
그리하여 영혼들에게 생명이 되게 하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그러므로 우리 속에서는 죽음이 활동하지만, 여러분 속에서는 생명이 활동하게 되는 것입니다"(고후 4:12).

■ 서형섭 목사는...

서 목사는 하나님의 검증을 마친 영적지도자다. 한국외대에서 경영학(B.A.)와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영학(MBA)를 졸업하고, 서울신대 신학대학원 목회학(M. Div.)을 공부했다. 논문 '말씀묵상을 통한 영적 훈련'(Spriritual Training through Meditiatioin on the Word)으로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D. Min.) 학위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00년 반석교회를 개척하고, 치유상담연구원에서 6년간 수학 후 겸임교수를 지내며 동시에 한국제자훈련원에서 8년간 사역총무를 역임했다.

현재 서형섭 목사는 말씀묵상선교회 대표로 섬기며 특히 '복음과 생명', '말씀묵상과 기독교 영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저술과 세미나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말씀묵상이란 무엇인가>(갈릴리, 2011년)와 최근 출간된 <복음에서 생명으로>(이레서원, 2013년) 등이 있다.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말씀묵상선교회 #서형섭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