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사망
애플이 5일(현지시간) 공동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향년 56세. 사진은 지난 3월 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iPad를 소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곧 죽을 거란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인생에서 커다란 선택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가장 중요한 도구입니다. 외부의 기대, 자부심, 좌절과 실패 등은 모두 죽음 앞에서 덧없이 사라지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입니다."
죽음까지 혁신의 도구로 이용했던 글로벌 IT업계의 위대한 구루(스승.거장) 스티브 잡스.

그는 애플과 애플 제품에 대해서는 현란한 미사여구와 화려한 영상까지 활용해 '프레젠테이션(PT) 달인'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지만 개인사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최고경영자(CEO)로 유명하다.

그러던 그가 2005년 미국 서부 명문대학인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연설을 통해 자신이 살아온 불우했던 어린 시절, 암투병, 좌절과 성공 등에 대해 상세하게 털어놓아 화제가 됐다.

잡스는 1955년 2월2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지 몇 주 만에 입양기관을 거쳐 폴과 클래라 잡스 부부로 입양됐다. 잡스의 생부 압둘파타 존 잔달리와 생모 조앤 심슨은 위스콘신대 대학원에 재학 중일 때 캠퍼스 커플로 만났으나 심슨 가족이 잔달리가 시리아인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결혼에 반대해 미혼모인 상태로 잡스를 낳았다.

생모인 조앤 심슨은 입양 당시 대학을 나오지 않은 잡스 부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주저하다가 "스티브를 꼭 대학에 보내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에야 입양을 허락했다. 잡스는 학창시절 내내 '사고뭉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다행스럽게도 입양 부모인 잡스 부부는 그를 사랑으로 감싼 것으로 전해졌다.

잡스는 명문 리드대학에 입학했으나 6개월 만에 중퇴하면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갔다. 당시 친구의 방바닥에서 자고 먹을 것을 위해 콜라병을 반납해 5센트를 모았으며 한 사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 주는 식사를 얻어먹으려고 7마일(11.3㎞)을 걸어가기도 했다.

잡스는 1976년 '컴퓨터 천재' 스티브 워즈니악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알토스에 있는 입양부모의 집 창고에서 애플을 창업한 후 이듬해 개인용PC 애플Ⅱ를 내놓아 성공을 맛보지만 30세 때인 1985년 자신이 영입한 CEO 존 스컬리과 이사회에 의해 쫓겨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래픽> 애플 설립자 스티브 잡스 연보
(AFP=연합뉴스) 애플의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5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향년 56세.

그는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모든 것이 사라지고 너무나 비참한 기분을 느껴 몇 달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며 "공식적으로 실패한 사람이었고 실리콘밸리에서 도망가고 싶었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컴퓨터 개발사 넥스트와 컴퓨터그래픽(CG) 영화사 픽사를 설립해 또다시 일어섰으며, 경영난을 겪고 있던 애플로 복귀해 아이맥에 이어 2001년 아이팟, 2007년 아이폰, 2010년 아이패드를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애플을 세계 최대 IT업체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잡스는 이 같은 외적인 성공에도 불구, 2004년 췌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한 뒤 2009년 간이식 수술까지 받는 등 치열하고 긴 투병생활에 시달려야 했다.

잡스는 미혼모의 아이로 태어나 입양되는 등 복잡한 가정사, 대학을 중퇴하고 방황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난데다 암 선고를 받고 간이식 수술까지 받는 등 고통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지만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대학을 중퇴한 후 배운 서체교육이 이후 맥컴퓨터의 서체에 응용할 기회를 제공했다고 지적했으며, 애플에서 축출된 것은 인생에 있어 최고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바꾼 뒤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었던 최고의 사건"이라고 일갈했다.

심지어 그는 암선고를 받은 후 죽음에 직면한 후에도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면서 아이폰과 아이패드 신화를 일궈냈다.

그는 성공과 좌절이 교차하는 '롤로코스터'와 같은 인생을 살면서도 스탠퍼드대 연설 말미에 밝혔듯이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전진하면서(Stay Hungry. Stay Foolish)" 항상 자신의 신념에 따라 치열한 삶을 살다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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