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김남권 기자 = 서울시내 주유소들이 정유사가 도매가를 ℓ당 100원 인하한 직후에는 할인 전 확보한 물량을 이유로 소매가를 천천히 내렸지만 도매가가 일부 인상됐을 때에는 신속히 가격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주간 주유소 휘발유 공급가격을 20∼40원 올린 12일 시내 주유소들은 일제히 판매가를 15원 이상 올렸고, 강남과 여의도 등지에서는 2천300원에 1원 모자란 2천299원짜리 가격판을 걸어놓은 주유소가 적지 않게 목격됐다.

◇서울 주유소, 내릴때·올릴때 1주일 너무 달랐다 = 주유소들은 4월 초 정유사들이 공급가격을 100원 내린 직후 바로 제품값을 인하하지 않으면서 "도매가 인하 전 확보한 재고 물량을 먼저 팔아야 값을 내릴 수 있다"고 항변했다.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주유소 보통 휘발유의 ℓ당 평균 가격은 4월6일 2천22.32원에서 공급가 100원 인하 다음날인 7일 1천992.82원으로 29.5원 내렸지만 등락을 거듭하다 6일째인 12일에는 1천996.80원으로 오히려 회복했다.

그러나 도매가가 다시 오를 때에는 할인 기간 확보한 재고물량이 무색할 정도로 시내 주유소의 소비자 가격은 너무 빨리 뛰었다.

이달 6일 1천994.69원이었던 보통 휘발유 가격은 정유사가 도매가를 올리기 전인 11일까지 하루에 1∼2원씩 1천998.48원까지 슬금슬금 오르더니 SK와 GS 등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20∼40원 인상한 12일에는 오후 11시 기준으로 2013.84원으로 15원 이상 치솟았다.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100원씩 한꺼번에 올린 것도 아니고 정유사들이 기름값 인하 직전이든 직후든 재고물량을 판다는 사실은 변화가 없지만, 기름값이 내릴 때와 오를 때 서울 시내 주유소의 태도가 너무 다른 것이다.

◇강남에 2천300원 돌파 주유소 속출할 듯 = SK와 GS가 주유소 공급가를 올린 12일에는 서울에서도 기름값이 비싼 여의도와 강남구 삼성동 일대의 주유소에서는 소매값이 일제히 2천200원 후반대까지 치솟았다.

삼성동의 일부 주유소들은 이날 보통 휘발유를 2천299원에 팔고 있었고 여의도의 한 주유소는 한때 2천302원까지 값을 올렸다가 2천298원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름값이 가파르게 치솟던 지난 5월 여의도 일대에 보통 휘발유 가격이 ℓ당 2천300원이 넘는 주유소가 일부 등장한 적은 있지만 정유사가 공급가 100원을 완전히 올리기 전인데도 소매가가 2천300원에 육박하는 주유소들이 생긴 것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름값이 ℓ당 2천원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12일 이미 서울시내 기름값은 2천10원선을 훌쩍 넘겨버렸다.

업계 관계자는 "GS와 SK에 이어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공급가격을 인상하면 최근 국제유가 강세와 맞물려 가격 상승 압력은 더욱 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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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류값 #기름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