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씀

34 라반이 이르되 내가 네 말대로 하리라 하고
35 그 날에 그가 숫염소 중 얼룩무늬 있는 것과 점 있는 것을 가리고 암염소 중 흰 바탕에 아롱진 것과 점 있는 것을 가리고 양 중의 검은 것들을 가려 자기 아들들의 손에 맡기고
36 자기와 야곱의 사이를 사흘 길이 뜨게 하였고 야곱은 라반의 남은 양 떼를 치니라
37 야곱이 버드나무와 살구나무와 신풍나무의 푸른 가지를 가져다가 그것들의 껍질을 벗겨 흰 무늬를 내고
38 그 껍질 벗긴 가지를 양 떼가 와서 먹는 개천의 물 구유에 세워 양 떼를 향하게 하매 그 떼가 물을 먹으러 올 때에 새끼를 배니
39 가지 앞에서 새끼를 배므로 얼룩얼룩한 것과 점이 있고 아롱진 것을 낳은지라
40 야곱이 새끼 양을 구분하고 그 얼룩무늬와 검은 빛 있는 것을 라반의 양과 서로 마주보게 하며 자기 양을 따로 두어 라반의 양과 섞이지 않게 하며
41 튼튼한 양이 새끼 밸 때에는 야곱이 개천에다가 양 떼의 눈 앞에 그 가지를 두어 양이 그 가지 곁에서 새끼를 배게 하고
42 약한 양이면 그 가지를 두지 아니하니 그렇게 함으로 약한 것은 라반의 것이 되고 튼튼한 것은 야곱의 것이 된지라
43 이에 그 사람이 매우 번창하여 양 떼와 노비와 낙타와 나귀가 많았더라

야곱이 에서의 분노를 피해 라반의 집에 온지 장구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11 아들과 딸 디나를 낳았고 야곱으로 인해 라반의 집은 부자가 되었다.
이제 야곱은 처자를 데리고 라반의 집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라반은 자기 집을 부자로 만든 야곱을 내보내고 싶지 않아 고민하였고 정당한 품삯을 정하라고 야곱에게 제안한다.

그러나 야곱의 반응은 의외였다.
정당한 품삯은 물론 어떤 특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소유의 기준을 제안하였다.
라반이 목축하는 양과 염소 중에서 검은 것, 얼룩진 것, 점이 있는 것, 줄무늬가 있는 것을 따로 구분하여 라반이 가져가고, 이후로 그런 것들이 나오면 자신의 소유로 하겠다는 것이다.

라반이 볼 때 야곱의 제안은 어리석어보였다.
이는 단색 짐승이 교미했을 때 단색 새끼가 출생하기 때문이다.
라반은 당장 손해 볼 것도 없고 나아가 어리석어 보이는 야곱의 제안을 즉각 수락하였다(34절).
이에 자기의 가축 떼 중에서 단색이 아닌 것은 다 가려내어 사흘길이 떨어진 곳에 두고 자기 아들의 손에 맡겼다(35절).
이제 야곱은 라반이 남긴 가축 중 단색의 가축만을 가지고 목축을 시작하였다.

야곱은 버드나무와 살구나무와 신풍나무의 푸른 가지를 가져다가 그 껍질을 벗겨 흰 무늬를 낸다(37절).
그리고 튼튼한 암컷들이 교배기와 태아기가 되어 물을 먹는 곳에 그것을 두어서 그들이 얼룩진 새끼를 낳도록 유도한다(38절).
그들이 가지 앞에서 새끼를 배므로 얼룩진 것과 점이 있는 것과 아롱진 것을 낳는다(39절).
이렇게 해서 라반의 가축은 점점 줄어들고 야곱의 가축은 점점 늘어난다(41-42절).
야곱은 매우 번창하여 많은 양떼와 노비와 낙타와 나귀를 소유하게 된다(43절).

야곱의 재산을 늘리는 이야기는 매우 해학적으로 들린다.
그의 치부는 아주 고대적인, 온 세상에 퍼져있는 주술적 신앙에 기초하고 있다.
이 주술적 신앙에 의하면 일정한 가시적 인상이 인간이나 짐승에게 있어서 어미에게서 태아에게로 전달되고 태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민속에서 말하는 이러한 어미 짐승의 '못 볼 것을 보는 것'(태아에 전달되는 시각적 인상)이 이루어지도록 야곱은 줄무늬가 나도록 껍질을 벗긴 나뭇가지들을 물 먹이는 구유 안에 놓았다.
그리고 암컷들이 물 먹이는 구유 있는 데서 수컷들과 교미를 하여 그 나뭇가지를 보는 순간에 새끼를 배게 된다.

두 사건, 곧 교미와 나뭇가지를 보는 일이 동시적으로 일어날 경우에만 야곱은 성공을 하게 된다.
야곱은 튼튼한 짐승에게만 이렇게 하여 얼룩지고 점있고 아롱진 새끼들은 모두 튼튼한 것이 된다.

야곱은 신앙적인 방법이 아닌 주술적인 방법을 취했는데 복을 받았다.
하지만 야곱은 이것을 가리켜 하나님의 계시로 고백한다(31:11-12).
하나님이 그에게 지시하신대로 순종한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치부의 방식'이 아니라 하나님의 개입과 역사이다.
하나님의 백성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인도하시고 부요케 하신다는 사실이다.

구약에서 부의 성취는 신약에서 완성되었다.
구약에서 가시적인 축복은 신약에서 불가시적인 복, 하나님 나라로 실현되었다.
참된 복은 하늘에 속한 신령한 복이요, 그 복을 누리는 인생이 지복(至福)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복이 성취되었듯이 최악의 상황에서 신령한 복이 성취된다.
그것은 인간이 당할 수 있는 극한의 고통 십자가를 통해서 주어졌다.

하늘로부터 오신 이, 인자는 십자가에 달리셨다(요 3:14).
그리고 모든 사람을 그 십자가로 이끄신다(요 12:32).
그의 십자가 죽음에 함께 죽은 자는 죄사함을 받고 영생을 얻는다(요 3:15).
영생을 얻음은 하나님의 아들들이 되는 하늘에 속한 신령한 복의 성취이다.

영생의 삶은 하나님과의 사귐으로 실재한다.
그것은 영생 얻은 자가 어떠한 상황에 있어도 중단되지 않는다.
영생의 삶은 그 기초가 말씀으로 하나님과 교제하는 것이다.
이것은 심판의 말씀 앞에서 자기 죄를 깨닫고 십자가의 구속사건을 힘입어 아버지 품에 들어가는 것이다.

거기로부터 하나님의 사랑이 한량없이 부어진다.
이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하늘 아버지의 사랑이다.
그 사랑으로 모든 상황에서 넉넉히 승리한다.

♦묵상 기도

아버지여...
50여 평생 보이는 복을 구했습니다.
그것을 구하는 기도는 상당히 마술적 방법이었습니다.
언약을 깨뜨린 채, 말씀을 떠난 채 내가 필요한 것을 구하는 막무가내식 기도였습니다.
하온데 번거롭게 하는 자기 백성을 외면치 않으시고 응답하셨습니다.
결국은 풀의 꽃처럼 마르고 떨어질 것들이었습니다.

아버지여...
가시적인 복이 거두어졌습니다.
주신 이도 당신이시요, 취하신 이도 당신이옵니다.
티끌과 재의 자리에서 귀로 듣던 하나님을 눈으로 보았습니다.
아들의 죽음과 무덤에 연합되어 새 생명을 얻었습니다.
이제 저의 복은 가시적인 것이 아니라 영생의 지복입니다.

아버지...
날마다 말씀 앞에 나아감은 영생의 삶을 사는 것이옵니다.
오늘도 말씀 앞에서 허탄한 인생을 찾아오신 그 사랑에 오열합니다.
내가 무엇이관데... 땅에 속하여 죄 가운데 망할 자를 찾아오신 사랑 앞에 눈물 흘립니다.
이대로 족하옵니다. 무엇을 더 구하리이까! 이대로 충분하옵니다.
생의 기회를 다하여 영생의 지복을 전하는 것, 이것만이 저의 본분이요 기쁨입니다.
주여, 나를 드리나이다. 나를 영생의 도구로 쓰시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 서형섭 목사는...

서 목사는 하나님의 검증을 마친 영적지도자다. 한국외대에서 경영학(B.A.)와 연세대 경영대학원 경영학(MBA)를 졸업하고, 서울신대 신학대학원 목회학(M. Div.)을 공부했다. 논문 '말씀묵상을 통한 영적 훈련'(Spriritual Training through Meditiatioin on the Word)으로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D. Min.) 학위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00년 반석교회를 개척하고, 치유상담연구원에서 6년간 수학 후 겸임교수를 지내며 동시에 한국제자훈련원에서 8년간 사역총무를 역임했다.

현재 서형섭 목사는 말씀묵상선교회 대표로 섬기며 특히 '복음과 생명', '말씀묵상과 기독교 영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저술과 세미나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말씀묵상이란 무엇인가>(갈릴리, 2011년)와 최근 출간된 <복음에서 생명으로>(이레서원, 2013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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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말씀묵상선교회 #서형섭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