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부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에 진입하는 타국 어선을 대상으로 중국 어업관리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례 사실상 '해상식별구역'을 발효시킨 가운데 대만,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미국이 비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9일 중국 환추스바오(環球時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남중국해 상의 영유권 분쟁 해역에 외국 어선이 진입할 경우,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를 만들어 발효시켰다.

이 조치는 중국 지방의회 격인 하이난(海南)성 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작년 11월 열린 제5차 회의에서 '하이난성 중화인민공화국 어업관리 실시 방법'이라는 이름의 조례를 제정 및 통과시켰고, 이후 중국 국무원 비준 과정을 거쳐 지난 1일부터 정식 발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자국 어업 관할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만든 이 규정을 발효시켰지만 대외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고, 구체적인 조항이 명기되지 않는 등 한계로 지적받고 있다.

그러나 이전 규정에서 중국은 약 350만㎢에 달하는 남중국해 해역 가운데 200만㎢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고, 기존 관례에 따르면 중국 어업관리 당국은 해당 해역에 들어온 외국 어선의 조업 도구를 압수하고, 최고 50만 위안(약 8700만원)을 초과하지 않는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필리핀 정부는 이런 사실을 확인한 후 중국 측에 해명을 요구하면서 가장 먼저 불만을 드러냈다.

환추스바오에 따르면 익명의 필리핀 고위 장성은 "유엔 규정에 따라 중국은 자국 영해와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해역에 대해서만 통제 권한이 있을뿐 이 조례가 통과되더라도 해역에서 시행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정부도 중국이 영유권 분쟁이 일는 남중국해에서 타국 어선의 출입을 규제하려는 조치를 도입한 것은 "도발적이고 잠재적으로 위험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9일 중국이 아직 국제법적으로 자국의 해역이라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수역에 이런 규제를 적용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0일 베트남 정부가 이와 관련해 어떤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베트남 정부 대표단이 8일 중국과 해상 개발문제와 관련해 제1차 회담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밖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비교적 신중한 행보를 보이던 대만마저 해당 규정 인정을 거부했다. 대만 국방부는 지난 8일 자국이 동사(東沙· pratas), 서사(西沙·paracels), 남사(南沙), 중사(中沙) 군도를 뜻하는 '남해 4군도'와 그 주변 해역의 주권을 소유하고 있다며 중국의 새 규정을 인정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작년 11월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ADIZ)을 선포한 데 이어 남중국해에도 유사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 가운데 이번 관례 선포로 그 우려가 현실화됐다. 그러나 중국이 남중국해 상공에 ADIZ를 설정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남중국해 주권 분쟁은 동중국해에서보다 훨씬 복잡해, 중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장기적·전략적 관점과 종합적 평가를 통해 신중하게 설치할 것이라고 예상한 가운데 이번 조례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섣부른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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