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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이재현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했던 전직 CJ그룹 간부가 이 회장이 603억여원의 부외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았다.

이는 조성된 부외자금 대부분을 회사를 위한 '공적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이 회장 측 진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용관) 심리로 열린 이 회장에 대한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CJ그룹 전 재무2팀장 이모(44)씨는 "이 회장의 집무실이 있던 서울 중구 남산 CJ사옥 14층 금고에 쌓아뒀던 돈은 이 회장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며 "회사자금으로 보관된 돈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가로·세로 각 3m 크기의 금고방에 1억원 단위로 만원권 지폐가 묶여 차곡차곡 쌓여있었고, 서미갤러리 도록 등도 구석에 놓여 있었다"며 "재무2팀 직원들이 자금 입출 내역을 장부에 정리했으며 일계표를 작성해 매월마다 이 회장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조성된 부외자금은 이 회장의 차량·와인·미술품 등의 구매 대금, 장충동 자택 유지·보수비용, 이 회장 및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51) 재산커뮤니케이션즈 사장의 카드 대금, 이 회장의 형제·자매 등 일가족의 생활비 등에 사용됐다"며 "이 회장이 CJ그룹 임직원에게 지급한 격려금 역시 금고에서 나온 것"이라고 상세히 증언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 변호인은 "당시 임원들에게 상여금을 지급할 때 소득세 등의 세금을 보전하는등 회사 경영에 필요한 공적 용도로 부외자금을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이씨 역시 변호인 측 신문과정에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자금은 차명재산으로 만들어진 이 회장의 개인자산에서 지출된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와 함께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전 제일제당 재무팀장 이모(53)씨도 "회장실 재무2팀의 지시에 따라 1998년부터 2005년까지 8년 동안 603억8000여만원을 (이 회장에게)올려 보냈다"고 진술했다.

이씨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제일제당 재무팀은 100장 단위로 묶은 1만원권을 쇼핑백에 담아 재무2팀에 전달했으며, 직원들은 개인적으로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이나 술집 웨이터로부터 매월 2000만~5000만원 상당의 가짜 영수증을 받아 허위로 증빙 처리했다.

다만 이씨는 "정상적으로 회계처리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이 회장이 기업 운영에 필요한 현금성 경비 마련을 위한 공적용도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씨는 또 "제일제당이 삼성으로부터 계열 분리됐던 1995년 이전부터 임직원 현장 격려금, 경조사비, 접대비 등 회사 업무에 필요한 현금성 경비사용을 위한 부외자금 조성이 관례처럼 있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조성된 부외자금은 CJ그룹 내부에서 사용되기도 했지만 모그룹이었던 삼성그룹에 전달되기도 했다"며 "일종의 심부름처럼 이를 전달하고 영수증을 수령한 사실이 있으며, 영수증에는 '그룹 공통 경비'로 기재됐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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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1988~1992년까지 지속적으로 부외자금을 전달했으며 한 달에 1~2회 정도, 5000만원에서 1억원을 (삼성에) 전달했다"며 "금융실명제가 시행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차명으로 된 100만원권 수표로 (삼성그룹) 회장실 비서실에 전달했다"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한편 이날 마스크를 쓰고 휠체어를 탄 채 출석했던 이 회장은 공판이 시작된 뒤 1시간여만인 오전 11시3분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재판부의 양해를 얻어 퇴정했다.

앞서 이 회장은 CJ그룹 직원들과 공모해 국내외 비자금을 차명으로 운용·관리해오면서 546억원의 세금을 탈루하고 963억원의 국내·외 법인 자산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또 일본 도쿄 소재 빌딩 매입과정에서 CJ일본법인에 569억원의 손실을 끼치는 등의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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