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장로교회 한병철 담임목사

미래를 아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번쯤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 사람과 결혼해야 하나? 과연 이 직업을 선택해야 하나? 이놈의 반항아가 나중에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가?" 미래를 알게 되면 인생이 편안해 지고, 조그만 단서라도 주어지면 결정을 내리기가 쉬울 것 같은 생각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성경을 읽어보면 하나님께서 좀처럼 미래의 비밀을 드러내지 않으시는 이유가 이해됩니다. 아쉽게도 사람은 그만한 비밀을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발람 선지자는 이스라엘의 미래에 관한 하나님의 확실한 메시지를 받았지만, 스스로 승리를 예언한 이스라엘에 대항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결국 하나님 백성의 원수로 처형을 당합니다(민24장). 또 히스기야 왕은 유례없이 하나님으로부터 15년의 생명을 연장 받았지만, 15년의 보너스 인생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 그 세월을 쓸데없는 일에 탕진하고 말았습니다. 인간 대부분은 미래를 아는 지식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합니다. 발람처럼 나쁜 소식 앞에서 불순종하고, 히스기야처럼 좋은 소식 앞에서 교만에 빠지기 쉽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성경에서 하나님께서 미래의 일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던 인물들 모두가 미래를 알게 되었다고 해서 그 곳으로 향하는 길이 편안해지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알고 있는 미래라도 그곳으로 가는 오랜 시간을 인내와 순종으로 견뎌내려면 보통 큰 믿음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우리 시대는 신구약 시대처럼 미래에 관한 구체적인 계시가 내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고, 우리에게는 구원과 영생이라는 선물이 주어져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방종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은혜를 악용하는 사람은 은혜를 누릴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미래에 대한 계시와 함께 책임이 주어졌습니다. 하나님의 용서와 구원의 은혜를 미리 아는 우리는 믿음에 따라 선택해야 할 책임이 동시에 주어졌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그토록 거룩한 비밀을 맡기신 것은 하나님의 어마어마한 모험이었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성스럽게 그분을 따라야 합니다.

미래를 안다고 해서 미래로 가는 길이 편안해지지 않습니다. 그 미래를 하나님께 맡기고 그분을 의지해서 가는 것이 가장 편안하게 세상을 사는 비결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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