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대주교   ©서울대교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70) 대주교가 "사제는 복음적 방법으로 부조리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대주교는 2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영명(靈名·세례명)축일 축하미사 강론을 통해 "사제는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세상의 부조리와 불평등의 구조를 용감하게 개선하며 변화시키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 방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염 대주교는 지난 24일 미사에서도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교회와 사제들의 역할'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하지만 28일에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함세웅 신부 등이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국미사를 집전하는 등 현실정치 참여 행보를 이어갔다.

이날 염 대주교의 발언은 이에 대한 일종의 견제로 풀이된다.

염 대주교는 성경의 마태오 복음 4장17절을 인용해 "사제의 사목 활동은 무엇보다 하느님 말씀을 선포하고 성사를 집전해 모든 이를 구원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가 24일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신앙의 해 폐막미사를 집전했다. 염 대주교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최근 시국과 관련해 평신도와 사제들의 행동에 대해 "평신도 그리스도인 정치 참여는 일종의 의무, 사제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는 잘못된 일"이라고 언급했다. 2013.11.24.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뉴시스

염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세상의 부조리와 불평등의 구조에 짓눌리지 말고 용감하게 개선하며 변화시키는 데 주저하지 말라고 용기를 주신다"면서도 "그러나 그 방법은 철저하게 복음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언제나 '선함과 자비, 정직과 사랑, 용서와 화해의 길'을 택해야 한다"면서 "그 이유는 우리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하셨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신자들에게도 "사제가 교회에 서약한 대로 거룩한 직무에 충실해 주님과 일치하고 하느님 백성의 구원사업에 전념하도록 함께 기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는 교황대사관 참사관 줄리앙 카보레 몬시뇰(고위 성직자)과 조규만 주교 등 사제와 신자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용어설명 '서울대교구 및 대교구장'

천주교는 교구 단위로 운영되며, 한국의 경우 군종교구를 포함해 모두 16개 교구로 구성된다. 그중 서울대교구는 규모 면에서 가장 크며 1911년 대구대교구와 함께 생겨난 가장 오래된 교구 중 하나다. 특히, 이를 관장하는 서울대교구장은 대주교·주교 등 23명으로 구성된 주교회의의 일원이면서도 한국 수도 서울을 대표한다는 상징성 등으로 한국 가톨릭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염수정 대주교는 지난해 6월 25일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제14대 서울대교구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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