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전체회의에서 미국교회협의회 회장인 비켄 아이카잔 대주교가 마침 기도를 하고 있다.   ©장세규 기자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의 주제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다. 총회 둘째날인 31일 오전 부산 우동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전체 회의는 이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성찰해보는 시간이었다.

초점은 무엇보다도 이 주제가 담고 있는 교회의 '정의와 평화'의 사명과 현실의 문제들 간의 연결점을 찾는 데에 맞춰졌다.

미셀 시디베 유엔에이즈(UNAIDS) 사무총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장세규 기자

회의에는 UNAIDS(유엔에이즈,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기구 미셸 시디베 사무총장, 이집트 콥틱교회 여성 지도자 웨다드 압바스 타우픽 박사, 스리랑카 성공회 듈립 카밀 데 치케라 주교가 발제자로 나서 참석한 교단과 교회, 교인들 간에 원활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대화의 주제를 제공했다.

유엔에이즈 미셸 시디베(Michel Sidibe) 총재는 먼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총회 주제를 성찰하며, 세계와 교회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 된 HIV 문제를 거론했다.

시디베 총래는 "언어와 배경에 상관없이 우리가 바라는 것은 동일하다. 그것은 정의와 평화"라며, 이는 즉 "인류의 희망과 존엄성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서 가장 소외되기 쉬운 이들로 HIV의 영향 아래 놓인 이들을 들며, "이들에게 낙인을 찍고 편견을 갖는 것을 중단하고 이를 통해 HIV 감염자들이 숨거나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하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디베 총재는 또한 "HIV 치료약에 대한 접근이 부와 사회적 지위에 따라서 차별적인 현실" 역시 지적했으며, "무엇보다도 산모를 통한 신생아 HIV 감염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웨다스 압바스 타우픽(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콥틱교회) 박사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장세규 기자

이어 웨다드 압바스 타우픽(Wedad Abbas Tawfik) 박사는 자신이 속한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기독교 박해 문제를 꺼내놓으며 상황적 성찰을 제공했다.

타우픽 박사는 고국인 이집트 교회의 최근 박해 상황을 자료들과 함께 소개하며 "이집트 교인들은 폭력과 강탈, 체포와 살해의 위협에 처해 있다. 단지 그리스도를 증언하기를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교인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정의와 평화를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우리가 박해를 극복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고도 전했다.

타우픽 박사는 또한 "우리는 기도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며, 세계 교회에 "이집트에서 정의와 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 이것이 우리를 돕고 위로하고 지원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발제를 위해 흰색 사제 복장을 하고 등단한 듈립 카밀 데 치케라(스리랑카 성공회) 주교   ©장세규 기자

마지막으로 듈립 카밀 데 치케라(Duleep Kamil de Chikera) 주교가 교회의 '희생 신학'을 강조하며 주제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제공했다.

치케라 주교는 "세계가 당면한 많은 어려움은 탐욕을 쌓아가는 이들로 인해 악화되고 있다"며 "이제는 더 이상 탐욕으로 인해 억압되고 소외된 희생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단호하게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몸소 실천하셨던 것과 같은 섬김과 봉사의 희생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탐욕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정의와 평화에 희생신학은 절대 불가결한 것이며 우리 기독교 공동체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또 "예수님께서 받아들였던 자들은 고아와 과부 이민자 같은 소외된 이들이었다. 이러한 희생자들을 오늘날 우리의 담론 가운데 두고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며 "우리 가운데 일부는 이러한 소명을 외면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서로의 발을 씻기면서 다시 성실히 여정을 이어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각 발제 이후에는 차세대 에큐메니칼 운동을 이끌어갈 독일 출신의 젊은 여성 신학자가 나와 이들 발제자들과의 좌담을 이어갔다.

멜리산데 쉬프터 로르케(Melisande Schifter Lorke,왼쪽) 박사가 발제자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장세규 기자

멜리산데 쉬프터 로르케(Melisande Schifter Lorke) 박사가 이끈 이 좌담에서는 오늘날 청년들을 교회로 불러모으고 전 세계의 정의와 평화를 위한 사역에 동참하게끔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각 발제자들이 견해를 나눴다.

시디베 총재는 "오늘날 젊은이들을 더 이상 사역의 수혜자가 아닌 주체로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로 UNAIDS 내에서 70개국 청년들이 주도하는 성교육 프로그램을 예로 들었다. 타우픽 박사 역시 "젊은이들은 교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있으며 따라서 교회가 그들에게 비전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케라 주교는 청년들에게도 "희생신학의 영성"을 심어주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회의는 아르메니아정교회 미국 교구의 비켄 아이카쟌 대주교의 인도로 진행됐다. 한편, 이번 총회 전체 회의는 이 날 주제 회의에 이어 아시아 회의와 선교/일치/정의/평화 회의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회의와 함께 그룹별로 에큐메니컬 좌담과 마당 프로그램(워크숍)도 진행 중이다.

31일 오후 부산 벡스코 모디토리움에서 열린 WCC 제10차 총회 전체회의를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는 차가자들. 전체회의는 발제 후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장세규 기자

한편, 총회 초반 회무 처리를 위한 회의를 거쳐 각 위원회 보고가 총회 후반에 있을 예정이며, 특히 4일에는 중앙위원회 선거가 치러질 계획이다. 총회에서 발표될 '한반도 평화 선언문'과 30년만의 새로운 선교 선언문인 '함께 생명을 향하여:변화하는 지형에서의 선교와 전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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