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층짜리 건물 1층의 무료급식소가 방화로 전소돼 잿더미가 됐다.   ©지구촌사랑나눔

지난 8일 방화로 급식소 건물 1층이 전소된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지구촌사랑나눔 이주민쉼터 대표 김해성 목사가 방화범에게 용서의 메시지를 전했다.

12일 그는 '김해성의 희망편지'에 편지를 게재해 "이주노동자 특히, 중국동포를 돕는 목사로서
불법체류자는 물론이고 밀입국자까지 인도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때로는 정부와도 심각하게 싸웠는데 급식소를 잿더미로 만든 방화범 김씨는 용서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같은날 자정 숨진 것으로 알려진 방화범 김모(45)씨는 중국동포로 지난 6일 오갈 데가 없다며 지구촌사랑나눔을 찾아왔다. 쉼터 관계자는 그에게서 알코올중독과 정신질환의 징후를 보았지만 '오갈 데 없는 사람을 내쫓지 말라'는 김 목사의 운영방침 때문에 그를 받아들였다.

김 목사 처음 김씨의 병원을 처음 찾아 간 것은 "도대체 어떤 놈이기에 밥을 준 곳에다 불을 질러 같은 처지인 동포를 다치게 하면서 은혜를 원수로 갚은 배은망덕한 자가 누구인지 얼굴이라도 확인하려고"였다. 그러나 김씨가 뇌수술 중이라 면회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사고 후 사흘째 되는 날, 김 목사의 마음에서 들려오는 한 목소리가 있었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설교하는 김해성 목사, 너는 지금 무엇 하고 있니?'

김 목사는 10일 다시 중환자실을 찾아갔다. 이날 그는 산소 호흡기에 숨을 연명하고 있는 의식 없는 김씨에게 "당신을 용서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또한 "당신이 저지른 방화로 부상당한 피해자들과 발생한 모든 손해에 대해 원망하거나 분노하지 않겠다"며 "당신이 이대로 떠난다면 장례 또한 돕겠다"고 했다. 김씨의 병실을 나오며 김 목사는 김씨를 미워한 죄를 용서해달라고 기도하며 가능하시면 김씨의 생명까지 회복시켜달라고 주님께 부탁했다.

김씨와의 면회 후 만난 김씨의 친형과 여동생에게도 "처음에는 김씨를 원망하고 분노했지만 이제는 용서했으니 미안해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병원비 문제와 형사 처벌 문제 그리고, 만일의 장례문제까지도 최대한 돕겠다"고 말하며 손을 잡아 주었다. 김씨의 형과 여동생은 눈물을 흘렸다.

김해성 목사는 그 편지에서 "돌이켜보니 환난 중에도 감사했다"며 "신고나 진화가 조금 늦었더라면
4층 쉼터에 잠자던 100여명은 끔직한 참사를 당했을 것이다. 6개층 전부가 아닌 1층 무료 급식소만 전소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캄캄한 저를 찾아오셔서 용서를 가르쳐주신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다시 사용할 수저와 그릇이 있는지 찾아보고 급식소를 복구시켜 굶주린 이웃을 챙기겠다"며 편지를 마쳤다.

앞서 8일 밤 11시20분께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있는 6층짜리 지구촌사랑나눔건물 1층 급식소에서 불이 나 10명이 부상을 입어 구로고대병원 등 관내 6개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구촌사랑나눔은 급식 시설 복구와 2·3층 전기 및 가스시설 개보수 등 건물 복구에 1억여원, 이주노동자 병원 치료비에 1억여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한편, 10일에는 그동안 지구촌사랑나눔을 후원했던 단체뿐만 아니라 김 목사에게 도움을 받았던 개인 및 익명의 개인 후원자들에게서 사랑의 손길이 이어졌다고 알려졌다.

[전문] 방화범을 용서했습니다!

나의 종 김해성 목사!
나는 너의 죄를 용서했는데
너는 죄인의 죄를 얼마나 용서했니?

예수님은 방화를 당해 경황없는 저를
위로해주시는 게 아니라 곤란케 하셨습니다.
시커멓게 타버린 제 가슴을 아프게 찌르시는
주님의 곤란한 질문에 저는 묵묵부답했습니다.

용서?

주님의 질문은 불보다 더 뜨거웠고
환난보다 더 고통스러운 찔림이었습니다.
이주노동자 특히, 중국동포를 돕는 목사로서
불법체류자는 물론이고 밀입국자까지 인도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때로는 정부와도 심각하게 싸웠는데
급식소를 잿더미로 만든 방화범 김씨는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급식소와 쉼터 그리고 병원까지
방화로 인해 운영이 중단된 상태에서
100여명의 이주민들을 어떻게 먹이고 재우나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부상자를 입원시킨 병원에선
병원비를 정산하라, 연대보증을 세우라고 독촉했습니다.
이 사태를 불러온 방화범은 중환자실에 누워 말이 없고
막대한 복구비에 답답한 저는 병원비 독촉에 화가 났습니다.
저희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취재 보도하기 위해 찾아온 기자들을
폴리스라인이 쳐진 화재 현장으로 안내하면서도 화가 치밀었습니다.

전기와 물이 끊겨서 진료가 중단된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의료진과 대책을 세우고
쉼터 이주민에 대한 식사와 잠자리 대책을 세운 뒤에
6개 병원으로 분산돼 치료 중인 부상자들을 방문했습니다.
부상자 중에 가장 위중한 상태의 환자는 역시 중국동포 김씨입니다.
방화범인 김씨는 불을 지른 뒤에 화마를 피해 달아나다 추락했고,
병원에 옮겨져 수술한 뒤에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있었습니다.

김씨를 찾아간 이유는
도대체 어떤 놈이기에 밥을 준 곳에다
불을 질러 같은 처지인 동포를 다치게 하면서
은혜를 원수로 갚은 배은망덕한 자가 누구인지
얼굴이라도 확인하려고 병원에 쫓아간 것입니다.
급식소의 의자와 식탁, 수저와 젓가락, 식판과 그릇은
그냥 집기와 식기가 아니라 이주민의 생명을 살리는 밥줄인데
왜? 무슨 억하심정이 있다고 불을 질렀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심한 부상자가 김씨라는 사실에 안도감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첫 번째 만남은 뇌수술을 하는 과정이고 면회불가라서 불발되었습니다.

사고 이후 경황없이 이틀이 지나고 사흘째가 되었습니다.
원망과 분노의 제 마음의 문을 누군가 여셨습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신 주님이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열을 내고 침을 튀기며 설교하는 김해성 목사,
너는 지금 무엇하고 있니?
불법체류자와 밀입국자까지 먹이고, 재우고, 치료해주면서
이들도 하나님의 귀한 생명이니 이들까지 사랑하라고 외쳐온 네가
지금은 방화를 했다고, 너의 이웃인 중국동포를 미워하고 있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다시금 중환자실을 찾아 갔습니다.
산소 호흡기에 숨을 연명하고 있는 중국동포 김씨,
의료진은 살아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의식 없는 김씨의 얼굴을 보는데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한국에 돈 벌러 왔다가 가방을 도둑맞고 불법체류자가 되어버린 김씨.
오갈 곳이 없어 여기 저기 헤매다가 쫓기는 짐승처럼 급식소를 찾아왔고,
이젠, 살아날 소망도 없이 누워 있는 김씨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을 용서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내가 당신을 용서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지만
당신이 저지른 방화로 부상당한 피해자들과
발생한 모든 손해에 대해 원망하거나 분노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이 이대로 떠난다면 장례 또한 돕겠습니다."

그리고는 김씨를 미워한 죄를 용서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가능하시면 김씨의 생명을 회복시켜달라고 주님께 부탁했습니다.

면회를 마친 뒤에 김씨의 친형과 여동생을 만났습니다.
방화사건의 경과를 설명하면서 처음에는 김씨를 원망하고 분노했지만
이제는 용서했으니 저에 대해 미안해하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병원비 문제와 형사처벌 문제 그리고, 만일의 장례문제까지도
최대한 돕겠으니 함께 상의해 환난을 헤쳐 나가자고 위로하며
손을 잡았는데 김씨의 형과 여동생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돌이켜보니 환난 중에도 감사했습니다.
방화직후 발견하여 즉시 신고가 되었고,
빠르게 출동한 소방관들에 의해 초기에 진화가 되었으니 망정이지
신고나 진화가 조금 늦었더라면
4층 쉼터에 잠자던 100여명은 끔직한 참사를 당했을 것입니다.
6개층 전부가 아닌 1층 무료 급식소만 전소된 것이 얼마나 감사합니까?
캄캄한 저를 찾아오셔서 용서를 가르쳐주신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이제, 용서의 잿더미를 헤쳐 나가겠습니다.
다시, 사용할 수저와 그릇이 있는지 찾아보고
다시, 급식소를 복구시켜 굶주린 이웃을 챙기겠습니다.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주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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