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가 지난 3일 “국민통합에 관한 이 정부의 생각과 철학이 저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대통령의 뜻에 따라 물러나고자 한다”라고 사퇴의 변을 밝힌 것으로 볼 때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내는 등 대표적인 보수 성향의 인사다. 그런 그를 이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배경은 취임 초기에 “통합정부·실용정부”를 강조한 것과 연관이 있다. 집권 여당, 또는 좌파 진보진영 일색의 인사보다는 보수 또는 중도보수 인사를 폭넓게 기용해 정치적 외연을 넓히고 국민통합의 상징성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내포됐던 거다.
국민통합위원장 자리는 대통령의 철학과 정책을 무조건 따르고 지지하는 자리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선 서로 다른 정치·사회적 견해에 대해 쓴소리를 내는 위치라 할 수 있다. 그런 관계가 1년 만에 틀어지게 된 결정적인 사유는 통합의 방법과 국정 운영 철학에 대한 차이에 있다.
이 위원장은 취임 이후 정부·여당의 사법개혁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가장 직접적인 충돌 중 하나가 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찰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다. 이 위원장은 이걸 “헌법에 위배된다”라며 줄곧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또 ‘법 왜곡죄’에 대해서도 문명국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법관이나 검사에게 법을 잘못 적용했다는 이유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건 사법의 독립성과 법관·검사의 판단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이 대통령에게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제안까지 하자 더는 함께 가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보수 인사 기용은 ‘통합과 외연 확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쓴소리도 달게 듣겠다는 게 초기 국정 기조였는데 정부의 정책과 국정 운영에 공개적으로 쓴소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불편한 관계로 틀어진 게 결별의 원인이다.
이 대통령은 2기 내각에 기본소득당과 조국혁신당 의원을 장관 후보, 또는 청와대 수석에 임명했다. 좌 편향적인 인물을 등용시킨 것을 볼 때 중도와 보수를 끌어들여 ‘통합과 외연 확장’을 이루겠다는 불편한 실험을 이제 그만하고 앞으로는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싶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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