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떠나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MZ 세대를 위한 C. S. 루이스’라 불렸던 고(故) 레이첼 헬드 에반스의 대표작 『다시, 성경으로』가 새로운 표지의 개정판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 책은 보수적인 기독교 문화 속에서 자란 저자가 성경을 향한 정직한 의심과 치열한 질문을 품고, 성경을 다시 새롭게 읽게 된 투쟁과 회복의 여정을 담아낸 기록이다.
“그냥 믿으라”는 폭력을 넘어 성경과 씨름하다
어릴 적 세상 모든 문제의 정답안지 같았던 성경은, 성인이 된 후 해석하기 어려운 난제이자 골칫덩어리로 다가온다. 상충하는 이야기, 소수자 차별의 근거로 오용되는 구절, ‘사랑의 하나님’이라 믿기 힘든 구약의 잔혹한 전쟁사 앞에서 저자는 “믿음이 부족하다”, “일단 그냥 믿어라”는 교회의 상투적인 답변과 억압을 단호히 거부한다.
대신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기원, 구원, 전쟁, 지혜, 저항, 복음, 물고기, 교회라는 8개의 키워드를 통해 성경 전체를 관통하며 텍스트와 치열하게 씨름한다. 성경의 다양한 문학적 장르를 고려하고, 오랜 교회사의 해석 전통을 복원함으로써 터무니없는 문자주의적 해석의 오류를 걷어낸다. 이를 통해 성경이 시대착오적인 교리집이나 과학책이 아니라, 우리를 하나님과의 대화로 초대하는 생생하고 역동적인 텍스트임을 밝혀낸다.
기득권의 무기가 아닌 ‘저항 문학’으로서의 성경
저자는 성경을 남성 중심적이고 기득권을 옹호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현실 교회의 관행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성경의 상당 부분을 부와 권력을 쥔 제국에 맞서는 ‘저항 문학’으로 읽어내며, 억압받는 자들의 편에 서시는 하나님의 참모습을 발견한다.
질문과 회의를 허락하지 않는 교회 문화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던 저자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나누었고, 이는 수많은 탈종교 세대와 청년들의 폭발적인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가 현대의 ‘공공 신학자(Public theologian)’이자 상처받은 이들의 친구로 불리게 된 이유가 바로 이 책의 행간마다 짙게 배어 있다.
세상을 떠난 예언적 작가가 남긴 빛나는 유산
2019년 39세의 나이로 돌연 세상을 떠난 레이첼 헬드 에반스는 짧은 생애 동안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다수가 아닌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예언자적 글쓰기를 남겼다. 출간 직후부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유수의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받은 이 책은, 2020년 국내 첫 출간 이후로도 일반 독자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하며 성경 읽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왔다.
이번 개정판 표지에는 화가 빈센트 고(Vincent S. Ko)의 ‘Hic et Nunc: Dance’ 연작이 삽입되어, 책의 원제인 ‘영감이 깃든(Inspired)’의 생명력을 감각적으로 구현해 냈다.
교회의 일방적인 가르침에 답답함을 느껴온 그리스도인, 신앙의 회의 속에서 교회를 떠났지만 여전히 영적인 진리를 갈망하는 이들, 그리고 진지하고 창의적인 성경 읽기를 원하는 모든 독자에게 이 책은 가장 안전하고 매력적인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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