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재판소가 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 명령을 확정했다. 가정연합 측의 특별항고를 기각하고 지난 3월 도쿄고등재판소(고등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데 따른 결정이다. 이로써 가정연합은 일본 내 종교법인격을 상실했다.일본 내에서 가정연합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이 된 건 고액 헌금 수령 문제 때문이다. 문부과학성이 지난해 3월 청구한 첫 재판에서 헌금 피해를 본 사람이 최소 1,500명을 넘고 피해액도 204억엔(약 1,944억원)에 이른 것으로 드러나자 1심 법원인 도쿄지방재판소(지방법원)가 처음 해산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만 1년 후 열린 도쿄고등재판소 또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문제는 지난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격 살해한 범인이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며 자신의 범행 동기를 밝힌 게 발단이 됐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가정연합의 고액 헌금 강요 문제가 커다란 사회 이슈로 불거졌다.

문부과학성이 청구한 해산 명령 재판에서 가정연합 측은 고액 헌금이 신자들의 ‘자발적 행위’였으며, 민법상 다툴 사안을 이유로 교단 해산을 명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해 해산 명령이 ‘신앙의 자유’를 보장한 일본 헌법 20조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 최고재판소 판단의 근거는 지난 1973년부터 2022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다액의 손해가 조직적으로 발생한 점에 있다. 이걸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정하고 종교법인법상 해산 요건을 충족한 사안으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에서 법 위반을 이유로 종교법인에게 해산 명령이 내려진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995년 신도들을 동원해 도쿄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 14명이 사망하고 6,300여 명이 부상당한 전대비문의 화학 테러를 저지른 옴진리교 등 2개 단체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가 해산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앞선 사례는 종교법인이 인명 살상 등 형사 사건에 연루된 케이스란 점에서 민법상 불법행위와는 성격이 다르다. 그럼에도 최고 법원에서 종교법인 해산 명령을 최종 확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을 놓고 일본 내에서 민법상 불법행위가 종교법인 해산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으나 법 이전에 종교의 탈을 쓰고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지른 종교법인에 대한 국가 사회적 철퇴라는 데 더 큰 비중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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