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최고재판소, 가정연합 특별항고 기각
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이하 가정연합)에 대한 해산 명령이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최종 확정됐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한국의 대법원에 해당한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최고재판소는 22일 가정연합 해산을 명령한 도쿄고등재판소 판결을 유지하고, 가정연합 측이 제기한 특별항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가정연합은 일본 내 종교법인격을 상실하게 됐다.
최고재판소 제3소법정의 와타나베 에리코 재판장은 해산 명령이 종교단체와 신자들에게 미칠 정신적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고액 헌금 권유 등으로 발생한 피해의 규모와 조직성을 감안할 때 “해산은 필요하고 부득이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번 해산 명령이 신앙의 자유를 보장한 일본 헌법 20조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고재판소는 1973년부터 2022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다액의 손해가 조직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고, 이를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정해 종교법인법상 해산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 아베 전 총리 피격 이후 고액 헌금 논란 확산
이번 재판은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건 이후 본격화됐다. 범인이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파탄 났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밝히면서, 가정연합의 고액 헌금 문제가 일본 사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후 일본 정부는 가정연합의 헌금 권유 방식과 피해 사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는 2022년 10월 민법상 불법행위도 “조직성·악질성·계속성”을 충족할 경우 종교법인 해산 명령 청구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법 해석을 바탕으로 조사를 이어갔고, 2023년 10월 법원에 가정연합 해산 명령을 청구했다. 종교법인법은 “법령을 위반하고 현저히 공공복리를 해친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행위”가 있을 경우 법원이 종교법인에 해산을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정연합 측은 재판 과정에서 고액 헌금이 신자들의 ‘자발적 행위’였으며, 민법상 다툴 사안을 이유로 교단 해산을 명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법상 불법행위가 종교법인 해산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 하급심도 “유례없는 막대한 피해” 판단
도쿄지방재판소는 2025년 3월 가정연합에 대해 해산 명령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헌금 피해자가 최소 1천500명을 넘고, 피해액도 204억 엔(약 1천944억 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인원수와 금액 모두 유례없는 막대한 피해”라고 판단했으며, 가정연합이 피해 발생 이후에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불충분한 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봤다.
도쿄고등재판소 역시 올해 3월 문부과학성의 해산 명령 청구를 받아들인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고등재판소는 가정연합이 한국 본부의 활동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 통념상 달성하기 어려운 금액을 설정하고,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기부 권유를 용인했다고 판단했다.
가정연합은 이에 불복해 최고재판소에 특별항고를 제기했다. 가정연합 측은 하급심 판단이 “사실과 증거에 의해 입증되지 않았으며, 증거재판주의에 반하는 부당한 판단”이라고 주장했으나, 최고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민법상 불법행위 근거 해산 확정은 처음
일본에서 법령 위반을 이유로 종교법인 해산 명령이 확정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1995년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 등 2개 단체가 있다.
다만 이들 사례는 모두 교단 간부가 형사 사건에 연루된 경우였다. 반면 이번 가정연합 해산 명령은 민법상 불법행위를 근거로 종교법인 해산이 최종 확정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판결은 일본 내 종교법인 해산 기준과 민법상 불법행위 적용 범위를 둘러싼 중요한 선례로 남게 됐다. 최고재판소의 결정으로 고액 헌금 피해 문제로 촉발된 일본 사회의 논란은 법적으로도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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