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총회장 정훈 목사)가 순교자기념주일을 앞두고 순교·순직자들의 신앙과 헌신을 기념하는 예배를 드리며 순교신앙 계승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예장통합 총회 순교·순직자 기념예배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예배에는 총회 임원을 비롯해 전국 69개 노회 노회장 및 임원, 총회 부장과 위원장, 순교·순직자 유가족, 후원교회 대표, 총회 및 산하기관 직원, 교단 산하 교회 성도 등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총회순교자기념선교회(회장 이승철 장로)가 주관했다.
이번 예배는 총회가 지정한 순교자기념주일(6월 둘째 주일)을 맞아 마련됐다. 총회와 총회순교자기념선교회는 순교자들의 신앙과 헌신을 계승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신앙적 도전에 직면한 오늘의 교회가 순교자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다시금 복음에 충성하는 공동체로 나아가도록 돕기 위해 순교신앙 계승 사역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 장로교회는 수많은 순교자들의 희생과 헌신 위에서 성장해 왔다. 총회는 순교자들의 뜨거운 믿음과 헌신이 한국 장로교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토대가 되었으며, 한국교회가 세계 교회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부흥과 성장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 순교신앙의 계승과 평화의 사명 강조
예배는 박선용 목사(총회순교자기념선교회 부회장)의 인도로 진행됐다. 예배선언과 예배로의 부름, 개회기도, 송영, 공동체 회개기도에 이어 정찬덕 장로(남선교회전국연합회장)와 김현정 권사(여전도회전국연합회 부회장)가 신앙고백을 맡았다.
이어 유순기 목사(총회 국내선교부장)가 기도했으며, 이상배 장로(총회순교자기념선교회 감사)와 이성우 장로(총회순교자기념선교회 지회장)가 성경봉독을 담당했다.
설교는 예장통합 총회장 정훈 목사가 맡았다. 정훈 목사는 ‘삶과 죽음’(시편 24편 1절, 로마서 14장 8절)을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며 순교신앙의 본질과 오늘날 한국교회가 계승해야 할 신앙적 방향에 대해 강조했다.
정 목사는 “순교자들의 피로 세워진 한국 장로교회는 교회 정체성의 토대이며 뿌리인 순교신앙을 계승함으로 새롭게 변화되어야 한다”며 “순교자의 숭고한 신앙을 회복하고 바르게 계승함으로 교회 본래의 모습으로 부흥과 성장을 이루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 순교자 현황을 언급하며 “현재 기독교계 통계에 따르면 한국교회 순교자는 약 300여 명으로 등재돼 있으며, 이 가운데 약 200여 명이 6·25전쟁 당시 순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좌우 이념의 대립 속에서 수많은 기독교인이 신앙을 지키다 생명을 잃었다”고 말했다.
정훈 목사는 특히 오늘날 순교신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평화와 화해를 제시했다. 그는 “냉전시대의 순교신앙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갈등과 충돌을 강조했다면, 평화공존 시대의 순교신앙은 예수 그리스도의 헤아릴 수 없는 사랑과 용서를 강조해야 한다”며 “순교신앙은 더 이상 냉전적 사고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성경이 말하는 평화에 기초한 신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갈등과 대립을 넘어 평화와 화해의 새 옷을 입는 신앙이 필요하다”며 “순교자들의 삶과 죽음은 그 자체로 평화를 향한 증언이었다. 한국교회 성도들이 이러한 신앙과 정신을 기념하고 계승해 교회 안에서는 평화의 사도로, 사회 안에서는 평화의 일꾼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화와 정의를 지향했던 순교자들의 신앙을 기억하며 그들의 순수함과 열정을 되새겨 교회를 더욱 굳건하게 세워야 한다”며 “다음 세대에게도 평화적 순교신앙의 유산을 온전히 전수하는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순교신앙의 십자가 위에 세워진 한국교회가 온 세상에 평화의 복음을 전하는 교회로 성장해 모든 갈등과 다툼, 전쟁이 멈추고 한반도와 세계 곳곳에 평화가 임하도록 기도하고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 순교자 유가족 대표 추모사…“순교는 오늘을 살아내는 삶”
이어진 추모사에서는 제104회기 총회 부총회장을 역임한 김순미 장로가 순교자 유가족의 입장에서 순교신앙의 의미를 전했다.
김순미 장로는 “순교자의 자손이자 순교자의 피를 이어받은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 이 거룩한 예배 자리에 서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순교자의 피는 오늘도 우리 가운데 살아 숨 쉬고 있으며, 순교자의 심장에는 한국교회와 피 묻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순교는 단순히 죽음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내는 삶”이라며 “순교자의 유가족으로 살아가고 순교·순직자들의 정신과 역사를 지키는 일은 명예 이전에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늘날 교회가 직면한 현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장로는 “오늘의 순교는 목숨을 잃는 것이 아니라 순교의 정신을 품고 순교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며 “세속주의와 물질만능주의, 신앙의 자유를 위협하는 여러 시도들이 교회를 흔들고 있고, 교회의 사회적 신뢰가 약화되면서 탈종교화 시대가 도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신앙의 선배들이 피로 써 내려간 믿음의 유산을 이어가야 할 때”라며 “초기 한국교회의 거룩한 순교신앙과 뜨거운 열정이 다시 회복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 순교자 유가족 지원과 순교정신 계승 당부
예배는 봉헌과 파송의 말씀, 결단의 찬송에 이어 부총회장 권위영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예배 후에는 인사 및 코이노니아 순서가 이어졌다. 신광식 목사(총회순교자기념선교회 서기)의 사회로 진행된 순서에서는 이승철 장로(총회순교자기념선교회장)가 인사말을 전했으며, 순교·순직자 유가족 생활지원금 전달과 광고가 이어졌다.
이승철 장로는 “한국교회는 순교자들의 숭고한 신앙과 희생 위에서 성장해 왔다”며 “순교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듯 한국교회 역시 순교신앙의 유산을 통해 복음의 가치와 능력을 드러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우리가 누리는 신앙의 자유와 교회의 존재는 믿음의 선조들이 흘린 희생의 대가 위에 세워진 것”이라며 “순교의 역사와 신앙을 계승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족을 하나님께 드리고 생이별의 아픔 속에서도 살아가는 순교자 유가족들을 돌보는 일 역시 교회에 맡겨진 중요한 사명”이라며 “교회와 노회, 총회가 함께 순교정신 계승과 유가족 지원 사역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예장통합 제110-9차 총회 임원회는 오는 11일 오전 서울숲교회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총회 직원 연합예배는 교육·훈련처 주관으로 오는 7월 8일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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