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규 목사
이선규 목사

경제성장과 정보화 시대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우리의 삶은 이전보다 풍요로워졌지만, 한편으로는 도덕과 윤리에 대한 관심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얼마 전 공원에서 아이들이 함께 놀다가 다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를 말리려 하자 오히려 “당신이 누구인데 간섭하느냐”는 반응이 돌아왔다. 작은 일일 수 있지만, 공동체 의식과 도덕적 책임감이 점차 약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을 보여주는 한 단면처럼 느껴졌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 경제적 불안정 등으로 사회 전반에 긴장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람들은 끊임없는 위험과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때로는 고독과 외로움에 갇혀 인간성을 잃어가는 모습도 나타난다.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이러한 혼란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국가 권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국가에 위임하는 사회계약을 통해 질서 있는 문명사회가 가능해진다고 보았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은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시장경제를 통한 자발적 협력과 교환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인간이 단순히 제한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며 공동의 번영을 이룰 수 있는 존재라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자유와 책임을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사상의 토대가 되었다.

역사를 돌아보면 국가 권력을 강조하는 사상은 전체주의적 사회관으로 발전하기도 했고,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사상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것도 위험하다. 자유가 지나치게 개인주의로 흐르면 공동체 질서와 도덕성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의 유물론적·무신론적 사상은 국가 중심의 전체주의로 귀결되는 경우가 있었고, 반대로 자유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성과 책임, 그리고 초월적 가치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자유 역시 책임과 도덕이라는 토대 위에 설 때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도덕성 회복이 필요한 시대

한 운전기사가 세상을 떠난 뒤 천국과 지옥으로 갈라지는 길목에 도착했다는 우화가 있다. 하늘의 음성은 그에게 천국으로 가라고 말했지만, 그는 오히려 지옥으로 가겠다고 고집한다. 이유를 묻자 그는 “평생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는데 혼자 있는 곳은 견딜 수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는 이야기다.

이 우화는 인간이 얼마나 관계를 필요로 하는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기본적인 도덕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성경은 도덕적 삶에 대해 분명한 기준을 제시한다. 빌립보서 4장 8~9절은 “무엇에든지 참되며, 무엇에든지 경건하며, 무엇에든지 옳으며, 무엇에든지 정결하며”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고 실천하라고 권면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옳고 그름보다 내 편과 네 편을 먼저 나누고, 자신의 이익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정결함보다는 욕심이, 배려보다는 경쟁이 앞서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결함이란 단순히 외적인 깨끗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편견과 욕심에 휘둘리지 않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물질적 욕망과 경쟁 속에서 정신적으로 피로해지고 있으며, 삶의 방향을 잃어가고 있다.

실천하는 신앙과 도덕

도덕과 신앙은 단순히 생각하거나 말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올바른 가치관은 삶 속에서 실천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공동체를 위해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다. 특히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며 다음 세대에게 건강한 가치관을 전해주어야 한다.

신앙 역시 관념이나 명상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으며,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은 거창한 구호보다도 일상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더 많은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고 실천할 수 있는 도덕적 용기일지 모른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공동체를 세우는 책임 있는 삶, 그리고 신앙과 도덕이 함께 어우러진 삶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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