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통일학회(회장 최현범)가 창립 20주년을 맞아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소재 산정현교회(담임 장재우 목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0년간의 연구 성과와 향후 비전을 발표했다. 학회는 이날 간담회를 통해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남북관계 속에서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통일선교의 방향성과 공공적 역할을 강조하며, 성경적 통일론에 기반한 평화와 화해의 담론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기독교통일학회 회장 최현범 박사를 비롯해 설립회장인 주도홍 박사(백석대), 안인섭 박사(기독교통일학회 명예회장, 총신대), 김관선 목사(산정현교회 원로), 이수봉 박사(하나와여럿통일연구소 소장), 권성아 박사(전 성균관대)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반도 통일 문제를 단순한 정치적 접근이나 이념 대립의 관점이 아닌 성경적 가치와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독교통일학회는 지난 2006년 창립 이후 북한선교와 통일신학, 북한사회 연구, 탈북민 사역, 북한교회 재건, 평화와 화해, 복음통일 정책 등을 연구해 오며 한국교회 안에서 ‘기독교 통일학’이라는 학문적 영역을 체계화해 왔다. 특히 신학과 선교학, 북한학, 사회과학을 융합한 학제 간 연구를 통해 한국교회의 통일 담론을 보다 실제적이고 학문적으로 심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학회는 그동안 통일 문제를 정치·이념적 차원으로 제한하지 않고 성경이 말하는 화해와 회복, 인간 존엄, 공동체 회복의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고 설명했다. 학술지 ‘기독교와 통일’을 중심으로 북한선교와 복음통일, 북한사회, 동유럽 체제전환, 북한교회 재건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축적해 왔으며, 해당 학술지는 현재 연 3회 발간되는 KCI 등재 학술지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교회를 향한 성경적 통일 담론과 북한교회 재건, 탈북민 및 월남민 목회, 조동진 목사의 북한선교 사상, 동유럽 체제전환 이후 교회의 역할 등에 대한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발표되며 한국교회의 통일선교 담론을 확장시켜 왔다. 학회는 이러한 연구를 통해 통일이 단순한 영토 통합이 아니라 상처 입은 공동체의 회복과 가치 통합의 과정임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고 밝혔다.
인사말을 전한 최현범 회장은 지난 20년을 “기독교 통일학의 토대를 세워온 시간”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는 통일 이후 북한사회와 교회 회복, 가치 통합과 시민사회 재건을 준비하는 연구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분단은 단순한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인간성과 공동체가 깨어진 영적 문제이다. 한국교회는 복음 안에서 화해와 회복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며 “기독교통일학회는 앞으로도 학문과 현장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감당하며 북한교회 재건과 사회통합, 다음세대 통일교육 등 실질적인 연구와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 “성경으로 돌아가자”… 이념 넘어선 성경적 통일론 강조
설립회장인 주도홍 박사는 이날 발언을 통해 한국 사회의 통일 담론이 지나치게 정치적 이념에 갇혀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통일을 이야기할 때 인간이 만든 이념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인 성경을 기준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예수님이라면 남북의 분단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실지를 고민하는 것이 기독교통일학회의 성경적 통일론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교회 안에는 북한 공산주의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역사적 아픔이 존재한다”며 “그 상처와 감정이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통일 문제를 다루다 보면 성경이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학회의 핵심 정신”이라며 “성경적 통일론을 정립하고 이를 교회 안에 확산시키며 실제 남북관계 속에서 적용해 나가려는 노력이 이어져 왔다”고 설명했다.
주 박사는 최근 남북관계가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변화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남북이 동포가 아니라 적대적 두 국가로 인식되는 현실은 매우 슬픈 일이며 회개해야 할 부분”이라며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독일교회는 디아코니아 정신으로 지속적인 연합과 섬김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 이전에도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통일 이후에도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남북교류가 가능한 평화적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관선 목사는 한국교회 안에 자리한 왜곡된 대북 인식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성도들 가운데서도 북한에 대해 매우 강경하고 위험한 통일관을 가진 경우가 적지 않다”며 “교회 안에서 성경적 통일관과 남북관계에 대한 올바른 가르침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이 문제에 더 많은 책임감을 갖고 교육과 가르침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 “통일은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국제 평화 프로세스도 강조
안인섭 박사는 통일 문제를 단순한 민족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핵실험 이후 변화된 국제 정세를 언급하며 “통일 문제는 국제적 역학 관계와 다양한 변수들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 과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변하지 않는 성경적 가치관은 끝까지 유지되어야 한다”며 “기독교통일학회는 성경을 토대로 통일을 바라보는 역할을 감당해 왔다”고 밝혔다.
안 박사는 특히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통일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 나라가 이 땅 가운데 이루어져 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복음을 전하고 사랑하며 섬겨야 한다”며 “통일 역시 종말론적 관점과 하나님 나라의 가치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뛰노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통일 담론 안에도 담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기독교통일학회가 지난 20년 동안 연구해 온 방향에 대해 “철저하게 성경적 신학에 기초해 통일과 평화를 접근해 왔다”며 “역사와 북한 이해, 선교와 치유, 사회통합, 국제 평화 프로세스까지 함께 다루어 왔다”고 밝혔다. 그는 “민족 문제를 넘어 국제적 평화 프로세스 안에서 통일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 학회의 중요한 방향성”이라고 덧붙였다.
◆ 탈북민·북한교회 재건·청년세대 양성까지… “다음세대 통일교육 중요”
기독교통일학회는 지난 20년 동안 탈북민 사역과 북한교회 재건 연구를 중요한 과제로 다뤄왔다. 학회에 따르면 한국교회의 북한선교는 1970~80년대 월남민 중심의 선교에서 1990년대 이후 탈북민 중심의 실제적 선교로 변화해 왔으며, 탈북민 공동체는 통일선교의 중요한 연결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
권성아 박사는 자신의 가족사를 언급하며 북한을 향한 긍휼과 화해의 마음을 강조했다. 그는 “6·25전쟁 당시 원산에서 목회하던 할아버지가 공산당에 의해 순교를 당했다”며 “그러나 북한을 원수로 보기보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성경에서 통일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에베소서의 말씀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든 지체가 하나 되는 것이 성경적 통일론의 핵심”이라며 “남북의 통일 역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권 박사는 특히 다음세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30대 청년들의 가치관 문제가 오늘날 한국사회 안에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며 “젊은 세대가 삶의 목적과 비전을 통일과 하나님 나라 안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기독교통일학회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젊은 연구자들과 청년들을 적극 발굴하고, 그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통일과 평화의 비전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힘쓰겠다”며 “실질적으로 통일을 살아내는 세대를 세우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봉 박사 역시 “성경은 본질적으로 통일의 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원이란 죄로 인해 분리된 하나님과 인간이 다시 하나 되는 이야기”라며 “성경 전체에는 통일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경적 통일론의 핵심은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긍휼과 사랑”이라며 “하나님께서 죄인의 짐을 대신 지시고 십자가를 지신 것처럼 남북관계 역시 사랑과 긍휼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쟁 세대가 가진 상처와 트라우마는 충분히 이해받아야 하지만, 그 상처만 붙들고 있어서는 갈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처럼 사랑이 통일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독교통일학회, 오는 30일 충현교회서 창립 20주년 기념행사 개최
한편, 기독교통일학회는 오는 5월 30일 서울 강남구 충현교회 제1교육관에서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감사예배와 기념식, 학술포럼 등으로 진행되며 지난 20년의 여정을 돌아보고 향후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1부 감사예배에서는 학회 후원이사장인 김관선 목사가 설교를 전하며, 총신대 한경석 교수가 특별찬양을 맡는다. 이어지는 기념식에서는 20주년 기념 영상 상영과 함께 이상숙 박사, 박종화 목사, 지형은 목사 등의 축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설립회장 주도홍 박사와 명예회장 안인섭 박사, 현 회장 최현범 박사가 학회의 역사적 의미와 향후 과제에 대해 발제한다. 학회는 이날 ‘20주년 기념 선언서’를 발표하며 복음통일을 향한 학술적 사명을 재확인할 계획이다.
아울러 학회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기념 도서 「기독교 통일학」 북토크도 진행된다. 참석자 전원에게는 해당 도서가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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