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이사장 이재훈 목사, 태여연)이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7년을 맞아 사회·경제적 사유를 근거로 한 낙태 허용 확대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며 국회와 정부의 책임 있는 입법을 촉구했다.
8일 국회 정론관에서 조배숙 의원실이 주최하고, 태여연이 주관한 기자회견에서 이들 단체는 성명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2019년 4월 11일 결정 이후 현재까지 형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무책임한 입법 공백 상태가 7년째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태아가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생명권의 주체이며 국가는 이를 보호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국회는 이 결정 취지에 따라 생명 보호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조화시키는 입법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회적 경제적 사유는 낙태의 근거가 아니라 ‘국가 지원’의 근거여야 한다”며 “소득 부족, 학업 및 경력 문제, 혼인 외 임신 등은 결코 생명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태아를 희생하여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제도적으로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이들은 “임신 주수 제한 삭제, 약물 낙태 허용, 건강보험 적용 등은 사실상 모든 낙태를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라는 국가의 근본 의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낙태 허용 확대가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들은 “생명을 가볍게 여기고 편리한 낙태를 권리로 주장하는 사회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며 “생명 존중이 약화된 사회는 결국 국가 존립의 기반까지 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구체적 사례를 언급하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이어 “최근 발생한 ‘36주 만삭 태아 살해 사건’과 같은 비극은 생명 경시 풍조가 낳은 참혹한 결과”라며 “입법 과정에서 이러한 현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위기 임산부 지원 정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단체는 “이미 보호출산제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만큼, 낙태 확대가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며 “사회적 경제적 어려움은 낙태가 아닌 사회적·제도적 해결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를 향해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이들은 “사회적 경제적 사유를 이유로 한 낙태 확대 입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보호출산제 등을 통한 위기 임산부 지원 체계를 실질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낙태의 건강보험 적용 등 생명 파괴에 국가 재정을 투입하는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역할도 언급했다. 이들은 “저출산과 생명 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 전반에 생명 존중 문화를 확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각계가 책임 있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단체는 성명 말미에서 “태아의 생명은 타협할 수 없는 인권의 출발점”이라며 “사회적 어려움을 이유로 생명 포기를 정당화하려는 모든 시도에 맞서 끝까지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자유 발언 순서에서 장지영 교수(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서울병원)는 “임신 5~6주면 초음파에서 심장 박동이 확인되며, 태아는 수정 순간부터 고유한 유전 정보를 가진 독립된 생명체”라며 “생명을 상황에 따라 중단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은 의료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경제적 사유는 매우 모호해 사실상 대부분의 낙태를 허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낙태 허용이 아니라 임산부에 대한 현실적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낙태는 출혈, 감염 등 합병증 위험이 있으며 임신 주수가 늘수록 위험이 커진다”며 “어려운 상황일수록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세라비 작가(태아여성보호국민연합 운영위원·대안연대 공동대표)는 “헌법재판소와 정치권이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하면서도 ‘사회경제적 사유’라는 면죄부를 부여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생명의 가치를 상황에 따라 상대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회적 어려움은 복지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생명을 포기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산모(두 아이의 엄마)는 “생명의 가치는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없으며, 가장 약한 존재를 보호하는 것이 공동체의 기본 원칙”이라며 “낙태가 쉬워질수록 책임은 여성에게 더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명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예진 대표(러브라이프)는 “생명을 살리려는 의료진은 처벌받고, 생명을 중단하는 행위는 권리로 포장되는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며 “입법 공백 속에 생명 경시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태아를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의료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승민 원장(산부인과 간호사·조산사 원장)은 “의료인은 생명을 살리는 직업적 윤리를 지니고 있으며, 낙태 시술을 강제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의료인의 양심과 권리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요한 청년 발언자는 “낙태 문제는 여성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남성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책임이 공정하게 나누어지는 구조를 통해 생명과 공동체를 함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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