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무신론자와 대화하는 중, 성경에는 전쟁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하나님이 전쟁을 좋아하시는 것처럼 느껴져 성경을 멀리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기독인이라면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과 ‘누구든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도 돌려대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면서도, 전쟁은 필요 없다고 믿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일부 기독교인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세상은 이러한 논리를 주장하는 이들을 흔히 평화주의자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 진행 중인 중동 전쟁을 보며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 문제를 성경의 관점에서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경이 말하는 전쟁과 ‘칼’의 의미
타락한 세상에서 하나님은 악을 억제하기 위해 ‘칼’을 사용하시기도 하신다. 창세기는 인간의 죄의 결과 가운데 하나가 죽음이라고 말하며, 그 죽음은 때로 다른 사람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인간에 의해 피가 흘려지는 장면은 성경 전체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이는 단순한 폭력의 기록이 아니라, 타락한 인간 역사 속에서 악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이러한 악을 억제하도록 세상의 권세를 세우셨다. 예를 들어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다스리도록 모세에게 주신 율법에는 살인에 대해 사형이 규정되어 있었다. 이는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악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하나님이 때로는 전쟁을 허락하셨음을 이해할 수 있다. 신약에서도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는 권세가 악을 벌하고 선을 장려하기 위해 존재하며, 그 목적을 위해 ‘칼’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전쟁과 하나님의 섭리
이 타락한 세상에서 하나님은 은혜로 무고한 사람들을 살인자의 손에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 때로는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을 보호하시고, 악의 확산을 제한하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전쟁은 언제나 최선은 아니지만 때로는 다른 선택지보다 덜 폭력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C.S. 루이스는 ‘나는 왜 평화주의자가 아닌가?’라는 강연에서, 전쟁을 무조건 비난하는 태도의 문제는 악한 행위에 대한 분명한 거부를 흐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평화주의가 국가 정책으로 채택될 경우, 그 국가는 침략을 당하고 존속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았다.
◈정당한 전쟁에 대한 신학적 기준
기독교 신학은 전쟁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왔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로, 그는 ‘정당한 전쟁론’을 통해 전쟁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자국 방위와 같은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하나님이 통치자에게 맡기신 ‘칼’은 폭정을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권력의 남용을 경계하며, 전쟁이 정의를 위한 수단이어야 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쟁은 본질적으로 비극적이고 파괴적인 일이지만, 타락한 세상에서는 때로 불가피한 조건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기독인은 전쟁을 단순히 찬반의 문제로만 바라보기보다, 그 정당성과 목적, 결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전쟁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사력이나 정책이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들이다. 전쟁의 고통은 단순한 육체적 파괴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과 삶 전체를 무너뜨린다.
어떤 경우에도 평화를 무너뜨리는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쉽게 단정하기보다, 누가 고통을 받고 있는지, 누가 침묵하고 있는지, 그리고 누가 폭력을 조장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교회는 단순히 질서나 복종을 절대화할 수 없으며, 동시에 전쟁을 교리적으로 정당화하는 태도 역시 경계해야 한다.
세계 평화의 날 이후 발표된 회담에서 교황 바오로 6세는 평화를 인권과 직접 연결지어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평화가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를 묻는다.
이러한 회의에 맞서는 것이 교회의 중요한 과제이다. 평화는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만들어 가야 하는 역동적인 과정이며,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평화는 가능하며, 우리가 반드시 지켜 나가야 할 책임이다.
◈중동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
현재 진행 중인 중동 전쟁은 매우 복잡한 배경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2023년 10월 가자 전쟁을 기점으로 시작된 갈등은 아직 종결되지 않은 채 확대되어 왔으며, 단일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동맹 구조 속에서 더욱 커진 측면이 있다.
이 전쟁은 종교적 갈등의 성격을 지니면서도 정치적 문제로 확장되었고, 점차 국제 패권 경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란, 미국, 이스라엘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전면전 가능성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세계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결론: 기독인의 태도와 책임
기독인은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믿는다. 따라서 하나님께 기도하는 동시에, 전쟁이 가져올 결과를 냉철하게 숙고하며 지도자들의 결정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태복음 5장 9절의 말씀처럼 화평하게 하는 자가 하나님의 자녀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고 말씀하시며 칼을 거두라고 하셨다. 이는 평화를 지키려는 강한 의지를 요구하는 말씀이다.
모든 주장과 사상, 이념을 넘어 서로 협력하며 평화로운 인간 사회를 이루기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 평화를 해치는 모든 원인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는 전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보다, 평화를 이루기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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