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유재수)는 지난 2월 23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 3층 대회의실에서 ‘제7회 D.F(도너패밀리)장학회 장학금 수여식’을 개최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번 장학금 수여식에서는 뇌사 장기기증으로 생명나눔을 실천한 기증인의 유자녀 21명이 장학생으로 선정됐다. 이들은 장기기증인 부모의 뜻을 이어 각자의 자리에서 꿈을 향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D.F장학회는 장기기증인과 유가족 예우 방안의 일환으로 2020년 발족됐다. 생명나눔 이후 남겨진 유가족, 특히 학업을 이어가야 하는 유자녀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올해는 대학생 15명, 고등학생 4명, 중학생 2명 등 총 21명이 선발돼 역대 최대 규모로 장학금이 전달됐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 환자의 현실도 함께 전해졌다. 2024년 한 해 동안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는 3,096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하루 평균 약 8.5명에 해당한다. 2020년 하루 평균 6명이던 수치와 비교하면 5년 사이 약 40% 증가한 셈이다. 장기이식 외에는 치료 방법이 없는 환자들이 해마다 2~3천 명씩 발생하는 상황에서, 뇌사 장기기증인은 마지막 순간 타인의 생명을 살린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40~50대 뇌사 장기기증인 비율 높아…학업 지원 필요한 유자녀 증가
최근 5년간 뇌사 장기기증인의 연령 분포도 공개됐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뇌사 장기기증자 2,205명의 평균 연령은 49.1세로 나타났다. 특히 40~50대의 비율이 45.6%로 가장 높았다. 이는 한창 자녀의 학업을 지원해야 하는 시기에 세상을 떠난 기증인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명나눔이라는 숭고한 선택 뒤에는 유가족의 상실과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가장의 갑작스러운 부재는 가족의 생계와 자녀 교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에 따라 D.F장학회는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장기기증인 유자녀가 부모의 선택을 자긍심으로 삼고 흔들림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번 제7회 D.F장학회 장학금 수여식은 이러한 취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 장학생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의료인, 교사, 예술가 등 다양한 꿈을 품고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부모의 생명나눔, 삶의 나침반 됐다”…장학생들의 다짐 이어져
이날 대표 장학생으로 소감을 전한 정지산 씨는 2010년 뇌사 장기기증으로 세상을 떠난 故 정성길 씨의 아들이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뒤늦게 대학에 진학한 그는 간호사를 목표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 씨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었다.”라며 “오늘 받은 장학금은 경제적 지원을 넘어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사랑이 되돌아온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기증에 대한 자긍심을 품고 환자 곁을 지키는 간호사가 되겠다.”라고 밝혔다.
제1회 D.F장학회 장학생이자 뇌사 장기기증인 故 김기호 목사의 아들 김조이 씨도 선배 장학생으로 참석했다. 그는 “장학금 덕분에 사진 공부를 이어갈 수 있었다.”라며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장학금이 각자의 꿈을 구체화하는 발판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2012년 세상을 떠난 故 박영진 씨의 아들 박원근 군은 올해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 그는 “세상에 희망을 전한 아버지처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며 교육학과 진학 계획을 밝혔다. 2020년 건설현장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뒤 장기기증을 통해 4명의 생명을 살린 故 김철수 씨의 아들 김서진 군도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김 군은 “아버지의 심장이 지금도 누군가의 가슴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된다.”라고 전했다. 그는 바이올린 연주를 통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하는 음악가를 꿈꾸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다수의 장학생이 각자의 전공 분야에서 학업을 이어가며 생명나눔의 가치를 삶 속에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제7회 D.F장학회 장학금 수여식은 단순한 지원 행사를 넘어, 기증인 유자녀가 부모의 선택을 삶의 나침반으로 삼아 성장해 가는 과정을 응원하는 자리였다.
교계·후원자·도너패밀리 참여…생명나눔 가치 확산 기대
이번 장학금 수여식은 교계와 시민사회의 후원이 더해져 마련됐다. 여러 교회와 단체, 기업 후원팀, 팬클럽, 온라인 기부자 등이 뜻을 모았다. 특히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17명으로 구성된 도너패밀리가 직접 장학금을 기부해 의미를 더했다.
유재수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생명을 살린 영웅들의 자녀들이 부모의 고귀한 선택을 자긍심으로 삼아 성장하고 있어 대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장기기증인 유자녀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동반자가 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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