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이웃을 돕는 삶을 살아온 7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세 명에게 새 생명을 전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고 이화영 씨(73)가 지난 12월 5일 포항세명기독병원에서 뇌사 상태에서 장기기증을 진행해 간과 양측 신장을 기증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장기기증으로 세 명의 환자가 생명을 이어가게 됐다.
이 씨는 지난 12월 29일 자택에서 호흡곤란 증상을 느껴 119에 신고한 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의료진이 적극적인 치료를 이어갔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이후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고인이 생전에 밝혀온 뜻을 존중해 뇌사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생전 남긴 뜻, 가족의 결정으로 이어지다
유가족에 따르면 이 씨는 2019년 장기기증 희망 등록을 하며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가족들에게 전했다. 가족들은 고인의 마지막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억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증에 동의했다.
가족들은 고인이 평소 나눔과 봉사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았던 만큼, 이번 결정 역시 이 씨의 삶을 그대로 닮은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장기기증은 고인의 생전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마지막 실천이었다.
자상하고 꼼꼼했던 삶, 이웃을 향한 시선
경북 포항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이 씨는 자상하고 세심한 성격으로 주변을 잘 살폈다.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근무했으며, 이후 포항 시내에서 꽃집을 운영하며 지역 사회와 꾸준히 교류했다.
책 읽기와 여행을 좋아했던 이 씨는 특히 주말마다 교회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40여 년 동안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직접 음식을 만들어 전달하거나,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웃들은 이 씨를 따뜻하고 성실한 봉사자로 기억하고 있다.
남겨진 가족의 작별 인사와 사회의 감사
아들 김대현 씨는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남에게 베풀기 좋아하던 엄마의 모습 그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것을 주고 떠났다”며 “하늘나라에서는 마음 편히 지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생명 나눔을 실천해 준 기증자와 유가족의 선택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장기기증으로 이어진 생명의 기적이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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