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신설되는 기획예산처의 초대 장관 후보자로 이혜훈 전 의원을 지명하면서, 새 정부의 재정 운영 방향과 인사 원칙이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기존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되는 기관으로, 다음 달 2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예산 기획과 조정 기능을 전담하는 새로운 재정 컨트롤타워의 첫 수장으로 보수 진영 출신 인사가 지명됐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혜훈 후보자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과 함께 향후 기획예산처 운영 구상을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는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시기에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 대한 소감은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단기적으로는 고물가와 고환율이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 부담을, 중장기적으로는 인구 위기와 기후 위기, 심화되는 양극화, 산업·기술 대전환, 지방 소멸 등 누적된 구조적 위험을 지적했다. 그는 이를 두고 “퍼펙트스톰과 회색 코뿔소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하며, 단기 대응에 머무르지 않는 전략적 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예산 개혁과 미래 투자 구상
이혜훈 후보자는 기획예산처의 역할을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기획의 컨트롤타워로 규정했다. 그는 “그때그때 단기적으로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더 멀리 보고 미래를 길게 보는 관점에서 기획과 예산을 연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필요한 지출은 찾아내 과감히 없애고, 민생과 성장에는 주저하지 않고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의 세금이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다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이를 위해 기동력 있고 민첩한 조직 운영, 권한은 분산하되 참여는 확대하는 구조, 정책 추진 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보수 3선 출신 경제통의 이력
이혜훈 후보자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국회에서 3선을 지낸 정치인이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근무하며 경제 정책과 재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국회에서는 기획재정위원회 위원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아 국가 예산의 편성과 심의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지명과 관련해 특정 진영이나 정치적 이력보다는 전문성과 실무 경험을 중시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실무에 능통하고 재정·예산 분야에서 축적된 경험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이, 새로 출범하는 기획예산처의 조직 정비와 중장기 재정 전략 수립에 적임자라는 판단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여당의 평가와 내부의 엇갈린 시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인선을 중도·실용 노선이 반영된 결정으로 평가했다. 민주당은 야권 출신이지만 경제 정책과 예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사례로 보며, 정권을 넘어 전문 인사를 기용하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해석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은 이번 지명이 대통령의 통합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국회에서 직접 경쟁했던 인사들 사이에서도 이 후보자의 정책 내공과 실무 능력을 높이 평가하는 발언이 이어졌고, 국가 재정 운용이라는 핵심 영역에서 능력 중심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반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려와 반대 의견도 동시에 제기됐다. 이 후보자가 올해 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사실과 과거 계엄을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국가 예산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히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통합과 포용에도 원칙과 한계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민의힘 제명 결정과 청문회 쟁점
이혜훈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야당인 국민의힘의 제명 결정으로 더욱 확대됐다. 국민의힘은 서면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에 대한 제명과 함께 당직자로서 수행한 모든 당무 행위를 취소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가 서울 중구·성동구을 당협위원장 신분에서 이재명 정부의 장관직을 수락한 점을 명백한 해당 행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출근길에서 이러한 논란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의에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과거 정치적 행보와 발언, 그리고 기획예산처 초대 장관 후보자로서의 정책 구상과 재정 운영 철학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신설 기획예산처 출범과 향후 과제
기획예산처는 이재명 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예산 기능을 전담하는 기관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국가 예산의 기획과 편성, 총괄과 관리를 책임지는 만큼, 재정 운용의 효율성과 정책 조정 능력이 향후 성과를 가늠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혜훈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식 임명될 경우, 새로 출범하는 기획예산처는 그의 리더십 아래 예산 개혁과 미래 성장 투자라는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통합과 실용을 기조로 한 인사 원칙 속에서, 이 후보자가 대한민국 재정 운영의 새로운 방향성을 어떻게 정립해 나갈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