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제목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

본문
고린도후서 6장 1–10절

서론

Ⅰ. 왜 어떤 사람은 은혜를 받아도 변화되지 않는가

교회 안에는 늘 두 부류가 있습니다. 똑같이 예배를 드리고, 같은 말씀을 듣고, 같은 기도회에 참여하지만, 어떤 사람은 살아나고, 어떤 사람은 여전히 지쳐 있고, 어떤 사람은 열매가 나타나고, 어떤 사람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합니다. 예배 중에는 뜨거웠는데 삶 속에서는 또 넘어지고, 말씀은 감동인데 현실 앞에서는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내가 은혜가 부족한가?”라고 묻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렇게 진단합니다. 은혜의 문제가 아니라, 은혜의 ‘흐름’의 문제입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를 향해 분명하게 말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고후 6:1) 고린도 교회는 예배·말씀·은사가 없어서 무너진 교회가 아니었습니다. 은혜가 삶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아서 무너진 교회였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명령이 아니라 애절한 호소로 말합니다. “은혜를 받았으면, 은혜로 살아라.” 이 말씀은 2천 년 전 고린도교회만이 아니라, 오늘 우리를 깨우시는 하나님의 음성입니다.

본론

Ⅱ. 은혜는 말이 아니라 삶으로 증명된다 (3–4절 상)

바울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합니다. “아무에게도 거칠 것을 주지 않게 하고 우리의 직분이 비방을 받지 않게 하려 함이라.”(고후 6:3) 여기서 ‘거칠 것’이라는 표현은 누군가의 신앙을 넘어뜨리는 말과 행동, 태도와 관계의 방식을 의미합니다. 은혜가 진짜인가 아닌가는 예배 중의 감정이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드러납니다.

예배당에서는 은혜로워 보이지만 집에서는 차갑고 날카롭고, 교회에서는 기쁨으로 찬양하지만 일터에서는 불평과 원망을 쏟아낸다면, 은혜의 흐름이 예배당에서 멈춘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삶의 열매를 기준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마 7:20)

열매가 없는 은혜는 아직 자라지 않은 은혜입니다. 은혜를 받은 사람에게는 반드시 방향의 변화가 나타납니다. 말투가 부드러워지고, 관계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선택의 기준이 세상에서 하나님으로 바뀌고, 상처를 받아도 복수로 향하지 않고 용서와 사랑을 선택합니다.

즉, 은혜는 감동이 아니라 변화입니다. 우리가 은혜를 받은 사람인지 가장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이 있습니다. “내 삶은 누군가의 믿음을 넘어뜨리는가, 세우는가?” 나 때문에 누군가가 신앙이 흔들렸는지, 마음이 다쳤는지, 교회가 싫어졌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또한 나 때문에 누군가는 다시 기도하고 싶어졌는지, 다시 예배의 자리로 나오게 되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예수님은 “이 작은 자 중 하나라도 실족하게 하면… 차라리 목에 연자 맷돌을 달고 바다에 던져지는 것이 나으니라”(막 9:42)고 강하게 경고하셨습니다.

이는 신앙이 결코 개인적인 취미 활동이 아니라, 누군가의 믿음과 영혼을 세우는 책임과 연결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사도 베드로 역시 동일하게 말합니다. “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하여… 너희 선한 일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라.”(벧전 2:12)

복음은 설교로만 전해질 때보다 삶으로 입증될 때 가장 강력하게 역사합니다. 말은 은혜로운데 행동은 상처를 준다면, 예배는 뜨거운데 가정에서는 냉랭하다면, 기도는 많은데 용서는 하지 않는다면, 그 은혜는 내 안에 고여 멈춰 있는 것입니다. 은혜의 진짜 증거는 예배당 안이 아니라 예배당 밖에서, 눈물의 감정이 아니라 관계 속의 태도에서 드러납니다.

Ⅲ. 은혜는 감정이 아니라 견딤으로 증명된다 (4절 하–8절)

바울은 은혜를 받은 사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많이 견디는 것”(고후 6:4)입니다. 여기서 ‘견딘다’는 말은, 힘이 좋아서 버틴다는 뜻이 아닙니다. 힘이 없어도 하나님 때문에 멈추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은혜는 평탄한 시기보다 흔들릴 때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성경은 인생의 업적보다 인내와 견딤을 더 가치 있게 말합니다. “너희가 하나님의 뜻을 행한 후에 약속을 받기 위하여 인내가 필요함이라.”(히 10:36)

1) 상황이 무너져도 멈추지 않는 견딤

바울은 고난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매 맞음과 갇힘과 난동과 수고로움과 자지 못함과 먹지 못함 가운데서”(고후 6:5) 이 고난들은 하나님의 은혜가 없어서 생긴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기 때문에 도망가지 않고 지나간 일입니다. 은혜는 문제를 없애는 힘이 아니라, 문제 속에서도 하나님을 놓지 않게 만드는 힘입니다. 문제보다 크신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십자가 앞에서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눅 22:42)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은혜는 도망이 아니라 견딤을 선택하게 만들었습니다.

2) 고난이 깊어져도 성품이 무너지지 않는 거룩

“깨끗함과 지식과 오래 참음과 자비함과 성령의 감화와 거짓이 없는 사랑과”(고후 6:6) 상처를 받았는데도 미워하지 않는 사람, 억울한데도 복수하지 않는 사람, 거절당했는데 관계를 끊지 않는 사람, 손해를 보아도 선을 택하는 사람이 은혜의 사람입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롬 12:21) 은혜는 주먹을 움켜쥐는 힘이 아니라 손을 펴게 하는 힘입니다.

3) 평가 속에서도 진리 위에 서는 흔들림 없는 정체성

“영광과 욕됨으로, 악한 이름과 아름다운 이름으로”(고후 6:8) 칭찬만 받을 때가 아니라, 오해받고 공격받을 때 신앙은 더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칭찬을 받아도 교만하지 않고, 비난을 받아도 흔들리지 않고, 인정받아도 사람을 바라보지 않고, 외면당해도 사명을 놓지 않는 사람, 그 근거는 하나입니다. 기준이 사람이 아니라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을 기쁘게 하랴 하나님을 기쁘게 하랴.”(갈 1:10) 감정으로 시작한 신앙은 흔들리지만, 은혜 위에 선 신앙은 견딤으로 증명됩니다. 기분 좋을 때만 믿는 신앙은 감정 신앙, 고난 속에서도 붙드는 신앙은 은혜 신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Ⅳ. 은혜는 하나님의 승리를 드러낸다 (9–10절)

바울은 은혜의 삶을 역설의 언어로 설명합니다.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아 있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고후 6:9–10)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으로 평가하지만, 하나님은 영원히 남는 것으로 평가하십니다. 세상 기준으로는 무명 같지만, 하나님께는 이름이 알려진 자입니다(눅 10:20). 죽음의 위협 속을 걸어왔지만, 하나님의 손에 붙들려 살아 있는 자입니다. 징계 같아도 버림이 아니라, 사랑받는 아들로 연단 받는 과정입니다(히 12:6). 눈물은 있는데 기쁨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기쁨이 환경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에 근거하기 때문입니다(시 30:5, 빌 4:4).

바울은 세상 기준으로 가난했지만, 복음을 통해 많은 사람을 영적으로 부요하게 만들었습니다(고후 8:9). 그는 세상눈에는 ‘아무것도 없는 자’처럼 보였지만, 그리스도와 성령, 복음과 약속, 천국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고전 3:21–23). 은혜를 받은 사람은 겉으로는 지는 것 같아도, 하나님 안에서는 이미 이긴 사람입니다. 결과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 때문에 계속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결론

Ⅴ. 은혜는 삶으로 이어질 때 완성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예배 때마다, 말씀을 들을 때마다,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은 은혜를 주셨습니다. 문제는 하나님이 은혜를 주셨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그 은혜로 살아가고 있는가입니다. 바울은 고난의 한가운데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고후 6:1)

은혜는 받았을 때 시작되고, 응답할 때 살아나며, 견딜 때 자라고, 흔들리지 않을 때 빛나고, 순종할 때 열매가 맺습니다. 은혜는 내 안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가정을 살리고, 관계를 세우고, 교회를 붙들고, 세상 속에서 하나님을 드러내는 자리까지 흘러가야 합니다. “보라 지금은 은혜받을 만한 때요, 보라 지금은 구원의 날이로다”(고후 6:2). 내일이 아니라 오늘 응답해야 합니다. 상황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하나님을 붙들어야 합니다.

오늘 예배를 마치고 돌아갈 때, 우리가 이렇게 고백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은혜를 느끼고만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은혜를 살아내며 돌아가겠습니다.” 말로만 은혜를 말하는 성도가 아니라, 삶으로 은혜를 증명하는 성도가 되기를, 감정으로 시작하는 신앙이 아니라, 견딤으로 완성되는 신앙이 되기를, 세상 기준으로는 지는 것 같아도, 하나님 안에서는 이미 이긴 신앙의 길을 걷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최원호 목사
최원호 목사(서울 상봉동 은혜제일교회)

마무리 기도

자비의 하나님 아버지, 오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이 받지 말라”는 음성을 들려주심을 감사합니다. 은혜를 받았으면서도 삶으로 이어내지 못했던 우리의 연약함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주님, 감동으로 끝나는 신앙이 아니라 순종으로 이어지는 신앙이 되게 하시고, 예배 시간의 눈물이 일상의 변화로 열매 맺게 하옵소서. 가정과 직장과 사람들 속에서 걸림돌이 아니라 은혜의 통로가 되게 하시며, 말보다 삶으로 하나님을 보이게 하옵소서. 고난과 오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게 하시고, 감정이 아니라 은혜로 견디는 믿음을 주옵소서. 겉으로는 약해 보일지라도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승리한 삶을 누리게 하옵소서.

오늘 받은 은혜가 흩어지지 않게 붙드사 예배당 밖에서도 계속되게 하시고 오늘부터 은혜를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은혜를 “살아내는 사람”으로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최원호 목사 (서울 상봉동 은혜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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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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