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일상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크리스천 청년들의 신앙생활에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성경을 읽으며 생긴 의문이나 신앙적 고민, 진로와 인간관계에 관한 질문을 목회자나 교회 공동체의 선배들에게 먼저 털어놓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생성형 AI 플랫폼을 통해 먼저 답을 찾으려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2030세대에게 AI는 단순한 정보 검색 도구를 넘어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는 일상의 동반자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AI가 청년들의 신앙 형성과 공동체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목회신학적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최광진 교수(호서대 교목실장, 창의교양학부 특임교수, 전 한국조직신학회장)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청년들이 AI를 먼저 찾는 배경에는 '관계의 비용'과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사람과의 대화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과정이 아니라 감정과 시간, 사회적 기대가 함께 작용하는 관계적 과정"이라며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살펴야 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야 하는 부담이 있으며, 적절한 시간을 맞춰야 하는 현실적인 제약도 따른다"고 했다.
또한 "사람에게 신앙적 고민을 이야기하면 조언이나 평가가 함께 따라오는 경우가 많고, 청년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이 평가받거나 정죄받는다는 부담을 느끼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 AI가 선택받는 이유… “맞춤형 대화 상대라는 장점”
최 교수는 책 역시 정보를 얻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서는 많은 시간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인내의 과정이며, 독자는 저자가 제시한 논리의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며 "반면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질문과 상황에 맞게 내용을 재구성하고 설명 방식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보 전달 방식과 차이를 보인다"고 했다.
예를 들어 "20대 청년의 눈높이에서 목회신학적으로 요약해 달라"는 요청에도 즉시 맞춤형 답변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AI는 단순한 검색 도구가 아니라 개인 맞춤형 비서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사람들이 누구나 실패할 권리를 보장받고 싶어 한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에게 질문하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일이지만 AI는 사용자를 비웃거나 관계가 틀어질 위험이 없기 때문에 심리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특히 신앙적 고민처럼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야 하는 문제일수록 이러한 특성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 AI는 답을 주지만 의미는 채우지 못한다… 공동체의 역할 강조
그러나 최 교수는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람과 공동체를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삶의 의미를 채워주지는 못한다"며 "AI가 제공하는 것은 지식의 양이라면 사람과의 대화는 지식의 질과 따뜻함을 함께 전달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청년들이 AI를 선택하는 이유는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상처받은 관계에 지쳐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신뢰할 수 있는 인격적인 공동체를 만난다면 청년들은 다시 사람과의 관계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다움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청년들이 기다리는 '더 나은 사람'의 모습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먼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라며 "AI는 정답을 찾는 데 뛰어나지만 사람은 상대의 마음과 아픔을 함께 살펴줄 수 있는 존재이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사람은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해결사가 아니라 고민의 무게를 함께 견디는 동반자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신의 취약함을 숨기지 않는 정직한 사람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완벽함을 보여주려 하기보다 자신의 실패와 연약함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청년들에게 진정한 어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유연한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앙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다음 세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소통하고, 자신의 경험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청년들의 생각을 먼저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청년들이 교회를 떠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자신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 줄 어른을 기다리고 있다"며 "누군가에게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거창한 성취보다 매일 만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작은 노력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 “AI는 참고자료일 뿐… 최종 판단의 기준 되어서는 안 돼”
이승구 교수(합신대 석좌교수)는 생성형 AI의 활용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AI를 최종 판단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AI는 일반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답변을 제공할 수 있지만,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오류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여러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의 답변은 참고자료 가운데 하나로 활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언제든 틀릴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AI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겠지만 현재 단계에서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AI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책과 다양한 자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함께 참고하는 과정 속에서 하나의 참고자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AI의 편리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최종적인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되며, 다양한 정보와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AI가 성찰까지 대신할 수는 없어”… 깊은 신앙 훈련의 중요성 제기
서창원 박사(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이사장, 전 총신대신대원 교수)는 생성형 AI의 확산이 청소년뿐 아니라 장년층의 신앙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하며, 무엇보다 깊이 있는 사색과 성찰이 약화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박사는 “AI를 활용하면 원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훈련이 점차 줄어들 수 있다”며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얻는 것과 그 지식이 삶으로 이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참된 배움은 반드시 깊은 성찰의 과정을 거쳐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성찰의 과정이 사라질 경우 단편적인 정보와 피상적인 지식에 쉽게 흔들리는 신앙인이 될 위험이 있다”며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하나님을 따르며 헌신하는 그리스도인을 세우기보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신앙 태도가 형성될 수 있으며, 영적 열정마저 식어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 박사는 “교회 강단에도 이러한 변화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깊이 있는 말씀 묵상과 영적 성숙을 이끄는 설교보다 순간적인 흥미나 감각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AI 시대일수록 교회는 성도들이 하나님과 말씀을 깊이 묵상하도록 돕는 목회에 더욱 힘써야 한다”며 “성도들이 스스로 영적 세계를 탐구하고 하나님을 깊이 생각하는 신앙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교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전했다.
한편, 생성형 AI의 확산은 청년들의 신앙 상담 방식과 신앙 형성 과정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일수록 기술의 편리함을 활용하되, 신앙의 본질인 공동체와 인격적 관계, 그리고 분별의 중요성을 함께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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