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라 오딩가 전 케냐 총리
故 라일라 오딩가 전 케냐 총리의 생전 모습. 오딩가 총리는 케냐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맞서 싸웠다. ©wikipedia.org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케냐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라일라 오딩가 전 총리의 국장(國葬)에서 정직과 부패 척결을 촉구하며, 도덕적 리더십의 회복을 호소했다고 2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19일 열린 장례식에는 정부 주요 인사와 수천 명의 시민이 참석해 고인을 기리며, 국가의 부패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한 설교가 큰 울림을 주었다.

케냐 성공회(ACK)의 데이비드 코디아(David Kodia) 주교는 이날 설교에서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 공공 자금을 약탈하는 현실을 멈춰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방정부에서 중앙정부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돈을 착복한 자는 누구든 양심의 심판을 피할 수 없다”고 말해 청중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코디아 주교는 “정치 지도자들이 손쉽게 돈으로 표를 사는 악습을 퍼뜨리고 있다”며 “오딩가 전 총리는 돈으로 사람을 설득하지 않았다. 그는 진심과 설득력으로 국민을 움직였다. 우리도 하나님께 쓰임받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딩가 전 총리는 다섯 차례 대선에 출마했으나 끝내 대통령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2008년 분쟁 후 총리로 선출되어 국정을 이끌며, 부패와 불의에 맞서는 정치인의 상징으로 남았다. 그의 사망 소식에 케냐 전역에서는 ‘정직한 정치인’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케냐복음주의연맹(EAK)은 성명을 통해 “오딩가 전 총리는 정치적 비전뿐 아니라 도덕적·영적 가치관을 지닌 지도자였다”며 “그의 삶은 진리와 정의, 하나님의 뜻 위에 세워진 국가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고 밝혔다. 연맹은 또 “모든 지도자는 하나님의 은혜의 청지기이며, 역사 속 하나님의 도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케냐가톨릭주교회의(KCCB) 역시 조의를 표하며, “그의 헌신과 희생은 정의·평화·국민통합의 모범이었다. 그의 비전은 미래 세대의 도덕적 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CDI는 케냐 사회를 오랫동안 괴롭혀 온 부패 문제가 이번 장례식의 화두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2025년 ‘케냐 뇌물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71%가 “지난해보다 부패가 더 심화됐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뇌물과 부패는 국가의 서비스 개선을 막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윤리·부패방지위원회(EACC) 위원장이자 크라이스트이즈디앤서미니스트리(CITAM) 감독 출신인 데이비드 오긴데(David Oginde) 박사도 “부패는 케냐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이 싸움은 정부 기관만의 책임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딩가 전 총리 역시 생전 부패 문제를 꾸준히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 8월 지방자치회의에서 “부패는 조달, 세무, 국회, 사법부, 언론 등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국가적 위기”라고 말한 바 있다.

라일라 오딩가 전 총리는 지난 15일 인도에서 치료를 받던 중 별세했으며, 정부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7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많은 시민과 종교계 지도자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정의와 정직의 지도자”로서 그가 남긴 도덕적 유산을 계승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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