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청지기의 길을 묻다
도서 「AI 시대, 청지기의 길을 묻다」

거대한 기술의 파도가 인류 문명 위를 덮치고 있다. 이름하여 인공지능(AI). 밤새 세상이 바뀌고, 어제의 진리가 오늘의 낡은 지식이 되는 시대. 한동대학교 초빙교수이자 목회자, 그리고 신학적 사상가로 활동해 온 저자 이창배 목사(평택순복음교회)는 신간 에서 이렇게 말한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이 누구이며, 교회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 책은 ‘AI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기술적 논의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그 너머에서 묻는다. “AI 시대에도 인간은 여전히 하나님의 형상(Imago Dei) 인가?” “우리가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변치 않는 가치는 무엇인가?” “하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맡기신 청지기의 사명은 무엇인가?”

변화의 파도, 흔들리는 정체성

저자는 오늘의 세상을 네 단어로 요약한다: 변화(Change), 연결(Connection), 개인화(Individual), 불확실성(Uncertainty). 기술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인간의 존엄, 신앙의 본질, 그리고 교회의 역할은 흔들리고 있다. 특히 한국 교회는 심각한 위기 앞에 서 있다. 2025년 개신교 신뢰도는 14%로 추락했고, 30·40세대의 이탈률은 코로나 이후 32%에 달했다. 교회학교가 붕괴하고, ‘가나안 성도’와 ‘플로팅 크리스천’이 늘고 있다.

이 와중에 AI는 교회의 새로운 시험대가 되었다. AI는 복음 전파의 혁신적 도구가 될 수도, 인간 중심 신앙을 위협하는 우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본질로 돌아가야 할 때이며, 그 본질은 곧 ‘청지기 의식(Stewardship)’의 회복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청지기” — 성경이 제시한 가장 오래된 미래 전략

이 책의 중심에는 창세기 1장 28절의 문화명령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라, 땅을 정복하라.” 저자는 청지기를 단순히 교회의 재정관리자나 봉사자로 보지 않는다. 그는 “청지기란, 하나님이 맡기신 모든 자원—시간, 지식, 기술, 자연, 그리고 AI—을 예배의 마음으로 관리하고, 창조의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라 정의한다. ‘경작하고 지키라’는 말씀 속 히브리어 아바드(abad) 와 샤마르(shamar) 를 깊이 해석하며, 청지기의 사명을 이렇게 요약한다.

“청지기는 일하는 사람(work)이자 섬기는 사람(serve)이며, 지키는 사람(keep)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AI 역시 경작하고, 섬기고, 보호해야 할 자원입니다.” 그의 시선은 단호하다. AI를 두려움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새로운 ‘달란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AI의 두 얼굴, 그리고 신앙의 나침반

AI는 인류에게 놀라운 가능성을 열었다. 질병을 예측하고,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며, 복음의 번역을 실시간으로 돕는다. 그러나 동시에, AI는 인간을 데이터로 환원시키고, 인간 존엄을 기술적 효율성으로 대체하려는 위험을 품고 있다.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에서 경고한 것처럼, AI는 “인간을 신의 자리에 세우려는 유혹”을 내포한다.

저자는 이에 맞서, 기독교 윤리가 제시하는 4가지 좌표를 제시한다: ▲존엄성(Dignity) –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재이다 ▲정의(Justice) – 기술은 소외된 자를 향해야 한다 ▲투명성(Transparency) – 알고리즘의 불의와 편향을 제거해야 한다 ▲책임성(Responsibility) – 기술의 결과에 대한 도덕적 책임은 인간에게 있다. 이 네 가지 원칙은 AI 시대의 새로운 십계명처럼 제시된다. AI가 인간을 지배하지 않도록, 교회는 세상의 양심으로 서야 한다는 것이다.

“융합된 새 사람” — 신앙과 기술의 통합된 인간상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하나의 비전을 제시한다. 그는 그것을 “융합된 새 사람(AI-Converged Steward)”이라 부른다. 이들은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다. 그들은 신앙의 정체성과 기술의 이해력을 함께 가진 청지기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AI를 잘 다루는 사람보다, 하나님 앞에서 AI를 바르게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융합된 새 사람’은 세 가지 특징으로 요약된다: ▲깊은 신앙적 정체성: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기술을 다루는 영적 주체 ▲높은 기술적 이해력: AI의 잠재력과 한계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 ▲통합적 실천력: 신앙과 기술을 분리하지 않고,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정의를 구현하는 실천.

이 새로운 인간상은 곧 AI 시대의 다니엘, 하나님의 뜻을 잃지 않으면서 세상의 기술을 선하게 사용하는 ‘착하고 충성된 종’이다.

두려움을 넘어, 소명으로

책의 마지막 장은 이렇게 끝난다. “AI는 위기가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기신 새로운 사명이다.” AI는 인간을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청지기적 본질’을 더 선명히 드러내는 거울이다. 기술의 시대에 진짜 위기는 기술이 아니라, 정체성을 잃은 인간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도전한다. “변화의 파도에 휩쓸려 표류할 것인가, 아니면 청지기라는 정체성의 돛을 올리고 소명이라는 항로로 나아갈 것인가.”

이 책은 단지 AI에 대한 신학서가 아니다. 이 책은 “AI 시대의 신앙 선언문”, 혹은 “미래 교회를 위한 청지기 매니페스토”라 불러도 좋다. AI를 둘러싼 두려움과 기술적 낙관주의 사이에서 길을 잃은 신앙인들에게, 이 책은 ‘말씀으로 기술을 해석하는 용기’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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