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빚어 세상을 채운다
도서 「나를 빚어 세상을 채운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인간의 마음이다. 한동대학교 초빙교수이자 상담 전문가인 임흥섭 목사의 신간 <나를 빚어 세상을 채운다>는 “내 안의 세상을 먼저 변화시켜야, 세상의 필요를 채울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깊은 진리를 전한다. 저자는 신앙의 본질을 ‘인격과 성품의 빚음’으로 보고, 그 과정을 아홉 개의 현재부사형 동사(Practicing, Healing, Listening, Including, Advocating, Equalizing, Failing, Celebrating, Embodying)로 풀어낸다.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마음 다듬기’를 위한 영적 안내서다. 저자는 한동대학교의 모토 “왜 세상을 못 바꾸겠는가”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나의 변화’가 곧 ‘세상의 변화’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길을 제시한다.

■ 연습하기(Practicing): 행동하는 믿음의 시작

임 목사는 “모든 변화는 연습으로 시작된다”고 말한다. 기도도, 사랑도, 용서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습이란 단순히 반복이 아니라, ‘삶의 매 순간에 충실하려는 태도’다 .

그는 미주 코스타에서 만난 한 고등학생의 말을 인용한다. “목사님, 고작 5분 해서 그 게임을 잘하려고요? 저는 수천 번 죽어 봤어요.” 이 짧은 대화 속에는 신앙 훈련의 본질이 담겨 있다. 실패 속에서 배우고, 넘어지면서 성장하는 반복의 시간. 그것이 하나님이 그리스도인을 훈련시키는 방식이다.

■ 치유하기(Healing): 스스로의 상처를 직면하라

저자는 상담 전문가로서 이렇게 단언한다. “치유받지 못한 사람은 다른 이의 상처를 다룰 수 없다.” 그는 많은 상담자와 신앙인이 ‘자신의 치유’를 건너뛰고 사역하려는 오류에 빠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상처를 외면한 채 남을 돕는 일은, 오히려 상대를 더 어둡게 만들 수 있다.
자신의 내면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자신이 먼저 빛 가운데로 나와야, 다른 이를 그 빛으로 인도할 수 있다.” 저자의 이 문장은 단순한 심리학적 통찰을 넘어, 신앙의 본질로 향한다.

■ 경청하기(Listening): 이해의 자리까지 내려서라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은 ‘경청하기’다. 저자는 ‘이해(understand)’라는 단어를 분석하며 이렇게 말한다. “under + stand, 즉 ‘아래에 서서 바라보는 것’이 진정한 이해다.” 경청은 단순히 귀로 듣는 행위가 아니다. 상대의 말 아래로 내려가, 그 자리에서 함께 서는 일이다.
그는 경청을 “겸손의 훈련이자, 사랑의 언어”로 정의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듣는 일은 곧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일과 다르지 않다.

■ 품어주기(Including): ‘우리’만 있는 세상 만들기

포용은 이 책의 중심에 흐르는 신학적 영성이다. 저자는 ‘스탠드 대디(Stand Daddy)’라는 장애인 돌봄 단체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곳의 사람들은 ‘우리와 그들’이 아니라, ‘오직 우리’만 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복음의 메시지이며, 연대의 증거다. 임 목사는 “진정한 리더는 품는 자이며, 포용이 없는 리더십은 권위일 뿐”이라고 말한다.

■ 변호하기(Advocating): ‘그를 위해’보다 ‘그와 함께’

세상은 여전히 약자를 대신해 싸워 줄 ‘대변자’를 원한다. 그러나 저자는 ‘with의 영성’을 강조한다. “누군가를 위해(for) 일하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with)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변론이며, 그리스도의 리더십이다.” 함께하는 삶이 곧 복음의 실천이며,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었다.

■ 공의롭기(Equalizing): 하늘의 정의를 땅에서 실천하다

임 목사는 정의를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존재하는 가치’로 정의한다. 공의는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라, ‘일상 속의 선택’이다.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대하는지, 어떤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지, 그 작은 태도 속에서 하나님의 정의가 자란다고 말한다.

■ 실패하기(Failing): 넘어짐 속에서 방향을 찾다

“실패해도 괜찮다.” 이 짧은 문장은 이 책 전체의 핵심 정신을 요약한다. 임 목사는 실패를 ‘방향을 재조정하는 기회’로 보며, 도전 없는 안정이야말로 진짜 실패라고 강조한다. 그는 신앙의 길을 “수천 번의 연습과 수백 번의 넘어짐”으로 비유한다. 그 과정을 통해 인격은 빚어지고, 성품은 다듬어진다.

■ 축하하기(Celebrating): 기쁨도 훈련이다

‘축하’와 ‘파티’를 영적 훈련으로 보는 저자의 관점은 신선하다. 그는 “기쁨도 믿음처럼 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작은 일에도 서로를 축하하고, 고난 중에도 하나님의 선하심을 기억할 때, 삶은 예배가 된다. 축하는 단순한 사회적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를 일상 속에 초대하는 영적 행위다.

■ 빚어내기(Embodying): 인격으로 세상을 품다

마지막 장 ‘빚어내기’는 앞선 여덟 가지 동사의 결론이다. 저자는 성품과 인격을 빚는 것이 결국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가는 과정’임을 말한다. 그는 말한다. “구비하기란, 나를 단련시켜 세상을 품는 일이다. 인격은 가장 강력한 복음의 언어다.”

■ “사랑의 연습은 세상을 바꾸는 실천이다”

임흥섭 목사는 “양보와 용서의 연습이 지금은 작게 보일지라도, 그것이 누군가의 삶에 빛이 된다.”라고 말한다. 그리스도인의 사랑 연습은 단순한 인격 수양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 실천의 방향이다.

■ 신앙과 인격, 세상 사이의 다리를 잇는 책

<나를 빚어 세상을 채운다>는 단지 ‘좋은 사람이 되자’는 도덕 교과서가 아니다. 이 책은 신앙의 실천이 곧 인격의 완성이며, 인격의 완성이 곧 세상의 변화를 이끈다는 영적 비전을 제시한다. 하나님은 완벽한 사람을 찾지 않으신다. 대신 매일 자신을 다듬고, 다시 일어서며, 연습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찾으신다. 그 작은 ‘연습’이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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