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故 이건희 회장 생전에, 한 언론사 기자가 삼성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 물었다. 이 회장은 뜻밖에도 영화 이야기를 꺼냈다. ‘벤허’를 보면 아주 인상적인 전차 경주 장면이 나온다. ‘메살라’는 말들을 채찍으로 강하게 후려치는 데 반해, 주인공 ‘벤허’는 채찍 없이 경주에서 승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벤허는 경기 전날 밤, 네 마리의 말을 어루만지면서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채찍 없이 동물의 마음을 움직이는 벤허와 같은 인재들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벤허의 4마리 말은 모두 하얀색의 멋진 말들이었고, 각자 모두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벤허는 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쓰다듬어 주며, 결전을 앞둔 말들에게 전차 경주의 전반적인 전략을 알려주면서,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경주는 경기장 아홉 바퀴 도는 게임이란다. 우리는 여덟 바퀴까지 2등으로 가는 거야. 그러다가 마지막 아홉 바퀴째에는 전력 질주해서 1등을 확 따라잡는 거야. 자신 있지? 그래, 우린 이길 수 있어!”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벤허가 말들의 특성을 일일이 살펴서 적재적소에 배치한 점이다. 빠른 말은 외곽으로, 빠르지 않지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말은 제일 안쪽으로, 보통이지만 끈기 있는 말은 중간에 배치했다.

드디어 결전의 날, 전차 경주에는 총 8개 팀이 출전하였다. 다들 긴 채찍을 들고나왔지만, 벤허의 손에는 말고삐가 전부였다. 모든 선수가 초반부터 사정없이 채찍질하면서 말들을 몰아세웠으나, 벤허는 채찍 대신 말고삐로 말들과 교감을 하며 승부를 걸었다.

말고삐의 강함과 힘찬 함성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고, 지속적으로 격려하는 벤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벤허’였다. 하지만 그의 승리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벤허의 리더십이 그것을 가능케 했던 것이다. 결국 이런 전술적 배치가 네 마리 말들로 하여금 막강한 팀 파워를 일으키게 하였고,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

‘삼성’이 전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게 됨은 고 이건희 회장이 영화 ‘벤허’에서 터득한 리더십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론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과 교감’, ‘적재적소 배치’, ‘조화’, ‘자신감’, ‘동기부여’, ‘지속적인 격려’, ‘배려’ 등의 결과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벤허가 말들에게 채찍 대신 격려와 교감을 택했던 것처럼, 신앙의 길에서도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방식은 강압이 아니라 ‘사랑’과 ‘인내’이다.

예레미야 31장 3절에서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영원한 사랑으로 너를 사랑하기에 인자함으로 너를 이끌었다 하였노라.” 하나님은 우리를 억지로 몰아세우는 분이 아니라, 끝까지 사랑으로 안으시며 소통과 격려로 우리를 이끄시는 분이시다.

실제로 이런 원리를 삶 속에서 실천한 한 인물이 있다. 그는 바로 19세기 영국 브리스톨에서 고아들을 돌본 목회자이자 신앙의 거장인 조지 뮬러(George Müller)이다.

뮬러는 고아들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채찍 같은 강압으로 아이들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항상 이름을 불러주며, “하나님께서 너를 사랑하신다”라는 말로 격려했다. 그 결과 고아들은 단순히 밥을 먹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기 자신이 존귀한 존재임을 깨닫고 미래를 향한 힘과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뮬러의 사역이 오늘날까지 감동으로 전해지는 이유는 바로 ‘사랑으로 이끄는 그의 리더십’ 때문이다.

사랑으로 이끌며, 서로를 적재적소에 세워주고, 끝까지 격려하며 포기하지 않는 리더십은 교회 공동체에도 필요하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12장에서 교회를 ‘한 몸’으로 비유하면서 “눈이 손에게 너는 쓸데없다 하지 못하고, 머리가 발에게 너는 쓸데없다 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각각의 성도는 각기 다른 은사를 가지고 있지만, 적재적소에 배치될 때 강력한 공동체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결국 진정한 승리의 비결은 ‘사랑으로 섬기는 리더십’에 있다. 채찍이 아니라 ‘격려’, 강압이 아니라 ‘교감’, 지시가 아니라 ‘소통’이 바로 하나님의 방식이다. 우리가 주님 안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적재적소에 세워주며, 끝까지 함께 달려간다면, 마침내 인생의 경주에서도 최후의 승리자가 될 것이다. 하나님의 손에 붙잡힌 우리 인생도, 벤허의 말들처럼 사랑의 손길에 이끌려 반드시 승리의 종착점에 도착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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