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사건을 우리는 ‘트라우마’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 책은 트라우마를 단순히 상처나 고통의 흔적이 아니라 새로운 주체로 태어나는 전환의 계기로 바라본다. <변화의 반복: 트라우마를 가로지르는 마음의 지도>는 내전 속에서 탈출한 한 가족의 9년 여정을 따라가며, 그 긴 과정에서 형성된 마음의 지형도와 회복의 언어를 담아냈다. 저자는 전쟁과 상실의 기억을 외면하거나 덮어두는 대신, 분열분석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회복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현재의 재배치”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트라우마, 새로운 가능성의 초대
책은 트라우마를 개인을 무너뜨리는 고통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모든 것이 달라졌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상실은 새로운 길로의 초대가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건, 증상, 욕망, 정동, 특이화, 실존적 자기 확언이라는 여섯 흐름을 통해 트라우마의 과정을 해명한다. 이 과정에서 트라우마는 끝내야 할 기억이 아니라 반복을 통해 다시 말해지고, 다시 연결되며, 주체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동한다.
분열분석과 신앙 공동체의 만남
책 속에는 개인적 성찰을 넘어 공동체적 맥락이 담겨 있다. 저자는 가족과 더함공동체교회라는 신앙의 장(場) 안에서 글쓰기와 신체 감각 훈련을 이어가며, 트라우마 해석이 타자와의 교류를 통해 현행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고립된 내면 치유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주체의 변화를 강조한다.
반복과 변화, 그 긴 여정
저자는 글쓰기와 일상적 훈련 속에서 반복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한다. 타자기 치기, 운전, 악기 연주처럼 반복은 익숙함을 넘어 새로운 안정성을 부여한다. 그렇게 반복되는 행동은 결국 변화의 일부가 되어 주체를 빚어낸다. 저자의 표현처럼, 트라우마는 단선적 해결이 아닌 오랜 시간의 반복 속에서 현재를 재배치하며 새로운 나를 형성한다. 책의 첫 문장을 쓰는 데 6년이 걸렸고, 마지막 문장을 완성하기까지 또 3년이 걸렸다는 고백은, 치유와 변화를 향한 여정의 진솔한 기록이자 증언이다.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변화의 반복>은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뿐 아니라, 상실과 혼란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은 단순한 심리 치유서가 아니라 실존적 전환을 안내하는 임상적 글쓰기이며, 반복 속에서 생성되는 희망을 보여주는 영적·철학적 탐구이다.
트라우마의 무게에 짓눌린 이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회복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자리에서 나를 다시 발견하는 일이다.”
이 책은 상처를 딛고 새로운 삶을 살아내려는 독자, 신앙 공동체 속에서 치유의 길을 찾는 이들, 그리고 트라우마와 회복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자 하는 학문적·목회적 독자들에게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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