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P 모던 클래식스 시리즈의 열두 번째 책으로 출간된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은 세계적인 복음주의 신학자이자 교사 존 스토트(John Stott)의 대표 저작 중 하나다. 1993년 출간된 <현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의 전면 개정판으로, 20쇄를 맞아 제목을 새롭게 달고 독자들에게 다시 다가온 이번 책은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시대와 함께 걸을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여전히 교회와 성도가 마주하는 본질적인 과제다.
존 스토트는 이 책에서 기독교인이 세상과 단절하거나 맹목적으로 순응하는 두 극단을 모두 경계한다. 그는 “이중 귀 기울임(double listening)”이라는 개념을 강조하며, 성도는 하나님의 말씀뿐 아니라 세상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복음을 삶 속에 적용하고, 현대 문화 속에서 의미 있게 증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토트는 이 같은 태도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참된 제자도에 필수적인 덕목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책은 복음, 제자도, 성경, 교회, 세상이라는 주제를 21개의 장으로 나누어 깊이 있게 탐구한다. 저자는 복음과 성경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유주의와 다원주의를 치밀하게 반박하면서, 동시에 교회의 무책임한 이원론과 사회 문제에 대한 방관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하나님의 계시를 지키는 데는 보수적이어야 하지만, 그것을 적용하는 데는 급진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신학적 보수성과 실천적 급진성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신앙을 촉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말씀을 조옮김하기(transposition)”라는 개념이다. 성경의 본질적 진리를 고대의 문화적 형식에서 건져내어, 오늘날의 언어와 맥락으로 다시 입히는 작업을 뜻한다. 스토트는 이를 통해 성도들이 문자주의적 경직함이나 무분별한 자유주의를 피하면서도, 시대와 호흡하는 성경적 순종을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는 곧 교회와 신자가 과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현재와 미래를 향해 열려 있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책의 여러 장면 속에서 스토트는 복음의 본질을 ‘하나님의 계시와 그리스도의 십자가, 그리고 성령의 역사’로 분명하게 규정한다. 또한 제자도의 핵심이 “듣는 귀를 훈련하는 것”이라 밝히며, 성도는 세상의 아픔과 문제, 그리고 타인의 목소리에 주의 깊게 경청해야 한다고 권면한다. 나아가 종교개혁가들의 가르침을 따라, 모든 직업과 일상이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우며 교권주의와 이원론을 거부한다.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은 단순히 개인의 영적 성숙을 위한 책이 아니다. 교회와 사회를 향한 복음의 총체적 책임을 일깨우며, 복음 전도와 사회적 관심을 하나로 묶어낸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이 말씀과 행위가 결합된 것이었듯, 교회의 선교도 복음 전파와 동정적 섬김이 함께할 때 온전해진다는 것이다.
오늘날 교회가 정체성의 혼란과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스토트의 메시지는 더욱 절실하다. 그는 “이미 시작되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나님 나라”라는 긴장 속에서, 성도들이 확신과 겸손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 긴장 속에서 균형 잡힌 성경적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실마리를 제공한다.
또한 각 장 끝에 수록된 연구 문제는 소그룹 모임과 제자 훈련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세우는 데도 유익하다. 신앙과 삶, 성경과 세상,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로서, 이 책은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무엇을 붙잡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기독교 고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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