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욱 교수
신성욱 교수

매년 영국을 방문할 때면 우선 3일간은 스코틀랜드를 먼저 탐방한 후 영국에 와서 나머지 일정을 소화하곤 한다. 스코틀랜드는 ‘순교의 피가 흐르는 나라’이다. 스코틀랜드는 한때 ‘유럽의 종교개혁 심장’ 혹은 ‘성경 위에 세워진 나라’라 불렸다. 유럽 대륙에서 일어난 루터와 칼빈의 개혁 정신이 존 녹스(John Knox)를 통해 스코틀랜드에 뿌리내렸고, 그는 장로교 제도와 말씀 중심의 예배, 성경 교육을 도입했다.

1560년, 스코틀랜드 의회는 로마 가톨릭과의 결별을 공식 선언하고, ‘Scots Confession’이라는 신앙 고백서를 채택했다. 그들의 열정은 단지 예배와 교리 개혁에 그치지 않았다. 가정과 학교에서 성경 교육이 이루어졌고,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가르쳤다. 그 결과, 스코틀랜드는 수백 년 동안 강력한 복음의 영향력을 유지했고, 국민 대다수가 크리스천이라 고백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세대가 지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2세들을 향한 신앙 교육이 느슨해지고, 가정에서 복음을 전하는 전통이 약해졌으며, 교회가 점점 다음 세대보다 현 세대의 편의와 필요에만 집중하면서 복음의 전승이 끊어져 버렸다.

2022년 인구조사 결과, 스코틀랜드에서 자신을 크리스천이라 밝힌 사람은 불과 20% 남짓. 반면, 절반이 넘는 51%가 “나는 어떤 종교도 믿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수백 개의 예배당이 문을 닫았고, 지금은 관광객이 사진을 찍는 ‘옛 건물’로만 남아 있다. 그곳에서 들리던 찬송 소리와 기도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종교개혁의 심장이라 불렸던 그 땅이, 이제는 심장 박동이 멈춰버린 비극의 나라가 되고 말았다.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신 6:7)

불과 한두 세대 만에 ‘기독교의 나라’가 ‘세속화된 나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부모 세대가 자녀들에게 믿음을 진지하게 가르치지 않았고, 가정 예배와 말씀 나눔이 사라졌으며, 교회 공동체가 복음 안에 다음 세대를 품고 양육하는 일을 뒤로 미루고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스코틀랜드 곳곳에서 교회들은 문을 닫고 세상의 건물로 변해갔다. 매년 방문하는 영국 교회들과 별 차이가 없다.

글래스고(Glasgow)에서는 19세기 지어진 웅장한 교회가 술집으로 바뀌어 사람들이 찬송 대신 술잔을 부딪치며 세상 노래를 부르고 있고, 에딘버러(Edinburgh)에서는 오래된 예배당이 카페와 공연장으로 개조되어 더 이상 복음이 선포되지 않는다. 교회가 이슬람 사원으로 바뀐 곳들도 적지 않다. 한때 아이들의 찬양 소리와 성도들의 기도가 울려 퍼지던 곳이 이제는 관광객이 사진을 찍는 배경이 되고 말았다.

지금 한국교회 역시 같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예배당은 여전히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회학교와 청년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예수 믿는 아이들이 과거 우리 어린 시절에 비해 1/5로 뚝 떨어져 버린 지 오래다.

그러잖아도 결혼을 잘 하지 않고, 결혼해서도 자식을 잘 낳지 않는 인구 절벽 시대를 맞아 한국교회는 대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때에 부모 세대가 신앙을 전수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스코틀랜드와 영국과 똑같은 길을 걷게 될 수밖에 없다. 교회는 단지 ‘성도들의 신앙적 편의’를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세우기 위한 사명’을 지닌 공동체이다. 가정 역시 그저 자손을 낳아서 기르는 곳이 아니라,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수시키는 일을 하는 소중한 장’이다.

성경은 신앙 전승을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하나님의 명령’으로 강조한다. 신명기 6장에서 하나님은 부모들에게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라”고 명령하셨다. 여기서 ‘부지런히 가르치다’라는 히브리어는 ‘날카롭게 새기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즉, 자녀의 마음에 말씀을 깊이 새겨 넣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신앙은 저절로 전해지지 않는다. 누군가가 새겨주지 않으면 잊히고, 가르치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가정에서 말씀을 회복해야 한다. 식탁 앞에서 잠시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고, 자녀와 함께 기도하는 작은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교회 공동체는 다음 세대를 세우는 사역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화려한 건물이나 편리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복음을 가르치고 말씀을 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스코틀랜드와 영국 교회의 역사는 우리에게 경고이자 소망이다. 경고는, 복음의 전승을 멈추는 순간 교회가 쇠퇴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소망은, 한 세대가 다시 말씀을 붙들면, 하나님께서 언제든 부흥을 일으키실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여전히 살아계시며, 말씀을 사모하는 한 사람 한 가정을 통해 민족을 새롭게 하실 수 있다. 오늘 우리의 가정과 교회가 다시 한번 신앙 교육을 회복하고, 말씀을 자녀들의 마음에 새기며, 다음 세대를 복음 안에 세워서 우리보다 나은 다음 세대로 잘 양육해 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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