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함의 침묵
도서 「아브라함의 침묵」

“아브라함이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는 명령에 말없이 순종한 것이 정말 참된 신앙의 본보기일까?” 이 도발적인 질문에서 출발한 저자 리처드 미들턴의 <아브라함의 침묵>은 전통적 해석의 울타리를 벗어나, 성경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신학적 여정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창세기 22장의 “이삭의 결박” 이야기를 비롯해 욥기, 시편, 모세의 중보기도 등 다양한 성경 텍스트를 교차 분석하며, “침묵의 순종”이 아닌 하나님과의 치열한 대화와 질문이야말로 성숙한 신앙의 증거임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순종은 믿음의 본질인가, 질문은 불신앙인가?”

수 세기 동안 교회는 아브라함의 침묵을 칭송하며, 무조건적인 복종을 신앙의 본질로 가르쳐왔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그는 창세기 18장에서 소돔과 고모라를 위해 하나님과 논쟁하던 아브라함과, 창세기 22장에서 아들을 번제로 바치라는 명령 앞에서 침묵한 아브라함을 대비시킨다. 그리고 이 침묵을 “신앙의 절정”이 아닌 신앙적 퇴보로 해석하며, 하나님과의 대화와 항의가 오히려 더 깊은 신뢰의 표현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전통적 해석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강렬한 도전을 던진다. 욥기 속 욥이 고통 속에서 하나님께 거침없이 항의한 태도, 모세가 금송아지 사건 이후 이스라엘을 위해 하나님과 씨름했던 중보기도, 예언자들의 탄식과 항의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관계’다.

본문 구성과 주요 논점

1부 | 격렬한 기도의 성경적 모델: 첫 번째 부는 탄식 시편과 모세의 중보기도를 중심으로 하나님과 깊이 맞서 대화하는 기도의 본질을 탐구한다. “하나님의 충성스러운 반대자”로 묘사되는 모세는 백성의 죄 앞에서도 하나님의 자비를 끌어내기 위해 치열하게 기도하며, 결국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내는 데 성공한다. 미들턴은 이를 “성경이 가르치는 기도의 규범적 패턴”이라고 강조한다.

2부 | 욥기 이해: 두 번째 부에서는 욥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한다. 욥의 항변을 단순한 불경이 아닌 의로운 항의로 바라보며, 하나님께서 욥의 정직함을 인정하셨음을 강조한다. 특히 폭풍우 가운데 들려온 하나님의 음성이 욥을 정죄하려는 말씀이 아니라, 오히려 그를 격려하고 칭찬하는 말씀으로 읽어내는 대목은 신선하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3부 | 이삭의 결박 이야기의 재해석: 세 번째 부는 이 책의 정점이다. 창세기 22장의 “이삭의 결박” 이야기를 전통적 영웅담의 서사에서 해방시키며, 침묵의 순종 대신 질문과 간구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만약 아브라함이 이삭을 위해 하나님께 항의하고 중보했다면, 하나님과의 관계뿐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역시 달라졌을 것이라는 대목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도전과 통찰을 동시에 주는 책

<아브라함의 침묵>은 단순한 성경 주석서가 아니다. 이 책은 신앙의 본질을 되묻게 만든다: 고난 앞에서 우리는 침묵해야 하는가, 아니면 질문하고 항의해야 하는가? 하나님과의 관계는 순종만으로 유지되는가, 아니면 대화와 논쟁 속에서 더 깊어지는가?

미들턴은 성경 전체에 흐르는 하나님의 메시지가 “순종과 항의의 역동적 균형”에 있다고 말한다. 때로는 침묵해야 하지만, 때로는 하나님과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

<아브라함의 침묵>은 오늘날 교회와 신앙인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신앙의 언어를 회복하라: 침묵의 미덕에 갇힌 기도 생활을 넘어, 하나님께 솔직하게 탄원하고 토로하는 언어를 배우라는 것이다.

경건의 껍질을 벗겨라: 전통과 습관으로 포장된 “무조건적인 순종”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관계 중심의 믿음으로 돌아가라고 권한다.

고난 속에서의 새로운 용기: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침묵이 아닌 대화로 하나님께 다가갈 때 신앙은 성숙한다.

추천 대상

이 책은 ▲성경을 새로운 관점으로 깊이 읽고 싶은 성경 연구자와 신학생 ▲고난과 질문 속에서 신앙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그리스도인 ▲전통적 해석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목회자와 교회 리더에게 추천된다.

결론적으로, <아브라함의 침묵>은 단순히 성경을 해석하는 책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게 만드는 도발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신학적 성찰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누구도 창세기 22장의 이삭 이야기와 욥기의 항변을 이전처럼 읽지 못할 것이며, 기도의 언어와 신앙의 태도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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