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와다리 테흐릭(Rwadari Tehreek) 의장 삼손 살라맛이 지난 2023년 8월 16일 자라왈라 지역에서 발생한 기독교인 대상 공격 2주년을 맞아 열린 자라왈라 시위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라와다리 테흐릭(Rwadari Tehreek) 의장 삼손 살라맛이 지난 2023년 8월 16일 자라왈라 지역에서 발생한 기독교인 대상 공격 2주년을 맞아 열린 자라왈라 시위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Victims Committee photo for Christian Daily International-Morning Star News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파키스탄 펀자브주 파이살라바드 지구 자란왈라 지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기독교인들을 집단 공격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해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1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CDI는 지난 2023년 8월 16일 발생한 당시 사건으로 교회 25곳 이상과 기독교인 가정 85채가 불태워지고 파괴됐지만,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지난 16일 파키스탄 각지에서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두 기독교인 형제가 꾸란을 훼손하고 신성모독적인 내용을 썼다는 혐의를 받은 데서 비롯됐다. 수천 명의 무슬림 군중이 폭동을 일으켜 교회와 주택을 파괴했으며, 전국적인 비난 속에 300명 이상이 체포됐으나 대부분 부실한 경찰 수사로 인해 보석으로 풀려나거나 무혐의 처리됐다. 지난 6월 4일에는 반테러 법원에서 교회를 불태우고 기독교인 가정을 파괴한 혐의를 받은 10명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기독교인 피해자들, 여전한 절망과 좌절

자란왈라 희생자위원회 대표 라라 로빈 다니엘은 “경찰의 부실 수사로 인해 모든 가해자가 보석으로 풀려나거나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한 “정부가 약속한 보상과 재활 지원을 여전히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많다. 오히려 공동체를 분열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자란왈라 전역에서 평화적인 연좌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라호르, 카라치 등 대도시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의 무능과 미온적인 태도가 극단주의 세력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일부 기독교인이 당국의 압력에 따라 사건을 왜곡하거나 개인적 이익을 위해 피해자들의 고통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종교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의문

시민단체 ‘라와다리 테흐리크(평등운동)’의 삼손 살라맛 대표는 “정부 지도자들은 종교 소수자가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2년째 이어지는 자란왈라 사건의 정의 지연은 그 주장이 거짓임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펀자브 수석장관조차 피해 지역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며 정치 지도자들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라호르 언론인회관 앞에서 열린 시위에서 기독교 활동가 가잘라 샤피크와 루크 빅터는 “이번 사건은 파키스탄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불관용과 구조적 차별을 드러낸 비극”이라고 규정하며, “정부가 가해자들을 처벌하지 않는 것은 소수자 보호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세실 앤 아이리스 초드리 재단의 미셸 초드리 대표는 “이번 사건은 다시 한 번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보여줬다”며, “정부는 즉각적으로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피해자들에게 약속했던 보상과 장기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남은 수천 명의 가해자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자란왈라 폭동 당시 체포 대상자 5,213명 가운데 380명만이 구속됐고, 나머지 4,833명은 여전히 자유롭게 활동 중이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보석으로 풀려났으며, 일부는 아예 기소가 취소됐다. 앰네스티는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음으로써 가해자들이 면책되는 분위기가 고착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폭동의 발단이 된 두 기독교인 형제는 이후 반테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개인적 원한으로 인해 또 다른 기독교인이 그들을 허위로 고소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교회와 가정이 파괴되고, 피해자들의 삶은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뒤였다.

국제사회의 우려

오픈도어 선교회가 발표한 ‘2025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에서 파키스탄은 8위를 기록했다. 국제사회는 파키스탄 내 종교 소수자, 특히 기독교인들이 여전히 폭력과 차별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하며, 신성모독법 개정과 실질적인 소수자 보호 정책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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