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이 정부의 '6·27 대책' 발표 이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제한하고 전입 의무를 강화한 새 규제는 매수자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에 따라 거래량은 발표 직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미 체결된 매매 계약조차 줄줄이 취소되는 등 시장은 혼란 속 관망세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규제가 발표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75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일주일간(6월 20~26일) 거래된 1890건과 비교해 무려 60.3% 줄어든 수치다. 이 기간 해제된 계약도 적지 않다. 같은 기간 전체 매매 2645건 중 153건이 계약 해지되었으며, 이는 전체의 5.8%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강서구는 3월 분양한 염창동 청년안심주택에서 대규모 계약 취소가 발생해 총 22건이 해제되었고, 영등포구(12건), 서대문구(11건), 송파구(10건) 등 주요 지역에서도 계약 해지 사례가 잇따랐다.

6·27 대책의 핵심은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하고, 소유권 이전 전 대출을 금지하며, 대출 실행 후 6개월 내 전입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이는 전세를 낀 매매, 일명 '갭투자'를 사실상 봉쇄하는 조치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매수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강남권에서 고가 거래가 이뤄졌던 일부 단지는 하루 만에 계약이 취소되기도 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한양6차 전용 110㎡는 지난달 26일 38억 원에 계약되었지만, 다음 날 바로 해지됐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84㎡ 역시 같은 날 32억 원에 매매된 직후 취소되었고,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19억5000만 원), 양천구 목동신시가지7단지 전용 101㎡(31억2000만 원) 등도 유사한 사례를 보였다.

비강남권에서도 한강변을 따라 위치한 성동구, 강동구, 마포구, 동작구 등지와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양천구, 서울 외곽 노원·도봉·강북구 등에서 해제 사례가 다수 나왔다. 특히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9단지 전용 45㎡는 지난달 27일 4억1000만 원에 거래된 지 하루 만에 계약이 취소되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영향을 미친 것 외에도, 규제 적용을 피한 외곽 지역의 집주인들이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자발적으로 계약을 철회하는 '역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시장 동향에서도 이 같은 시장 분위기가 반영됐다.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전주 99.3에서 이번 주 76.4로 22.9포인트 급락하며, 11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는 수요자들이 매수를 보류하고 관망세로 전환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정부는 추가 규제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를 포함한 다양한 부동산 정책이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대통령의 발언은 집값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시장 흐름에 따라 정책 대응의 유연성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라며 "실용적 시장주의 기조 하에 시장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조치는 빠르게 단행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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